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기억되는 길
둘레길 완주의 기쁨을 경험하다, 지리산둘레길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골목길을 찾아다니면서 걷기 좋은 길을 경험했다면 숲길을 다니면서 시야을 넓히고 자연이 주는 선물을 경험하는 계기가되었다. 그 이후 둘레길에 빠져 이곳저곳을 많이다니게 되었는데 둘레길 프로젝트팀에 들어간 것도 커다란 기회이자 인생을 바꾸는 계기였다. 당시 전국 곳곳에 이름없는 숲길이 거창한 이름을 달고 선보이기도했고 산이름만으로도 장중함을 주는 둘레길도 있었다. 그렇게 당시에 생긴 둘레길은 거의 다 다녀왔다. 단순히 둘레길을 걷는것만이 전부가 아니였다. 둘레길에 있는 이야기, 숙박, 식당, 대중교통, 헷갈릴만한 장소 등 둘레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찾아서 모으는 작업을 병행하는 답사이자 취재활동이였다. 그렇게 많은 둘레길을 다니면서 이모든 작업의 정리는 내가 도맡아했다. 그러다보니 정리된 리포트자료가 지금의 나의 재산이 되었다. 둘레길은 짧으면 100km도 안되었고 길어도 2,300km 정도였다. 십여년 전에는 해파랑길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 최장 코스는 지리산둘레길, 제주올레길 정도였다. 모든 코스른 발품을 팔아 걷고 모든 코스를 건는것을 목표로 했다. 다른 둘레길은 짧아서 금새 끝낼 수 있었지만 지리산 둘레길 만큼은 쉽게 끝내지 못했다.
한 주에 3~4개 코스를 돌아보면 5주 정도면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그 사이마다 다른 일이 생기던가 날씨로 인해 밀리곤 했다. 지리산둘레길은 그렇게 나에게 쉽제 자리를 내주지 않는 곳이였다. 게다가 이정표가 엉망인곳도 있어서 코스 거리는 짧지만 하루종일 표지판을 찾아보면서 다녀야했던 길이 여기이다. 그렇게 21개 코스를 완주하는데 약 6개월 정도 걸렸다. 겨울이 끝나갈 즈음에 시작하여 7월 여름이 시작되기 전 비오는날 다시 주천마을에 다다랐을때 한 바퀴 다 완주했음을 실감했다.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 같이 걸었던 일행만이 서로에게 고생했다고 덕담을 하며 마무리했다. 길여행에 있어서 완주라는 것을 크게 신경쓰고 걷지는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걸으면서 느끼는 길위에 과정이였지 완주를 통한 목표달성, 완료, 마감과 같은 단어를 크게 의미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리산 둘레길은 그렇지 않았다. 워낙 이름이 높은 산이기도 하였고 오랜시간 이곳에 집중을 했었기 때문인지 완주했다는 기쁨이 제법 중요하게 와닿았던 곳이였다. 둘레길을 걸을때 목표가 있으면 달성을 해야하기 때문에 보다 더 노력을 한다. 목표가 없다면 언젠가 끝나겠지 하는 생각에 시간이 엄청 늘어지거나 중도에 포기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제까지 마무리하자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당시에 길었던 지리산둘레길을 완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후에 느껴보는 완주의 기쁨이였다. 길여행은 걷는 과정도 중요하다. 때로는 과정보다 완주의 경험을 체험하며 걷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목적없이 소비하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름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작거나 크거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노력한다. 왓칭을 하던, 버킷리스트를 만들던, 일정관리를 하던 무언가 행동을 한다. 그로인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성공 또는 완성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결국 난 패배자야! 내가 뭐 그렇지라고 스스로 내려 깍는다. 길에서 완주의 경험을 느껴보자. 그리고 인생에서도 완주를 하기위해 목적을 정하고 작은 성공을 맛보았으면 한다.
둘레길이 주는 또다른 깨달은 이야기
지금도 전국에는 둘레길이 많이 생기고 있다. 관리가 안되어 사라진것도 있고, 이름이 잊혀진 길도 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새로운 둘레길이 생기기도하고 다른 이름으로 바뀌거나 중복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둘레길은 생명이 있는 동물처럼 태어나고 자라고 바뀌고 변화하고 사라지고를 반복한다. 그러나 중량감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둘레길은 시간이 흘러도 인기가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 둘레길로써 면모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구설이 될 수 있으나 그또한 인기를 나타내는 요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될 것이다. 단순히 인기만 있다면 금새 사그라 들지만 지리산둘레길처럼 포근하게 감싸주고 때로는 매서운 질타를 하듯 길이 험하지만 그 마음은 조심해서 다니라는 것을 내포하고 있음을 안다면 전혀 질타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도 인기에 부합하기보다 자기에 의견을 피력하고 내세우며 지조있는 모습을 보이면 진실함을 느낀 사람들은 따라오게 되있다. 잘보이기위해 눈가림 하는것이 아닌 진솔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리산 둘레길이 나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