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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열수,경강 그리고 한강-열한번째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_1

  한강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제안해달라는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코스를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몇가지 요구사항 중에 12개 코스로 만들고 전체를 이어서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한강의 다리도 최대한 많이 건널 수 있기를 바란다는 조건이였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이리저리 고민해보고 주변 해설강사들과 역사지식에 밝은 분들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길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문제 이기도 하지만 어디서 출발하느냐입니다. 출발점에 따라 주제도 코스내용도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강 최초의 다리는 한강철교인데 이러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코스를 정하면 한강만 포함될 뿐 주변으로 연계하기 어렵겠다는 고민이 더해집니다. 그래서 서울 중심과 한강을 연결할 수 있는 청계천을 넣어서 이야기를 풀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스상에서 겹쳐서 지나가야 하는 곳이 두모포가 있었던 서울숲 공원이였습니다. 예전에는 물류의 중심지이자 한양으로 들어가는 주요 포구였던 곳이 한강길 코스에서는 환승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지역과 지명이 가지고 있는 힘은 세월이 흘러도 유지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두무개에서 풍경을 즐기다 – 서울숲 생태다리 건너     


  서울숲은 서울에서 3번째로 큰 규모의 자연생태 공원입니다. 대부분 공원 중앙의 호수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휴식하고 산책을 합니다. 하지만 공원 중앙에서 오른쪽을 보면 승마훈련원과 서울성수중학교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를 가로질러 산책길따라 걸어가면 아담한 습지공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뚝섬유수지체육공원’으로 되어 있는데 체육공원이라기 보다는 습지위 억새 가득한 둥지와 같은 공원입니다. 습지위를 둘러볼 수 있는 데크 산책길과 여기에 휴식을 취하는 야생 조류들을 몰래 훔쳐볼 수 있는 탐조대 등 시설이 갖추어진 곳입니다. 특히 가을에 억새꽃이 피어나면 반짝이는 모래를 뿌려놓은 듯 은빛이 가득 펼쳐진 공간이 됩니다. 규모면에서는 하늘공원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나름 서울숲에서 만나는 숨은 공간을 찾아낸 듯 소소한 즐거움을 간직한 곳입니다.     


  다양한 수목이 가득한 숲을 가로질러 성수대교 아래를 가로질러 가면 예전 2코스로 걸어왔던 코스를 반대로 거슬러 갑니다. 2코스에서는 서울숲 방향으로 걸으면서 압구정동과 성수대교의 모습을 주로 볼 수 있었다면 거슬러 가는 지금은 중랑천 합수부의 노니는 오리떼와 정면에 뾰족하게 서있는 응봉의 모습을 온전히 올려다 볼 수 있습니다. 두모포가 있었던 중랑천 하구는 예전부터 풍경이 아름다워 뱃놀이뿐만 아니라 물고기가 많아 낚시를 많이 했던 장소라고 합니다. 특히 응봉 아래쪽은 커다란 바위가 있어 낚시하기 가장 좋은 장소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아래를 선바위 또는 큰바위가 있었던 장소라고 해서 ‘입석포(立石浦)’라 불렀고 한도십영(漢都十詠)으로 손꼽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한도십영은 월산대군 및 서거정, 강희맹 등 당대의 문인들이 한양의 아름다운 볼거리를 선별하여 유람을 하였는데 이를 한시로 읊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에 입석포가 있었던 응봉아래는 ‘입석조어‘라하여 낚시뿐만 아니라 응봉아래 풍경이 수려하고 압구정까지 건너다 볼 수 있었던 명소였다고 얘기합니다. 그 중에 강희맹의 시 한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강희맹의 입석조어     

長川嚙岸石獨立(장천교안석독립) : 긴 냇물은 언덕 돌아들고 바위만 우뚝 하고

崖下泓澄藻荇碧(애하홍징조행벽) : 벼랑 아래 맑은 물에, 마름풀이 푸르구나.

羽輕縷細餌偏香(우경루세이편향) : 깃털처럼 가볍고 실 끝처럼 가늘어 미끼마다 향기로워

大魚潛淵小魚躍(대어잠연소어약) : 큰 고기는 못 속에 있고, 작은 고기는 날뛰는구나.

得雋傳呼催作羹(득준전호최작갱) : 살찐 고기 잡아서 국 끓이라 재촉하니

眞味瀉下春滿甁(진미사하춘만병) : 진미가 물 쏟아지듯 병에 봄이 가득하다

斜風細雨醉不歸(사풍세우취불귀) : 비껴 부는 바람과 가랑비, 취하여 돌아가지 않고

一任江湖知姓名(일임강호지성명) : 강호에 몸을 맡긴 사람, 누구인지 알겠노라.         

