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에는 사이다만 뜬 것이 아니라 작은 섬이 자잘하게 펼쳐져 있다. 섬들은 나름에 이쁜 모습을 담고 있어서 원하는 곳으로 뱃길이 멀더라도 찾아간다. 백패킹의 천국이라는 굴업도, 높은 산이 있는 덕적도, 삼형제 섬이 이체로운 모도, 시도, 신도, 그리고 이름도 어여쁜 자월도, 아픈 역사를 담은 실미도와 무의도, 그리고 지금은 섬이 아닌 월미도 등 수도권에서 섬여행하기 좋은 곳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만 간다는 치유의 섬이라 불리우는 승봉도가 있다. 왜 치유의 섬이라 했을까 궁금한 마음에 더운 여름이지만 찾아갔다.
섬아 어떻게 가야 하니?
승봉도를 가는 방법은 2가지이다.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배를 타던가 아니면 인천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으며 하루 2회씩 운행을 한다. 위치상 인천터미널이 가깝기는 하지만 차를 배에 태우고 가기에는 매우 이른 시간에 터미널에 가야 한다. 그래서 시간대비 배삯도 괜찮은 곳이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이다. 승봉도 가는 시간도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더운 여름이지만 객실은 썰렁하기만 하다. 게다가 온돌방처럼 되어있는 구조라 일찍 배를 탑승해야 벽에 기대어 앉을 수 있다.
승봉도가는 배는 묵직한 엔진음을 내면서 바다를 미끄러져 나간다. 영흥도를 왼쪽에 끼고 푸른 바다를 거침없이 나아간다. 날씨가 좋아서 배는 출렁이지 않고 잔잔한 침대위에 놓인것처럼 안락하기만했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달려와 승봉도에 도착한다. 승봉도행 배는 승봉도뿐만 아니라 대이작도, 소이작도도 이어가는 배이기 때문에 처음에 내리지 못하면 다른 섬에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 도착한 섬에 내려야 승봉도에 닿는다.
너는 왜 치유의 섬이니?
한 시간여 배를 타고 도착한 승봉도에는 노란 버스가 선착장앞에서 배에서 내리는 사라들을 기다리고 있다. 승봉도를 오가는 버스가 아닌 펜션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라고 한다. 모두 같은 모양에 같은 색상이라 승봉도 전용 버스처럼 보인다. 이 버스가 승봉도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숙박하는 손님들을 안내해주기도 한다.
승봉도에 도착하여 당산 산림욕장으로 가려면 땡볕에 마을길을 따라 10여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그늘이 없기 때문에 스쳐가는 노란색 셔틀버스가 너무나 부럽게 느껴진다. 산림욕장 초입은 넓고 경사가 낮은 오르막길이다. 길따라 올라가면 당산 정상까지 이어지고 길 양쪽 옆에는 곰솔이 가득 자리잡고 있다. 소나무가 가득한 곳은 피톤치드가 분비되기 때문에 산림욕하기 적당하다. 하지만 소나무 숲길은 짧기만 하다. 정상에서 목섬으로 가는 좁은 오솔길에 간간히 소나무가 보이기는 하지만 빽빽하게 우거진 숲이 아니라 여름에는 덥게 느껴진다.
승봉도에서 가장 어여쁜 길은 목섬으로 향하는 데크길이다.
데크길은 약 2km 남짓인데 해변을 따라 조성되어 있어 바닷풍경을 가득히 눈에 담으며 갈 수 있는 편한 길이다. 풍경이 아름다우니 마음이 자연스레 풀리고 행복해졌다. 사람은 좋은 풍경, 감동을 받을 때 좋은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치유를 경험한다. 승봉도가 치유의 섬이라고 불리우는 것은 소나무숲보다 여기 데크길을 걸으면서 서해바다 풍경과 조우하기 때문이다. 푸른 바다가 펼쳐져 서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색깔이 바다색이 이쁘다.
간간히 설치된 팔각정에서 쉬어가기도 조망하면서 쉬엄쉬엄 걸을 수 있다. 이곳은 절대로 빨리 걸어야 할 곳이 아니라 시음하듯 음미하면서 걸어야 제맛이다. 그저 해가지는 순간까지 자리잡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저 해변에 파라솔하나 세우고 멍하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승봉도의 해안은 바위가 많아 독특한 모습의 바위가 많다. 가장 넓은 이일레해변을 비롯하여 4곳의 작은 해변을 가지고 있어 가는 곳마다 바다 풍경이 다르다. 변화가 많은 해변이다. 다행스럽게도 해변 옆에 작은 카페가 하나 보인다. 해변을 걷던 여행객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쉬어간다.
너는 다른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니?
승봉도의 찐 매력은 단순히 이쁜 길만이 아니다. 아기자기한 섬의 모습, 그리고 해가 지는 석양의 바다 풍경, 그리고 어둠 속에 반짝이는 별빛이 가득한 하늘이 기대되는 곳이 여기다. 다른 섬도 밤하늘이 기대가 되지만 이곳은 마을의 불빛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밤하늘은 주변 불빛이 없어야 더욱 환하게 비치는 별빛을 올려다 볼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이 승봉도이다.
작은 섬에는 주민센터도 있고, 성당도 있고 보건소도 있다. 이렇게 기반 시설을 갖춘 섬은 처음 접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도,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섬이여서가 아닐까 싶다. 가을에 보는 섬의 풍경이 이쁠듯하다. 모든 집의 지붕은 짙은 파란색이라 단풍의 붉은 빛과 대비되는 풍경을 보여질 수 있기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욕구를 일으켰다. 더위가 가신 가을 날 1박여행으로 다시 찾아갈 것을 기약하고 배를 타고 되돌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