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좋지만 짐 싸는 건 귀찮다. 가방은 어서 제 빈 곳을 채우라며 혀를 날름거린다. 아랑곳 않고 홀가분히 떠나고 싶지만, 사소함이 얼마나 요긴한지 알기에 바리바리 주워 담는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라면수프, 세제, 쪽가위와 행주, USB 탁상 스탠드, 블루투스 스피커, 베개커버, 온습도계, 소독용 스왑, 커피 여과지 그리고 마스크는 많이. 참, 효자손은 필요 없다. 부부여행이니까. 마침내 가방 하나에 석 달 생활이 담겼다. 아니, 고마운 현지인들에게 전할 마스크팩을 빠뜨릴뻔했다. 어허, 이러다 밤샐라. 부족해야 여행이다. 미련 없이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