 


  서울숲 공원이 있는 여기는 예전에는 뚝섬으로 불리웠고 경마장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과천 경마장으로 이전했지만 말을 키우고 관리했던 것은 지금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중랑천이 넓어 배를 타고 건너야 하다보니 섬처럼 보여서 뚝섬(또는 둑도)라고 불렀으며, 조선시대 장안평과 더불어 목마장이였고, 특히 자마(암말)를 많이 길러 자마장(또는 자마리) 라고 불리웠습니다. 그 규모가 커서 서울숲부터 뚝섬유원지역이 있는 자양동 일대까지 말을 키우고 관리하던 목장터였다고 합니다. 뚝섬일대는 풍경도 아름답기도 했다보니 서울 중심의 전차가 왕십리를 거쳐 뚝섬까지 이어져 2번째로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옛 한양에서 뚝섬까지 오려면 광희문 또는 흥인지문을 나와 영도다리를 건너 중랑천앞을 건너야 했습니다. 세종때는 상왕이였던 태조를 자주 뵈러 가기위해 이곳으로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니기 편하도록 배가 아닌 석재로 다리를 놓았는데 그것이 영도다리와 살곶이다리입니다. 이처럼 뚝섬지역, 지금에 서울숲 공원이 있는 장소는 예전부터 자주 오가던 장소였었습니다.  이제 응봉으로 가기위해 중랑천을 다시 건너야 합니다. 그리고 응봉역을 거쳐야 응봉에 다다르게 됩니다.          



경의 중앙선의 중간역 응봉역     


  이곳 응봉동은 이곳에 응봉산이 있는 데서 유래되었습니다. 응봉은 산 모양이 매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라고 해서, 또는 왕이 이곳에서 응방을 두고 매사냥을 하였기 때문에 매봉이라고 하였던 것을 한자명으로 표기하면서 응봉이 되었다고 합니다. 매를 잡아 훈련을 시키던 응방이 있던 곳으로 고려 원 간섭기부터 조선 세조 때까지 중요 진상품으로 우리나라 매를 보냈습니다. 주로 평안도와 함경도에서 매를 잡아 이를 여기서 훈련시켜 보냈고, 이 일을 하는 관청이 이곳에 있었습니다. 매를 사육하고, 훈련시키는 사람들을 응방삼패라고 해서 삼교대로 일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말중에 ‘수진이, 날진이 해동찬 보라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중에 앞에 2단어가 매와 연관이 있습니다. 매를 어떻게 훈련시켰느냐에 따라 구분짓는 말입니다.     


 응봉을 가기위에 응봉역 아래 토끼굴을 건너야 합니다. 응봉역은 현재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역사이자 동해까지 이어진 KTX의 경유철로입니다. 1978년에 영업을 개시할때는 성수역이라고 정해졌었습니다. 이후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서 역명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에 응봉역으로 이름이 변경됩니다. 어찌보면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돌을 빼낸 형국입니다. 응봉역이 지나는 철도는 애초에 용산역에서 출발하여 동두천지나 백마고지역을 거쳐 북한의 원산역까지 운행하던 경원선이였는데 분단으로 백마고지역까지만 운행하게 되었습니다. 수도권에 전철과 지하철이 들어서면서 용산과 회기역 사이를 지하로 연결되는 1호선이 완공되면서 경원선의 운행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부열차가 용산역과 회기역만 오가는 노선만 존재했었는데 경의선과 중앙선을 연결하게 되면서 상황이 바뀝니다. 간이역으로 격하되었던 응봉역은 다시 정규역사가 되었고 경의중앙선 및 동해역까지 운행하는 KTX와 경춘선 ITX가 지나가는 경유지가 되어 운행이 빈번한 노선으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시간을 두고 전철 운행하는 것을 보면 다양한 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KORAIL과 서울METRO가 함께 노선을 공유하여 운행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서울메트로는 서울 권역만 운행합니다. 이후 수도권으로 운행하는 전철은 모두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전철이며, 같은 철로에 공용으로 운영합니다. 그러다 보니 철로가 역방향으로 운행하는 것도 경험하게 됩니다.

  응봉역을 나와 왼쪽 응봉동 방향으로 걸어가면 작은 집들이 산에 기대어 오밀조밀 붙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위에 산이 보이는데 응봉산 정상이며, 우리가 가야할 길이기도 합니다. 오르막길이지만 등산이라기보다 낮은 경사의 오르막길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겁니다. 그리고 응봉산 가는 길에는 바닥에 커다란 안내 표시가 있습니다. 어두운 저녁에도 잘 보이기 때문에 낮이나 밤이나 길을 헤매지 않고 응봉산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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