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의 아우라

- 이름의 미학(?)

by 콜랑

입신양명(立身揚名). 유교 문화권에서는 삶의 가치가 되기도 할 정도로 이름은 중요하다. 이름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아니, 집착하는게 당연한 걸까?


터키가 국명을 '튀르키예(Türkiye)'로 바꾸겠다고 한다(기사 참조). 기사 내용을 보면 국격을 상징하기에 좋지 않다고 판단한 까닭인 것 같다. 나라 이름이야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부를 때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발음을 따르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터키만 해도 그렇다. 터키, 돌궐, 투르크. 우리는 이렇게 달리 표기하지만 사실은 같은 말이다. 외국어 발음을 원래의 발음대로 발음하는 건 쉽지 않다. Fila를 어떤 사람을 '휠라'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필라'라고 하듯 외국어를 내 방식대로 발음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게 들리리 그렇게 발음하는 것 뿐이다. 'Türkiye'가 영어나 중국어를 거치지 않고 한국어에 들어왔으면 '튀르크예'라고 했을 터인데 어쩌다 보니 우리는 '突厥(돌궐)'이나 'Turkey(터키)'를 통해 'Türkiye'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돌궐'이나 '터키'라는 발음은 '터키'라는 국가에 어떤 이미지를 부여할까? 위 언급한 기사에서 설명하듯 좋은 이미지는 아니다. '돌궐'도 왠지 '북방 오랑캐의 하나'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는지도 모른다. 사실과는 상관 없이 어떤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이름'이라는 것이 본디 본질이 아닌 상징에 의한 지시일 뿐인데, 이 상징에 다시 '유사 상징'이라 할 만한 아우라(aura)가 덧씌워진다. 사실 이 아우라 때문에 '입신양명'도 성립한다. '揚(양)'이 '떨치다, 날리다'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부수를 뗀 부분인 '昜(볕 양)'의 의미는 아우라와 어느 정도 통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상징에 덧붙는 아우라는 인격, 품격, 인격 등의 '격(格)'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격이 생기거나 높아지는 게 '양명'이다.


'격'은 스스로가 세우는 게 아니다. 내가 세우려고 기를 써도 서지 않는다. 남이 인정해 줘야 선다. 그래서 내가 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남이 나를(또는 내가 남을) '불러 주는' 게 이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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