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를 거부하는 60대의 삶
톰 형의 자연사를 원하는 팬의 한명으로서, 아이코닉한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프리미엄 석을 잡았다.
TOHO 시네마 우메다 본관 스크린1의 프리미엄 박스 시트에 몸을 맡긴 순간, 나는 이미 평범한 관람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었다. 부드러운 인조 가죽 등받이는 마치 내 몸을 알아차린 듯 포근히 감싸고, 넉넉한 팔걸이 위 컵홀더와 트레이는 팝콘과 음료를 거치할 완벽한 안식처를 제공했다. 발밑 쿠션에 다리를 길게 뻗어도 불편함이 없었고, 좌석 간격이 넉넉해 옆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완전한 사적 공간이 탄생했다.
조명이 어두워지자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가 귀를 가득 메웠다. 천장과 벽면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360도 음향은, 총탄이 스치는 소리와 엔진 굉음이 머리 위를 지나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화면은 곡면 설계 덕분에 왜곡 없이 시야 전체를 가득 채웠고, 어두운 장면에서도 빛 번짐 하나 없이 또렷했다. 예고편이 끝나고 본편 돌입과 동시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터진 박수갈채는 이 자리가 단순한 영화관람이 아님을 증명했다.
톰 크루즈의 연이은 액션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특히 복엽기를 타고 구름을 가르며 공중 격돌을 벌이는 장면은 스펙터클 그 자체였지만, 10분이 넘도록 이어지자 오히려 긴장감이 맥없이 풀리는 듯했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라는 중얼거림이 입 밖으로 새어나올 만큼, 스펙터클은 압도적이었지만 적절한 호흡 조절이 아쉬웠다. 너무 실었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가브리엘의 죽음이었다. 충분히 다져진 서사나 감정적 여운 없이 갑작스럽게 스크린에서 사라진 그의 희생은, 관객이 애도의 틈조차 갖지 못한 채 지나갔다. 마치 이름 모를 엑스트라를 희생시킨 듯한 전개는, 이 시리즈가 늘 강조해온 ‘인물의 드라마’를 약화시켰다. 중반부를 관통해야 할 감정의 축이 홀연히 사라지는 순간, 서사의 균형이 흔들렸다.
또 최대 빌런인 AI 서브플롯도 지나치게 단순했다. 핵무기 제어 논의로만 활용된 인공지능은 무궁무진한 상상을 제약했으며, 미래 정보전·드론 집단 제어·윤리적 갈등 같은 흥미로운 요소가 배제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AI가 인류 운명을 쥐락펴락한다”는 테마는 이 영화가 던질 수 있는 긴장감을 반만 소화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프리미엄 박스 시트는 모든 단점을 상쇄했다. 폭발 장면에서는 좌석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액션의 강도를 더했고, 두 시간 반의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한순간의 흐트러짐 없이 나를 스크린 앞으로 끌어당긴 사운드·화질·편안함은 이 자리가 진정 ‘프리미엄’임을 확인시켰다.
상영 후 문득 느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인근으로 이동해 들어간 곳은 ‘나가사키 짬뽕’ 전문점이었다. 이곳의 여름 한정 메뉴인 냉짬뽕은, 뜨겁고 칼칼한 국물이 아니라 시원하면서도 얼얼한 해산물 육수를 자랑했다. 탱탱한 면발 위로 큼직한 새우와 오징어, 배추, 호박이 얹혀 나왔고, 맑은 국물은 청량한 얼음을 살짝 띄워 더위 속 허기를 단번에 가라앉혔다. 첫 입의 시원한 국물은 마치 공중전의 시원한 바람처럼 혀끝을 정화시켜 주었고, 짬뽕 특유의 얼큰함과 해산물의 감칠맛은 액션의 에너지를 부드럽게 되살렸다.
냉짬뽕 한 그릇을 비운 뒤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어두운 거리 한복판에 세워진 ‘紙巻たばこエリア / CIGARETTE AREA’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첫 모금의 연기가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복엽기 엔진 굉음과 가브리엘의 허망한 죽음, 단순했던 AI 논의가 교차했다. 담배 연기는 그 생각들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흩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담배가 반쯤 줄어들 무렵,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당일 관람평을 메모했다. “프리미엄 박스 시트가 모든 단점을 상쇄했고, 여름 한정 냉짬뽕은 독특한 대미를 장식했다”라고 적으며, 이 체험이 일상의 작은 서사로 남을 것임을 다짐했다. 재를 털어낸 재떨이를 한 번 더 바라보고, 어둠 속 반짝이는 우메다 역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머릿속에는 톰 크루즈의 얼굴, 냉짬뽕 국물의 청량함, 담배의 쓴맛이 뒤섞여 있었다.
그래도 한가지 생각은 분명하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