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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존재하던 주세(酒稅) 제도를 알아보다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150

이 글은 “조선시대 주세운영에 관한 연구 –19세기를 중심으로-(박소영)”의 논문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원문 읽기를 권한다.     


   ‘죽음과 세금 외에는 확실한 것이 없다.(Nothing is certain but death and taxes)’라는 영미권의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라는 말로 의역되어 널리 사용된다. 이 말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와인 애호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이 한 말로 인간의 삶에서 죽음과 세금은 절대 피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세금은 피할 수 없는 존재다 @픽사베이


  세금의 역사는 와인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와인의 시초가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다양한 유물을 통해 유추해 보자면 신석기시대인 기원전 약 4,000년에 와인 용기 뚜껑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조지아에서 발견되기도 하였으며 기원전 약 3,500년경의 항아리 안에서는 와인이 있었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와 비슷하게 인류 최초의 세금에 관한 기록은 기원전 2,500년 전 수메르 라가시 왕조 때 점토판에 기록된 세금 징수 흔적이다. 하지만 문자 기록이 없던 이전에도 국가의 형태가 존재했던 것을 고려하면, 세금은 그 이전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대 로마에는 오늘날 주민세와 비슷한 인두세(人頭稅)를 비롯하여 가축세, 올리브세, 물고기세, 노예해방세 등이 있었으며 맥주와 와인에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 역시 와인에 농산물 세율과 유사한 10% 정도의 세금을 부과하였으며 포톨레마이오스 2세 시절인 기원전 174년 목판에다 잉크로 쓴 세금 영수증도 발견되었다.     

신석기시대 토기 – 크라미스 디디 고라 (Khramis Didi-Gora)에서 발견된 8,000년 전 토기 @조지아 국립 박물관


   이처럼 세금의 역사는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변화에도 관계가 있다.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혁명, 조선 동학혁명도 과도한 세금이 도화선이 되었다. 와인 세금은 1789~1799년에 일어난 프랑스혁명에도 영향을 미쳤다. 와이너리는 과중한 토지세에 더해 와인을 팔 때마다 판매세를 내야 했다. 그리고 파리와 같은 대도시로 와인을 반입할 때는 통행세를 추가로 냈다. 이 때문에 프랑스혁명 당시 와인 가격은 종전의 3배로 치솟았고 이에 불만이 있던 사람들이 프랑스혁명 중이던 1789년 5월 1일 이러한 세금을 철폐시켰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1791년 세수 확충을 위해 주세를 도입했다. 하지만 위스키를 화폐대신 사용한 서부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돈에 세금을 물린다고 폭동을 일으켰다. 미국 건국 후 최초 반란인 ‘위스키 반란’은 주세에 대한 농민 반발에서 비롯되었다. 결국 농민들의 많은 항의 집회로 인해 위스키세는 폐지가 된다.

위스키 반란 가담자들이 세금징수원에게 타르를 칠하고 깃털을 붙인 다음 작대기에 올려 창피를 주고 있다. (1880년 그림) @위키피디아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세금 징수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 역사적으로 국가는 재정 마련을 위해 특정 품목의 생산과 유통을 국가가 독점하는 전매제도를 활용했다. 하지만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가장 선호했던 방법은 세금 징수였다. 그러기에 쉽게 걷을 수 있는 세금 중에 하나인 술에 세금을 붙이는 주세(酒稅)는 여러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졌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한(漢) 나라 시대(기원전 202-기원후 8년)나 주위진남북조시대(220-589) 때에 주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국가의 중요한 재원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중국의 다양한 정치 제도들을 흡수해서 사용하던 고려나 조선이 중국에서 오래전에 시행했던 주세제도는 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세금을 부가하는 주세법을 1871년 메이지 시대에 시행하면서 집에서 만든 술을 금한다. 이후 일본 최초의 주류 관련 법령이라 할 수 있는 ‘주조세법’이 1896년에 제정되면서 조금 더 체계적인 세금 부과를 시행한다. 우리나라에서 주세는 연초세와 함께 근현대에 최초로 도입된 근대적인 조세이다. 일본이 조선의 술을 현대화하고 개량한다는 목적으로 1909년에 「주세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주세의 도입목적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재정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에 맞게 주세는 한때 전체 국가 세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2%까지 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금이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세제도가 일제강점기 일본이 도입했다고 배워왔고 조선시대에는 주세는 없었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논문 자료(조선시대 주세운영에 관한 연구, 박소영)에 의하면 18세기부터 조선에도 주세법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조선후기 정치가였던 이헌영(1837~1907)이 집필한 “용만집략(龍灣集略)”에 남겨진 의주 지방의 각종 첩보사를 통하면 당시 의주에서 군사를 양성하는 목적으로 주세, 우피세, 곡자세를 징수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1885년 함경남도 통어사 조재관의 장계는 조선시대 주세의 징수목적이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함경남도 6읍의 주세와 각종 세금을 걷어 본영 장사들의 봉급과 새롭게 훈련하는 군수의 돈이나 곡식(穀食)이 모자라는 수효(數爻)를 보충했다. 하지만 많은 기록들을 보면 19세기 황해도와 평안도 암행어사의 별단에는 주세가 지방에서 징수되어 지방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한시적 성격의 지방 잡세로 추정했다. 이밖에도 정약용의 “목민심서”에서도 당시 조선에서 금주령 때에 반드시 세금이 붙는다고 하여 당시의 주세는 주로 양조를 규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있는 조재관의 주세 관련 장계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이밖에도 누룩에도 세금이 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곡자도고(곡자-麯子 : 누룩, 도고-都庫 : 상품의 매점매석을 통해 이윤의 극대화를 노리던 상행위 또는 이를 하던 상인이나 상인조직)중 전라도 전주와 평안도 순천에 곡자도고를 두고 운영하면서 곡자세뿐만 아니라 주세를 징수해서 정부기관(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 제중원)의 경비를 보충했다. 이를 통해 지방의 재정이었던 곡자세와 주세가 중앙 공기관의 재정운용을 위해 중앙에서 파견된 사람들로 하여금 관리를 받게 되었다. 이때부터 주세는 중앙 기관의 재정보충을 위한 정기적 세금 성격을 갖게 되었다. 이밖에 1896년 오승태 등이 재용을 절약하는 것 등 나라를 부강하게 할 아홉 조목의 계책을 진달 하는 상소 안에는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군대를 두는 방안으로 술과 담뱃세를 받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때부터 국지적 주세에서 국가적 주세로의 논의가 시작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한일합병 등을 통해 결국 일본에 의해 주세 제도가 들어오고 조선 통치자금으로 사용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고종실록(고종 33년 11월 25일) 오승태의 상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이처럼 이 논문에서는 지금까지 조선에 주세가 없었다는 내용을 반박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조선의 주세 제도를 통해 일제강점기 주세 제도의 도입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분명 일본에 의해 도입된 세금을 위주로 한 주세법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가양주 및 전통주 문화가 사라진 것은 분명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던 역사적 부분은 우리도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에 주세제도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 우리 스스로 알아야 하고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아직 이러한 연구가 부족하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술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기회를 통해 조선의 주세제도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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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주세운영에 관한 연구 - 19세기를 중심으로 -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41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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