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과 알고리즘의 콜라보
‘도지마롤에 대하여’라는 글이 브런치스토리 메인 페이지에 올랐다. 아주 잔잔한 이야기였기에, 솔직히 더더욱 놀랐다. 그저 나의 일상을 따라 흐르는 단상 하나였고,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서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글이 누군가의 시선을 머무르게 했다는 사실이 내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처음 그 글을 쓸 때, 나는 그냥 기억 하나를 꺼내 들었다. 도지마롤을 앞에 두고 앉아 있던 어느 날, 말없이 스쳐 지나갔던 감정들. 한 조각의 달콤함 안에 스며든 그리움과 잊고 지낸 풍경들. 나는 그걸 어떻게든 글로 남기고 싶었다. 사실 그것은 그냥 내 얘기였다. 누군가의 공감을 사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 마음속 작은 방을 정리하듯 써 내려간 문장들이었다.
그래서 더 뜻깊었다. 아무 계산 없이 꺼내놓은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건, 어쩌면 ‘진심은 결국 누군가에게 다다른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다시 확인한 일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쓰는 글이란, 결국 나를 꺼내어 보이는 일이고, 그 안에 있는 감정을 누군가와 조용히 나누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물론 이런 만남이 가능했던 데에는 플랫폼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아무리 진심으로 쓴 글이라도, 그것이 닿을 수 있는 자리에 놓이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은 채 사라질 수도 있다. 내가 애써 꺼내 쓴 문장이 독자와 연결되기까지는, 읽은 시간과 반응, 머문 길이와 같은 여러 데이터들이 쌓이고, 그 신호를 포착하는 알고리즘의 판단이 있었다. 말하자면 내 글을 조용히 들어올려준 ‘기술의 손길’에 빚진 바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나는 글을 썼고, 시스템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누군가의 눈앞에 가져다주었다. 마음과 기술이 나란히 걸어야 하는 이 시대에, 이 연결 또한 하나의 기적처럼 느껴진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나만의 글쓰기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글을 잘 쓰는 법, 제목을 세련되게 붙이는 방법,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끄는 구조… 이런 전략보다 더 본질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걸 다시금 확인한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만의 시선이다. 도지마롤이라는 아주 일상적인 소재 안에도,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조용한 진심이 숨어 있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가 내 글의 출발점이 되어 주었고, 누군가의 공감에 닿는 지점이 되어 주었다.
이제는 생각한다. 어떤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가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그 글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가,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점이다.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며 나를 들여다보고, 그 과정 속에서 타인의 감정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면, 그 글은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여정을 한 셈이다.
나는 앞으로도 사소한 것을 쓰고 싶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것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어떤 순간들. 그런 것들 속에서 나만의 감정과 시선을 꺼내어 기록하고 싶다. 어쩌면 그 조용한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반가운 공명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도지마롤에 대하여’가 내게 보여준 가능성처럼 말이다.
이 경험은 단순한 노출이나 선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믿고, 글을 믿는 법을 다시 배우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조용한 떨림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다음에도 내가 꺼내는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스며들 수 있기를 바란다. 조용하지만 깊게,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무엇보다 사소한 이야기를 읽어주시고, 라이킷해주시고, 구독까지 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도지마롤에 대하여 : https://brunch.co.kr/@kosaka/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