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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시장에서의 전통주 위치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149

편의점 시장에서의 전통주 위치


작년 2월 말 ‘원소주’ 출시 팝업 스토아 행사가 있었다. 당시 원소주의 흥행은 전통주 업계에서 볼 때는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증류식 소주를 사기 위해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술이 출시될 때마다 완판이 되는 현상은 그동안의 전통주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완전히 깨는 것이었다.


물론 박재범이라는 셀럽이 가진 영향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원소주를 통해 젊은 층이 대중적인 희석식 소주 외에 증류식 소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영향이 다른 양조장의 증류식 소주 판매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일들은 전통주 업계에 있어 소비시장 확대라는 긍정적 현상을 만들어 냈다.


최근에는 가수 임창정이 한 편의점과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소주한잔’을 출시하면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이 팝업 스토어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소주한잔’이 편의점 매출상위에 랭크되었다. 과거부터 임창정은 ‘소주한잔’이라는 노래를 통해 소주를 좋아하는 가수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마케팅적으로 잘 어필한 것이다. 임창정은 증류식 소주 출시 전에도 막걸리를 출시하는 등 전통주 업계와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셀럽들의 증류식 소주 원소주(왼쪽), 미래소주(중간), 소주한잔(오른쪽) @각 양조장


이밖에도 유명 셀럽들을 통한 전통주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배우 김보성의 이름을 딴 ‘의리남 소주’, 힙합가수 윤미래의 ‘미래 소주’가 출시된데 이어 김민종은 자신이 부른 대표곡에서 따온 ‘하늘아래서’라는 이름의 소주를 출시했다. 이러한 제품 출시는 편의점 3사(CU, GS25, 세븐일레븐)가 앞장을 서고 있다. 일명 ‘연예인 소주’을 잇따라 선보이며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전통주를 통해 경쟁을 하고 있다.


최근 편의점은 과거에 비해 많은 제품들이 판매되는 소비의 공간이다. 편의점은 슬세권(슬리퍼+세권)이라 해서 젊은 사람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술의 판매량도 적지 않은 곳이 편의점이고 술의 흐름도 빠르게 알 수 있는 곳이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주류 구입에 있어 편의점 구입(76.5%)이 1위였다. 2020년 49.9%(4위)보다 26.6% p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지만 편의점 자체가 주류 구매가 주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머니투데이


그동안 편의점에서의 전통주 판매는 쉽지 않았다. 오래 유통될 수 있는 살균 막걸리들이 편의점의 상당 부분을 채우거나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중적인 막걸리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전통주 붐이 불기 시작하면서 편의점에서도 전통주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술들을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인 곰표막걸리나 말표막걸리, 테스형막걸리 등 다양한 콜라보 막걸리들을 출시되면서 편의점의 전통주 시장을 열었다. 하지만 편의점 이용 소비자들의 막걸리에 대한 관심부족과 유통기한이 짧은 막걸리의 특성상 판매량이 쉽게 증가되지 못했다.


오히려 편의점 전통주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이 박재범의 원소주일 것이다. 유명 셀럽과의 콜라보를 통한 편의점 증류식 소주의 성공이 다른 편의점의 기획에도 영향을 미쳤다. 셀럽들을 통한 술들은 대부분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셀럽과 함께 준비를 한다. 이때부터 본인의 술에 대한 소개를 SNS상에 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통주의 노출도 많아지게 된다. 이처럼 셀럽들의 전통주 시장에 대한 관심은 아직 대중화되어 있지 않은 전통주 시장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전통주 시장은 전체 주류시장의 1% 밖에 되지 않기에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것 특히, 미래의 소비층이 될 젊은 MZ세대에게 전통주를 인식시키는 것은 지금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명(明)이 있으면 암(暗)이 있듯이 편의점의 콜라보 마케팅에도 조심할 부분이 있다. 셀럽을 통한 과열된 전통주 판매는 소비자들의 피로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는 ‘또 연예인 전통주 제품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동일한 경우는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을 맥주업계가 경험을 하고 있다. 편의점의 4캔의 만원 수입 맥주를 대체하던 국산 맥주들이 많아지면서부터 이다. 편의점 냉장고를 채우고 있는 콜라보 맥주들이 그것이다. 한때 맥주 업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고 평가받는 콜라보 맥주에 대한 회의의 시선이 업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모든 편의점이 비슷비슷한 맥주 가격이다 보니 품질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고 라벨만 다른 뿐 차별성을 보기 어려워졌다. 많은 부분이 편의점의 기획 및 콜라보로 진행되면서 만들어진 결과일 것이다.

편의점마다 다양한 맥주들이 출시

전통주도 지금 비슷한 형태의 길을 가고 있는지 모른다. 편의점의 기획에 의해서 이루어진 시장이 과연 얼마 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긴 판매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기획제품이나 콜라보 제품은 당연히 제품의 판매에 있어 중요하고 셀럽들의 참여도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편의점을 통해 대중적인 증류식 소주가 지속적으로 판매되는 상황에서의 기획제품과 판매가 없는 상황에서 기획 제품만 만들어지는 상황은 의미가 다를 것이다.


기획제품은 결국 그 기획이 효과가 없거나 상품 가치가 떨어지면 바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편의점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은 고마운 일이고 전통주 업계에서는 필요한 판매 채널이다. 하지만 전통주 자체를 편의점의 대표 판매 술로 만들기 위한 긴 호흡의 기획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콜라보 마케팅을 넘어 전통주를 편의점의 대표 주종으로 만들기 위한 중장기적인 기획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동여주도와 편의점이 기획한 프리미엄 전통주 @CU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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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술에 게재된 컬럼입니다.


https://soollife.com/?p=4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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