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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포츠 기고]이토록 특별한 한강, 한강과 산


  한강 주변에는 산책길을 품은 작은 산이 많다. 어느 곳은 짧게 올라서서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지만 어떤 길은 시간을 내어 구불구불 숲길을 올라가야 만나는 전망대도 있다. 애인과 함께 한강의 야경을 즐기위해 보다 가깝고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한강의 데이트하기 좋은  코스를 소개하려고 한다. 



한강의 끝자락개화산


 개화산은 서울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산이다.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 2번 출구로 나와 개화초등학교 옆길로 접어들면 개화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강서둘레길이 나온다. 개화산숲길로도 불리는 강서둘레길에는 1, 2, 3코스가 있다. 이중 제1코스를 함께 올라보자. 조금 더 쉽게 오르고 싶다면 코스 근처에 있는 ‘약사사’라는 사찰에서 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약사사까지는 자가용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부터 개화산 정상까지는 매우 가깝다. 약사사 앞에 주차하고 일주문을 바라보며 오른쪽 숲길로 접어든다. 그곳에서 200여 미터 더 올라가면 개화산 정상에 도착한다.


 좁은 숲길을 벗어나 탁 트인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나? 제대로 찾아왔다. 너른 광장 같은 정상에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두 군데의 전망 데크가 있다. 조금 더 아래쪽에도 데크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강 조망은 갑갑한 마음을 뻥 뚫리게 한다. 개화산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풍경에는 여의도와 합정동 일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여의도와 합정동 일대가 훤히 보인다. 겹겹이 붉은 빛 가로등이 켜진 다리들도 보인다. 그중 가장 도드라지게 보이는 다리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과 경기 고양시 강매동을 잇는 방화대교다. 데크 전망대에 올라서면 정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장면은 흡사 영화 <인터스텔라(2014)>에 나오는 블랙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전망데크에는 지붕이 있는 정자가 있다. 소풍하듯 간단한 음식을 챙겨 오르면 한강의 장관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다. 개화산 정상은 매우 넓은데다가 갈림길이 여러 개 있기 때문에 산길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는 자칫 헤맬 수 있겠다. 따라서, 개화산이 처음이라면 하산할 때는 약사사를 거쳐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이 코스는 길의 폭도 넓고, 가로등이 있어 안전하다.                    


  한편, 개화산은 1950년 6월 25일에 일어난 한국전쟁 당시 연합군의 인천상륙작전 이후 격전지로 사용된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개화산에는 탱크가 주둔하던 방어막과 참호 시설이 곳곳에 남아있다. 한강의 서쪽에 위치해 있어 바다와 연결되는 곳이기도 해 교통의 요지이자 군사적인 요충지이다. 이러한 이유로 개화산은 행주산성의 덕양산과 함께 한강 하구를 지키는 요새의 역할을 했었다.

                            

                                                                       

서울둘레길 6코스에서 만나는 증미산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무척이나 길다. 어느 장소에서 한강을 보느냐에 따라 한강은 가지각색의 모습을 나타낸다. 한강의 야경도 마찬가지다. 한강의 야경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강서구 염창동에 있는 증미산이 딱이다. 증미산 전망대는 서울둘레길 6코스에서 만나는 곳으로 가장 최근에 조성된 공원이다. 지하철 9호선 증미역에서 도보로 약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다.

지하철역에서부터 증미산, 증미산 전망대까지 어떻게 가면 될까? 증미역 2번 출구로 나와 증미역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약 200m 걸어가면 가양9단지 사거리 끝에 성은교회가 보인다. 성은교회 바로 뒤편에 있는 염창산둘레길 이정표를 보고 숲길로 접어들면 된다. ‘증미산에 가는데 웬 염창산둘레길?’ 하며 의문을 품는 이가 분명 있을 테다.  증미산은 조선시대에 소금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어서 염창산(鹽倉山)이라 불리기도 했다. 산 이름이 증미산인데, 막상 가면 이정표에 ‘염창산 산책길’이라고 표기된 이유다.숲길로 접어들면 좁은 오솔길이 여기저기로 갈라져 있다. 진입로에서 계단을 오르면 양쪽으로 이어진 염창산둘레길이 있고, 직진해 계단으로 올라가면 증미산 전망대로 바로 향한다. 사실 어떠한 길을 선택해도 전망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증미산 산자락을 따라 빽빽한 숲길을 걸어보자. 여름에는 매미 울음소리가 가득하고 봄과 가을에는 숲길 옆에 다양한 야생화가 즐비하게 피어난다. 


전망대에 다다르면 가장 먼저 흔들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 아래에 놓인 흔들의자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한강을 바라보자. 정면에는 상암동에 있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는 월드컵대교는 물론 저 멀리 성수대교까지 보인다. 해가 지면 한강의 다리들은 일제히 붉은색의 가로등을 켜고 아름다운 야경을 만든다. 증미산 전망대는 접근성이 좋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다. 화려한 장관에 비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이다. 개화산보다 훨씬 더 다이나믹한 도심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중제한강 불꽃쇼 직관 1번지서달산과 거북바위 전망대 


 걷는 것을 좋아하는가? 그렇다면 걷기 좋은 숲길은 어떤가? 단순히 걷기 좋은 것이 아니다.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갖춰져 있다. 한강을 가까이 하면서 걷기까지 좋은 산을 꼽으라면 동작충효길에 있는 고구동산과 서달산을 바로 추천하겠다. 빽빽한 잣나무 숲과 숲 치유를 체험할 수 있는 힐링데크가 잘 조성 돼 있다. 곳곳에 벤치도 있어 걷다가 지칠 때 한 숨 돌리기 좋다. 특히 달마사와 연결된 거북바위 전망대는 한강을 조망하는 최적의 장소다. 달마사는 서달산 기슭에 자리잡은 비구니 스님의 수련도량으로 동작충효길에 있는 정자인 동작대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산 중턱에 거북바위와 아미타불이 있는 곳에 데크시설을 해놓았는데 오히려 한강을 내려다보는 최적의 전망장소가 되었다.


