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좀 하고 다녀"

- 친분과 권력의 경계에 선 언어

by 콜랑

어느 사회에나 계급 혹은 계층이 있다. 직장에는 직급이 있고 부에는 편중이 있다. 이런 차이는 곧 권력의 차이가 되기도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는 친분 관계가 되고 어느 정도 이상부터는 권력이 되는 것 같다. 이는 언어 현상에도 반영되어 있다.


인간의 언어 행위 가운데는 '인사'라는 행위가 있고, 문화부터 권력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다양한 양상으로 존재한다. 매일같이 만나는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나누는 인사는 일종의 친분 관계를 반영한다면, 명절이나 기념일에 하는 안부 인사는 권력 관계를 반영한다. 안부 인사에 더하여 선물이 오가기도 하면 단순한 안부 인사라고 하기에는 도를 넘어서는 행위(아부, 아첨, 로비 등등)가 되기도 한다.


살다 보면 그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런 경우에는 종종 똑똑하거나 인물이 좋거나 돈이 많거나 등등 주목을 받을 법한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 관련되기도 하는 것 같다. 가끔 '인사 좀 하고 다녀.'나 '인사 좀 하고 다니지?' 등과 같은 말을 들을 때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거나 혹은 들은 적이 있다면 그 말의 의미와 나 혹은 상대의 행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음 직한 문제이다.


'인사 좀 하고 다녀.' 이 말은 '아는 척 좀 하고 다녀.'와는 같은 말일까? 다른 말일까?


'인사'라는 언어 행위에는 문화마다 다른 행동이 수반되는데 그 행동의 경계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을 때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나는 인사를 잘 하고 다닌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인사 좀 깍듯하게 하고 다녀'라는 말을 '아는 척 좀 하고 다녀'라는 말로 이해하기 때문에 오해가 발생한다. 말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는 싸가지가 없어'라는 태도가 전제되어 있고 말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 하거나 들어 본 말일 것이다.


혹시 이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해 보자. 언어문화적으로 '인사'는 친분과 권력의 스펙트럼에 걸쳐 있는 행위이므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인사 좀 하고 다녀'라는 말은 야누스적이다. 한쪽은 '내가 권력이 있으니 알아서 기어'라는 말일 수 있음을 유념하고 경계해서 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쪽은 '내가 사람들을 지나치게 편하게 대하고 있다'는 말일 수 있음을 유념하고 조금 더 예를 갖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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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좀 하고 다녀.'와 같은 말을 '야누스적 화행'이라고 해 두자. 비슷한 현상이 생각나시는 분들은 댓글 좀 달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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