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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은 모난 돌의 속성일까?

시사 언어학?

by 콜랑

'둥글게 둥글게 ~ 둥글게 둥글게 ~'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놀 때는 둥글둥글한 모양이 좋다.

강강술래나 매스게임의 둥근 모양은 사회적 인간의 본성을 도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어려서부터 배우는 삶의 방식도 둥글게 살라는 것.

속담에서도 강조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한국 사회에서는 분명 둥글게 사는 게 미덕이다.


그런데 둥글게 사는 게 곧아야 하는 것을 구부리며 사는 건 아닐 거다.

예로부터 둥글게 사는 게 미덕인 사회에서 모 나게 살자는 말이 나오면 그건 좋은 현상은 아닐 터.

언젠가 어느 가수가 이런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다.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둥글게 사는 게 미덕인 사회에서 네모의 꿈을 노래한다는 건 무슨 의미였을까?


최근에는 이상한 단어의 연쇄가 등장했다.

'겸손은 힘들다'

'겸손하기가 힘들다'가 아니라 '겸손은 힘들다'여서 이상하다는 말은 식상한 틀딱들의 분석일 것 같고...

혹시, 설마, 만에 하나라도,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 리는 없겠지만, 아무튼 '겸손'의 의미가 조금이라도 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든다.

기득권 세대나 집단의 억압적인 태도를 그냥 입 닥치고 수용하는 것이 둥글게 사는 겸손의 미덕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려나??


둥글게 사는 게 습관이 되면...??

평화 조성자의 인성과 결부되어 '겸손'의 미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입 닥치고 사는 부덕과 결부되어 '겸손'의 악덕으로 보일 수도 있을 터. "겸손은 힘들다"라는 표어에는 어째 후자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언어의 의미 변화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나 자료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으면 그저 추측해 볼 따름이다. 그리고 의미 변화 과정과 그 원인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는 예는 매우 드물다. 그러니 개인적으로는 '겸손'의 의미 변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일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엉터리, 어처구니, 안절부절 등과 같이 좋은 것과 나쁜 것의 의미가 서로 뒤바뀌는 어휘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더 흥미진진해 보인다. 뭐, 이런 되도 않는 이야기를 글로 적고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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