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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28

누구를 위한 길이 좋을까?

  

지난 주 아는 형님을 만나기위해 제주도를 다녀왔다. 마지막 날 산책도 하고 해장도 할 겸 도두봉을 찾았다. 예전 제주에서 맛보았던 접짝뼈국이 생각나 주변을 찾아보니 식당을 찾을 수가 없었다. 좀더 주변을 둘러보다가 접짝뼈국이 써져있는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담백하게 맛보았던 뼈국을 주문하고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며 기다렸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놀랐다. 분명 뼈가 있는 고깃국이 나와야 하는데 정갈한 몸국같은 모습의 뼈국이 나왔다. 혹시 주문을 잘못했나 싶어 사장님께 다시 뼈국이 맞는지 물어보았다. 여기는 뼈가 붙어있는 뼈국이 아닌 뼈에 붙은 고기를 발라내어 내어주는 방식의 뼈국이란다. 당황했지만 숟가락을 들고 한 입을 먹고나니 마음이 풀어졌다. 맛있고 직접 손을 대어 뼈에 고기를 발라내는 번거로움도 없고 죽처럼 걸죽하니 속이 편해지는 느낌이다. 


 " 이렇게 발라서 내어주니 먹기 편하네. 사람들이 좋아하겠는데.. 그치 길에서는 어떤길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


  밥을 먹으면서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는 둘레길이 무척 많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성한 둘레길도 있고 민간단체에서 만든 둘레길도 있다. 대체로 민간이 만들고 운영하는 둘레길이 보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정부에서 만든 길은 그냥 길이라는 느낌이 다분하다. 지도에 선을 그어서 만든것처럼 보일때도 있고 시작과 도착지점이 산 중턱에 있거나 마을에서 벗어난 곳에 설정해 놓은 곳도 많다. 여행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도록 억지로(?) 만든 길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반면에 민간단체에서 만든 길은 걸어본 사람이 찾아서 만든 길이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걷기 편한 숲길, 잊혀졌던 옛길,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찾아갈 수 있는 둘레길의 출발지, 도착지점이 마을 중간에 있으니 마음 편하게 쉬어갈수도 있다는 점이 정부에서 만든 길과 다른 점들이다.


  결국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길여행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을 위해 만든 길인지 아니면 공무원 스스로를 위해 만든 길인지 차이이다. 아무리 국민을 위해서 만들었다 하더라도 배려해주는 둘레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정부가 만든 길이다. 아무리 길고 다양한 코스를 만들어 국토를 휘감아 돈다고 해도 걷다 쉬다 할 수 없다면 사람들은 찾아가려 하지 않는다. 제주 올레에 길꾼이 많은 것은 어느곳에서나 쉬었다 갈 수 있는 숙박과 마을이 많다는 점이다. 이것도 여행자 입장을 배려한 것이다.


  아무리 돈을 들여 데크를 깔고 고급진 평상을 깔고 정자와 전망대를 설치했더라도 이것만 보고 길을 찾아가지 않는다. 걷는 사람이 좋아하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라면 쉼터가 부족해도 찾아간다. 배려없는 둘레길은 사라지고 찾지않는 길이 된다.


  당신이 하는 일은 누구를 위해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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