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캡틴의 유로파 우승과 ‘일본 팬들의 시선
2025년 5월 21일, 손흥민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리그의 결승 무대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것도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고 올라선 정상의 자리였다. 프리미어리그 강호이면서도 오랜 시간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던 토트넘이 유럽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지만, 그 한복판에 한국인 선수, 그것도 일본에서조차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스타’로 자리매김한 손흥민이 있다는 점은 아시아 축구사의 또 하나의 기념비로 남게 될 것이다.
일본 축구팬들에게 손흥민은 오래전부터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단순히 라이벌 국가의 선수라는 인식을 넘어, “아시아인 최초” 혹은 “아시아인 최고의”라는 수식어를 여러 차례 갈아치운 존재다. 일본 국내에서 중계되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흥민의 골은 거의 매 경기마다 주요 뉴스로 다뤄진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일본 축구해설가들의 반응 영상에서도, 손흥민의 드리블이나 골 장면이 나오면 자연스레 감탄이 이어진다. “이건 인간이 아니다”라거나, “아시아인이 이런 골을?”이라는 반응이 달릴 정도다.
그러나 이번 유로파 리그 결승은 그 이상의 순간이었다. 단지 골을 넣는 선수가 아니라, 팀의 주장으로서 동료를 독려하고 수비진을 정리하며, 끝내 우승컵을 함께 들어올린 손흥민의 모습은 일본 축구팬들 사이에서 더욱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일본 팬들은 SNS에 “우리는 이런 선수를 언제쯤 가질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을, 또 다른 팬들은 “아시아의 자랑”이라며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물론, 손흥민은 일본을 상대로도 강한 기억을 남긴 선수다.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병역 혜택을 얻었고, A매치에서도 여러 차례 일본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일본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손흥민을 “증오할 수 없는 선수”로 꼽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그의 플레이에는 정직함과 성실함, 그리고 인간적인 겸손이 깃들어 있다.
이러한 손흥민의 인격적 면모는 일본 미디어에서도 자주 조명된다. NHK나 닛칸스포츠, DAZN 재팬 등은 손흥민이 팀 동료들에게 보여주는 리더십이나 어린 팬들과의 따뜻한 인터뷰 장면을 적극적으로 보도한다. 한국어로 진행된 인터뷰를 일본어 자막으로 옮겨내면서까지, 그가 가진 ‘아시아 리더’로서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2025년 유로파 리그 우승 이후, 일본 내 주요 스포츠 매체들은 ‘손흥민, 토트넘을 바꾼 남자’, ‘SON時代(손 시대)의 서막’ 등의 헤드라인을 내걸며 그의 영향력을 새삼 확인했다. 이즈음이면, 단지 한 명의 축구 선수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일본은 안다. 손흥민의 존재가 곧 아시아 축구의 현재이며, 언젠가 일본도 그런 선수를 배출하겠다는 열망이 더욱 강해지고 있음을. 그는 상대가 아닌, 벤치마크 대상이 되었고, 질투가 아닌 존경의 이름으로 호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