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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되니 말도 안 되는 게 말이 안 되다가 되는

'이'와 '도'의 차이

by 콜랑

말이라는 게 힘이 있다. 그래서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 검사, 판사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권력의 핵심에 가까워서 말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말로 먹고 살면서 권력에 가까운 사람들, 세상의 존경을 받는 스승들, 세상을 움직이는 정치인들, 시시비비를 가리고 그 이유를 따지고 풀어내는 사람들. 그들의 말은 말이 되어야 한다.


한국어에는 '말이 안 된다'는 말과 '말도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이'와 '도'의 차이인데 뜻이 확연히 다르다. '말이 안 된다'는 '말'이라는 관념에 폄하가 없다. 이 말에서 '말'은 이치와 합리의 세계에 있다. 그래서 생각이 정리가 안 된 말이나 글을 들을 때 '말이 안 된다'고 한다. 반면 '말도 안 된다'는 말은 '말'이라는 관념에 폄하 비스므름한 뭔가가 더해진다. '말도 안 된다'는 말에서 '말'은 당연한 혹은 바람직한 것들 중에서 가장 안 좋은 것에 해당한다. 논리에도 안 맞고 상식에도 어긋나는 정도가 아니라 말도 안 되는 거다. 그리고 보면 '말도 안 된다'는 말에서 '말'은 말 자체인 것 같으니 지극히 문법적이고 언어학적인 '말'인지도...


'말도 안 되는 말'은 '말이 안 되는 말'이다. 그러니 '말이 안 되는 말'은 '말도 안 되는 말'을 함의한다. '초록색 코끼리가 보라색 차를 삼켰다'는 말은, 문법적으로 말은 되지만 이치적으로 말이 안 된다. 세상을 올바로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데 '초록 코끼 색가 라보 차삼 켰색 다를'은 말도 안 된다.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니 논리나 이치를 따질 수가 없다. '말도 안 되는 말'은 말이 안 될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면 생각과 사고 방식도 변한다고들 한다. 그래서일까? 말이 안 되는 말이 말이 되는 말이 되어 버렸다. 그런 행색일 것 같으면 다행인데 비단 행색만은 아닌 듯하다. '말 같지도 않은 말'이 '말이 되는 말'이 되어 세상이 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말'이 '말이 되는 말'이 된 셈이다. 더 이상 '말이 안 되는 말'이 '말도 안 되는 말'을 함의하지 않는다. '말'을 이해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게 분명하다.


아차! 말에는 힘이 있다고 했던가! 그렇구나! 말이 바뀌었으니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었구나! 언듯 보기엔 말이 안 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것 같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말에 엄격해야 할 권력에 가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었구나! 세상이나 말이 원래 그런 것이었음을 나만 모르고 있었구나! '안 되는' 현상에만 집중하느라 '되는' 현상을 간과하고 살고 있었구나! 이제서야 말이 안 되는 게 아니라 말이 되는 말도 안 되는 세상의 이치에 한발 다가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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