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걷기여행 또는 도보여행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지금도 둘레길을 걷는 카페의 이름을 보면 걷기여행, 도보여행 이라는 말을 쓴다. 오로지 걷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 걷기 좋은 숲길을 찾아가 걷는 자체로 즐거움을 경험한다. 지금에 나는 걷기여행 이라는 말보다 길여행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길위에서 걷는 것이기 때문에 걷는 자체보다 길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어떤 길을 걷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 같은 숲길을 걷더라도 오로지 걷는 사람은 땀이 나느냐 아니면 운동에 도움이 되느냐만 생각하지만 풍경을 보고 즐길줄 아는 사람은 주변 풍경과 숲의 나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즐긴다. 나는 숲길을 걸어도 즐기는 것을 넘어서 같이 찾아오는 동행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해 줄까하는 고민을 한다. 그냥 걷는 것도 좋지만 숲길이 왜 좋은지, 이 길이 어떠한 의미를 주는지 알려주고 싶은 나의 오지랖이다. 나름 길에서 역사해설도 해주곤 하였지만 이것도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해달될뿐 그외 사람들은 재미난 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길여행을 갈때는 많은 에피소드를 장착하고 준비를 한다.
준비한 에피소드와 메시지를 펼쳐낼 장소도 중요한데 길여행의 코스에 쉬면서 에피소드를 풀어낼 장소를 꼭 정해놓는다. 수원화성에 가면 서장대에서, 인왕산에 가면 무무대 전망대에서, 성북동에 가면 심우장에 꼭 들러 툇마루에 앉아 쉰다. 그리고 동행인들에게 메시지를 들려준다.
"이곳은 만해 한용운 선생님이 말년에 거쳐했던 곳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집으로 조선총독부를 보기 싫어서 북향으로 지은 집이기도 합니다. 만해 선생은 이곳에 거쳐하며 많은 고민과 상념을 했을 겁니다. 빼앗긴 나라와 자신이 어떻게 무얼 해야할지도 고민을 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곳에 앉아서 고민도 많이 해결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여러분들도 고민이 많고 생각이 복잡하더라도 이곳 심우장 툇마루에 앉아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풀어가면 어떨까하여 이곳에 모신겁니다. 심우장(尋牛莊)의 '심우(尋牛)'라는 의미는 소치는 아이가 산에서 소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으면서 깨달았던 과정을 표현한 것이 심우(尋牛)입니다. 소중한 것이 있을때는 몰랐지만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되는 것처럼 우리는 주변에 소중한 것이 있어도 잘 모릅니다.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여러분 옆에 있는 분들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 잘 아껴주길 바랍니다."
말이 끝나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이해하고 실행할지 모르지만 깨닫는것은 각각 사람들의 몫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걸으면서 길에서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뿐이다. 심우장을 내가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