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언어학의 문법 이론이 우리, 아니 '내'가 추구하는 문법 이론에 어느 정도나 접근해 있는지 아래 영상을 예로 들어서 생각해 본다.
너무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어서 발화실수라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도 없진 않을 것 같다. 배우인 한석규도 연기하는 데 몰두해서 자신의 대사가 비문법적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계속 연기를 이어간 것 같다. 나 자신이 배우 한석규가 되어 연기를 한다고 가정해 봐도 이런 정도의 실수는 꽤나 많이 범하지 않을까?
"그런 거 느낄 필요 없잖아. 너 아직까지 잘 해 냈고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잘 해낼 거니까."
한석규 배우는 아마도 아래와 같은 대사를 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런 거 느낄 필요 없잖아. 너 아직까지 잘 해 내고 있고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잘 해낼 거니까.'
'그런 거 느낄 필요 없잖아. 너 여태까지 잘 해 냈고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잘 해낼 거니까.'
한국어 화자라면 이런 정도의 재구성은 쉽사리 할 수 있다. 문법적 직관이 있으니까. 다시 말해 머리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자, 그러면 이런 문장을 기존의 문법 이론을 가지고 설명해 보면??
(1) 구조주의 문법: 엄밀히 말해서 위 문장은 한국어 랑그를 연구하는 데 적합한 빠롤이 아니므로 연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그래도 부아(어)인 '아직까지'는 과거 시제와 호응하지 못하므로 비문이 된다는 식의 설명을 할 것이다. 문장 구조 분석은 생략하자. 다른 곳에 그려서 이미지를 가져와야 되는 데 귀찮다. >.<;;
(2) 기능주의 문법: '아직까지'는 과거와 호응하지 못하므로 비문이 된다는 식의 설명을 할 것이다. 구조주의와 별 다른 설명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지점일까?
(3) 생성문법: '아직까지'가 가지고 있는 어휘적 자질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의미와 충돌을 일으키므로 비문이 된다는 식으로 설명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은 기저에서 어떤 구조를 상정할 수 있는지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변형 과정 자체를 설명할 방법도 없다. 그 이전에 생성 문법 이론 역시 성인의 완전한 발화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분석할 필요도 없는 문장일 것이다.
(4) 인지문법: 인지 도식을 이용하여 어떤 식으로든 표상하려고 할 것이다. 구조적인 결함은 고려할 수 없다. 애초부터 통사구조 따위(?)는 없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인지적으로 표상된 도식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 체계와 부합하면 자연스러운 문장이고 아니면 비문이 되는 것인가? 그것도 명시적인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비문이다.
(5) 구성문법: 머리 속에 가득 저장되어 있는 다양한 구문 링크를 이용하여 어떤 식으로든 표상할 수는 있을 것이다. 도식 대신 링크를 이용한다는 차이는 있겠다. 아무튼 왜 비문인 문장이 그 수많은 링크들 가운데 활성화되는지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1)~(2)는 언어 기호가 가진 사회성에 기반하여 랑그, 보편 기능을 추구하므로 위 영상과 같은 비문은 애초에 언어(랑그)에 속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론 내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언어 현상의 특정 부면(개별 빠롤을 만들어 내는 개별 인간 내부의 언어 처리)에 대해 다루기 어려운 건 아쉽다. (3)~(5)는 개개인의 인지 능력으로서의 언어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화시켜 보면 그건 원래 그런 거야 정도의 분석을 설명으로 갈음하는 아쉬움이 있다. 도대체 영상 속의 문장을 산출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나 모두가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개개인의 머리 속에서 상당한 정도의 자유도를 가지고 변통을 부리는 현상을 어떻게 해야 동시에 고려할 수 있으려나?
우리의 머리 속에서 매 순간 일어나고 있는 복잡한 언어 처리(산출/이해) 능력은 신묘하기 그지 없다. 과연 변연계를 감싸고 있는 대뇌에서 어느 순간 이 복잡한 방식의 언어 처리가, 그것도 인간의 종특으로 출현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신묘막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