 이곳을 찾아가려면 지하철 9호선 노들역 4번 출구로 나와 상도터널 방향으로 100여 미터 직진해야 한다. 그럼 오른편에 계단으로 된 산책길 초입을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서 시작해 동작충효길 이정표를 따라가면 고구동산을 거쳐서 서달산 정상인 동작대까지 갈 수 있다. 이 모든 코스는 도보로 대략 1시간 소요된다. 만약 조금 더 짧게, 산책하듯 걷고 곧장 전망대로 가고 싶다면, 지하철 7호선 숭실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숭실대학교 옆길을 따라 700여 미터 정도 올라간다. 숭실대학교 옆길 끝에서 사거리 신호등을 건너면 동작소방서 백운119안전센터가 나온다. 그 옆길로 들어가면 서달산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출발해보자. 데크 쉼터와 잣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데크길이 있을 것이다. 무조건 직진하면 오르막 없는 평이한 산책길을 통해 잣나무에서 풍기는 상쾌한 피톤치드향을 느낄 수 있다. 데크길 끝자락에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만나는 곳에서 오른쪽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부드럽고 편하게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서달산 정상으로 가려는 이유는 오로지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할 만큼 그 모습이 감히 장관이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한강 불꽃놀이가 펼쳐질 때 감상하기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서달산에서 조망하기 좋은 곳으로 동작대와 거북바위 전망대도 유명하다. 특히 거북바위 전망대는 단연 최고의 전망을 선사한다. 여의도 주변과 한강 중심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자 한강대교의 아치교가 멋있게 보이는 장소다. 거북바위 전망대는 달마사 사찰 안에 있는 시설로 거북바위와 부처의 석상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절하기 위해 찾아오는 장소이지만, 한강을 조망하기 위해 찾는 시민들도 많다. 이 코스는 잣나무 숲에서 자연의 향을 맡으며 마음의 평안을 얻고, 해가 지면 전망대로 올라가 한강의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반나절 코스다.     

 


 서울 야경을 통째로 담은 남산


 앞선 코스보다 조금 더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더해 한강을 마주하고 싶다면 남산둘레길이 제격이다. 한강에서 가까운데다가 높이 약 262m로 나름 높은 산에 속하기 때문에 내려다보는 서울 풍경이 마치 영화관 IMAX처럼 다가오는 곳이다. 남산에는 여러 군데에 전망대가 있다. 가장 멋지고 서울 전체를 파노라마 화면처럼 볼 수 있는 곳은 남산타워 바로 옆에 있는 ‘남산공원사랑의열쇠광장’ 전망대다. 보다 한적하게 한강 일대의 풍경을 바라보고 싶다면 남산 남측 순환로에 있는 전망 데크를 추천한다.

 남산은 둘레길만큼 남산타워도 명소로 유명하다. 가장 빠르게 남산타워로 이동하는 방법은 남산 돈까스 식당이 즐비한 회현동에서 케이블카를 타 남산 정상으로 이동하는 것도 좋다.남산 정상에서 계단을 올라 팔각정을 거치면 사랑의열쇠광장으로 갈 수 있으며, 이곳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이다. 이 전망대에서는 서울의 도심 풍경과 한강 풍경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도심의 야경은 빌딩의 조명이 가득해 산만하다면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야경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며 진득한 감상에 젖게 된다. 한강 뒤편으로 어둡게 보이는 관악산과 대모산, 구룡산이 병풍을 쳐놓은 것처럼 둘러싸고 있다. 게다가 다른 지역의 여느 전망대보다 한강을 바라보는 풍경도 무척 넓다. 왼쪽 방향에 있는 성수대교부터 시작해 오른쪽 방향에 있는 양화대교까지 조망할 수 있다. 한강일대를 보다 가깝고 여유롭게 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남산타워에서 남산순환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으로 내려와 남측 순환로 방향으로 따라 내려가면 된다. 10분 정도 걸으면 오른쪽에 너른 데크가 있는데, 인적도 많지 않아 여유롭게 사진 찍으며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이다.


 데크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한남대교와 강남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반포대교와 동작대교가 보인다. 붉은 조명이 가득한 한강일대의 야경은 아름답고 화려하다.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전망데크가 하나 더 있어 한강은 가까워지지만, 울창한 소나무 숲이 시야를 가린다. 이외에도 남산은 즐길거리가 가득해 외국인 관광 명소로도 유명하다. 하얏트호텔 맞은편에 있는 남산 수목원은 도심 속 힐링 장소이며, 최근에는 서울과학전시관 옆으로 한양도성유적전시관이 조성 돼 남산에 남아있는 한양도성의 유적과 일제강점기에 축성된 조선신궁의 배전터도 만날 수 있다.




서울스포츠의 원고청탁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에서 발간하는 서울스포츠 9+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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