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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그 많던 누룩은 다 어디로 갔나?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93

전통주에 있어 막걸리나 약주를 만드는 재료를 간략히 하면 쌀, 누룩, 물을 꼽을 수 있다.


모든 재료가 각각 중요한 역할이 있지만 발효에 있어서는 누룩의 역할이 크다. 일반적으로 누룩은 밀기울(밀 껍질)에 물을 넣고 일정한 형태(사각, 원형 등)로 모양을 만든 후 적당한 온도에서 곰팡이와 함께 다양한 효모와 미생물을 성장 시킨 것을 이야기 한다.


이런 누룩은 술 제조 시 전분질 원료인 쌀 등을 분해해서 당을 만드는 역할과 누룩에 있는 효모로 하여금 분해된 당을 사용해서 알코올 생산을 하게 한다. 누룩 품질에 따라 알코올 생산량이나 맛, 향 등 전통주의 품질이 결정 된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다.

이렇듯 술 제조에 있어 중요한 일을 하는 누룩이지만 현재 술 제조에서 누룩의 지위는 높지 않은 듯하다. 현재 100% 전통 누룩을 이용해서 술을 만드는 양조장들은 많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대규모 양조장으로 갈수록 확연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양조장의 누룩 사용량이 줄어들게 된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 누룩의 역사는 술의 역사와 같다.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누룩에 관한 기록이 있다. 그보다 더 오래된 책인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의 문헌에도 술에 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술을 만드는데 필수 재료인 누룩도 삼국시대부터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러한 누룩은 술 종류의 다양화, 고급화, 산업화가 되면서 같이 발달을 했다. 특히, 우리 술 종류의 체계가 완성된 조선시대에는 누룩을 파는 상점인 은국전(銀麯廛)이 종로의 시전 거리에 매우 많았다.

           

▲ 조선 후기 시전 풍경 다양한 시전들이 몰려있던 운종가의 모습                   ⓒ 한국콘텐츠진흥원


은국전은 조정에 세금을 내는 시전의 하나로 술을 빚는 사람들에게 누룩을 공급하는 일종의 상점이었다. 얼마나 많은 누룩들이 술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는지 중종대에는 도성의 각 시장에 누룩을 파는 데가 7, 8곳이 있어 하루에 거래량이 7백~8백 문이 되며, 그 누룩으로 술을 빚어 쌀 소비가 천 여석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금을 내지 않는 난전도 많았기에 실제 누룩생산량은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누룩의 사용은 근대화 시기까지 계속적으로 증가한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의 양조 현황을 정리한 조선주조사에 따르면, 1924년 전국에 28,206개의 누룩 제조장이 있었고 면허 인원은 37,759명, 그 공장들이 만들던 누룩 양은 45,103톤이었다. 당시에는 각 지역에 소규모의 특색 있는 누룩 제조장이 있었다. 누룩 제조장이 많은 것은 다양한 술들이 생산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 식민지 시기에 세금을 걷기 위한 일본 입장에서 조선의 자가제조 및 판매용 누룩의 품질이 고르지 못해서 술 품질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자가제조가 많다 보니 밀주의 원료로 제공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으로 각 도에서는 누룩 제조장을 통합하기로 방침을 수립한다.


1923년경부터 경북을 시작으로 충북, 경기, 전북, 전남 등의 각 지방 별로 집약 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개량 곡자의 제조를 권장하였다. 경상남도의 경우 1927년 2,466곳의 누룩 생산 공장이 1929년에는 786곳으로 감소하였다. 이때부터 전국적으로 누룩 생산 공장의 감소가 일어났으며 우리 누룩의 다양성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독립 이후에도 입국이라는 새로운 단일균을 이용한 흩임 누룩 제조방식이 우리나라에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통 누룩으로 만든 술들은 설자리를 잃어 버렸다. 누룩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2,000개 이상 되던 누룩 제조회사가 현재 3곳 정도로 줄어들었다. 몇몇 작은 업체도 있지만 소량 생산에 그치고 있다.

             

▲ 다양한 누룩들 다양한 원료로 만들어진 전통누룩들                                           ⓒ 이대형


업체들은 자신들의 술에 있어 특징을 가지기를 원한다. 이러한 특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다양한 미생물을 가진 전통 누룩일 것이다. 모든 양조장이 100% 누룩만 사용해서 술을 만들 필요는 없다.


소량의 누룩과 다른 발효제들을 사용해도 업체들마다 특색 있고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전통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누룩은 전통주의 차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재료라는 것을 양조장들이 알았으면 하고, 소비자들 역시 누룩을 사용한 전통주의 가치를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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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 동시 송고 되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54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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