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genger)과 언어
살다 보면, 도무지 말이 안 통한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을까 싶을 때가. 정치 관련 토론은 그래도 남의 일이니 속이 턱턱 막히지는 않는데 남녀 사이에는 특히나 한집에 사는 남녀 사이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오죽하면 '종족이 서로 다르네', '화성인과 금성인이 어쩌네' 할까?
"가령 지금 내가 자기에게 딸기 쇼트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하면 말이야, 그러면 자기는 모든 걸 집어치우고 그걸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헐레벌떡 돌아와서 '자, 미도리 딸리 쇼트 케이크야' 하고 내밀겠지. 그러면 나는 '흥, 이런 건 이젠 먹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 그걸 창문으로 휙 내던지는 거야.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거란 말이야." - <상실의 시대>
뭇 남성들에겐 미친 거고 뭇 여성들에겐 로망인 거고, 그럴지 모르겠다. 화성인과 금성인의 차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생들에게 읽어 주면 남학생과 여학생은 극적으로 달리 반응한다. 이 차이는 무언가 두 종족이 다른 감정을 느낀다는 명백한 증거일 게다. 달리 말하면 동일한 언어적 형태가 서로 다른 감정을 표상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같은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언어는 감정을 어느 정도나 담아낼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담아낼까? 담아낼 수 있기는 할까?
그냥 '사랑해'라고 하면 심심하고 재미없고 진심이 아닌 것 같다. 그냥 그렇게 말해 버리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뭔가 기교를 부리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문학작품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그런 식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언어의 영역을 기웃거린다. 다행은, 뭇 사람들이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을 창조하지는 못하더라도 향유는 할 수 있다는 것. 허나, 황량한 표현능력을 극복하느라 한 권 혹은 여러 권의 책을 뒤적거리며 어찌어찌 해 보려고 수를 부리고 애를 써 봐도 유치해지기 일쑤다. 어린 시절 연애 편지는 그나마 추억이라는 부록이라도 있어 봐줄 만하겠건만. 이내 문학적 감수성의 부족을 탓하며 일상으로 복귀하기 마련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감정과 깨달음을 전하려고 기를 쓰지만 과연 어느 정도나 전달되고 있을까? 이상의 시는 반은 좋아하고 반은 쓰레기로 본다고 하던가? '언젠가는, 네가 내 마음을 이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공감하게 만들겠다'는 인류의 집념 어린 노력이 언어적 예술의 경지를 낳은 건 아닐까?
난 애시당초 포기했는데...
너는 너의 감정을 어디까지 표현해 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