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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 - 26

 지난 11월에 규슈올레를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혼자서 떠나려고 하면 뭔 일들이 생겨 해외로 떠나는것이 마냥 쉽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가자고 하면 별탈없이 가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따라나섰다. 왠지 이번에 못가면 영영 못갈듯 해서... 


  규슈 올레는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으나 이제서야 인연이 닿은 장소이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변화가 거의 없는 나라이다. 그래서 자연경관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자연스레 보존이 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자연을 느끼며 걷는 사람들에겐 좋은 길여행지이다. 이번에는 규슈올레의 전체 코스 중에 사가현 일대의 코스 3곳과 후쿠오카현 일대의 코스 1개를 다녀왔다. 3박 4일 일정에 오로지 올레 코스만 다녀오는 나름 빡센 일정이다. 차를 타고 출발지로 이동하여 마냥 걷기만 하고 다시 차를 타고 되돌아와 숙소에 머물면서 저녁식사하고 잠을 자고 다시 올레길을 찾아가는 식으로 4일을 보냈다. 일본 마을의 경관이나 문화를 느낄 시간도 없이 오로지 걷는 것에만 진심을 다했다.  이번이 여행으로 왔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답사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왠지 부족한 시간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좀더 꼼꼼히 코스를 보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없이 오로진 전진만 할 뿐이었다. 짬짬히 사진을 찍고 눈으로 기억하면서 코스를 걸었다. 쉼도 없고 오로지 앞서간 대장의 말에 따라 쉬거나 전진만 할 뿐이다. 오로지 자기의 기준에 따라 이동하니 같이 동행한 회원들간에 거리가 벌어지기도 했다. 누군가는 뒤에오는 사람을 위해 갈림길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가장 큰 사건은 둘째날 다케오 코스에서 발생했다. 다케오역에서 출발하는 것은 좋았으나 역사의 어느쪽에서 시작해야 할지 찾지못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 결국 한참을 헤매다가 남쪽 출구를 통해 올레길의 시작점을 찾았다. 도심을 따라 올레길 푸른 화살표를 따라 가면서 하염없이 걸었다. 좀은 2차선 도로에는 차량이 많지 않아 소음도 없고 갓길 주차된 차량도 없어 표지판을 찾기 수월했다. 제주는 도심 권역은 차로인해 표시를 찾기가 어렵지만.... 다케오 코스는 다케오강(하천정도 되보이는)을 건너면서 땅콩 모양으로 왼쪽길로 크게 돌아가야 한다. 다리 건너 오른쪽을 바라보면 올레 표시판이 보이는데 이것은 이케노우치 저수지를 거쳐 오는 코스의 표시물인데  이케노우치 저수지로 가는 길에서도 보인다. 그래서 저 표시인줄 알고 선바로 나섰던 분들이 그쪽으로 이동을 하였다. 무심코 따라 걷다보니 코스가 점점 다케오 시내로 이어지는것이 이상하여 코스를 검색해 보니 역시나 방향을 잘못 들어섰던 것이다. 이를 앞서가던 대장에게도 얘기했으나 말을 듣지 않는다. 게다가 옆에 있던 분이 gpx 데이터 공유앱에서 받은 것을 대조해보니 맞는 길이라고 한다. 결국 나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은채 올레길은 이어졌고 역시나 예상시간보다 일찍 끝났고 대장보인도 예전 기억에 갔었던 곳을 거쳐가지 않았음을 느끼고 그제서야 나의 말을 인정해줬다. 그러면 뭐하나 되돌아 가기에는 너무나 많이 돌아와 있는 것을...


 길을 나설때 항상 준비를 한다. 예전에 다녀왔더라도 길은 변하기 때문에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통제가 될 수도 있고, 개발이나 공사로 인해 우회길이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답사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올레길이 그저 여행이었다면 뭐 그럴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갔겠지만 답사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큰 소홀히 넘긴것이 너무나 신경쓰였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아쉬움이랄까...


  길에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편하려 하면 사람들이 헤맬것이고, 내가 보다 신경쓰고 길잡이 역할을 해야 헤매지 않는다는 것을... 길잡이는 답사를 위해서도 준비를 해야 한다. 이상하다 싶으면 재차 확인도 해야 한다. 이번 여행이 무슨 의미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해야만 했다. 이러한 주제가 부제하니 따라오는 사람들도 길을 찾아가는 사람도 오로지 직진만 할 뿐이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가야 할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줄도 알아야 한다. 수정하고 변동할 수 있는 사황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레밍이라는 쥐무리가 선두를 쫓다가 절벽으로 집단으로 떨어지는 상황처럼 될 수 있다. 누군가는 제지하고 절충하면서 폭주하는 상황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중재가 있어야 길에서 안전하게 찾아갈 수 있다. 


이것이 길이 주는 '소통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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