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래핑과 옥상 조명이 만든 나카노시마 밤의 울림
베란다에 서면 바로 바라다보이는, 오사카 중심부, 나카노시마의 물줄기를 끼고 서 있는 간사이전력 빌딩은 얼핏 보면 차갑고 딱딱한 유리와 강철 덩어리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도심 한가운데서도 여유를 느끼게 하는 묘한 균형감이 있다. 특히 엑스포 개최 반년 전인 2024년 가을부터는 본점 외벽 전체를 공식 캐릭터 ‘ミャクミャク’ 디자인으로 래핑해,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홍보를 위해 건물 외벽을 통째로 활용하는 유일한 사례로 눈길을 끈다.
1930년대 초대 본사 건물이 남긴 무게를 이어받아 2004년에 완공된 이 새 건물은 높이로 주변 고층 빌딩들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도지마강(堂島川)과 토사보리강(土佐堀川)에 둘러싸인 지형을 자연스럽게 품어냈다. 유리 패널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때로는 따뜻한 온기를, 때로는 서늘한 반짝임을 내부로 들여보내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미풍을 마주하다 보면 ‘도심 속 풍경’이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른다.
로비에 들어서면 처음에는 그 높이와 개방감에 압도되지만, 곧 공간 곳곳에 놓인 소파와 층마다 이어진 넉넉한 계단이 사람 냄새를 불러일으킨다. 모듈형 사무실은 ‘필요한 만큼, 원하는 만큼’ 꾸밀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작은 회의실과 휴게 공간은 ‘잠깐이라도 머물러볼까’ 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돋운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옥상에 설치된 조명이 켜져 빌딩의 실루엣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나카노시마 강변의 야경 속에서 반짝이는 그 불빛은 주변 스카이라인과 어우러져 오사카 밤 풍경의 또 다른 포인트가 된다.
이 건물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복잡한 기술 설명 없이도 공간이 전하는 메시지를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물빛과 서늘한 공기만으로도, 강물에서 취수해 냉·난방에 활용하는 시스템의 이점이 전해진다. 덕분에 여름철에는 시원함을, 겨울철에는 온기를 느끼며 계절의 변화를 일상 속으로 그대로 들여온다.
가끔 이곳에서는 지역 예술가의 작은 전시가 열리고, 서류 묶음보다 밀도가 낮은 적막이 공간을 채운다. 출·퇴근길에 스치듯 지나칠 때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 ‘잠시라도 걸어본 시간’이 하루의 무게를 덜어 준다.
한때 ‘기업의 얼굴’로만 여겼던 이곳이 어느새 일상 동선의 일부가 되었다. 1층 로비에서 마주치는 이웃과의 가벼운 인사, 바쁜 오후에 맡는 커피 향, 계단 끝 창 너머로 반짝이는 강물의 잔물결까지, 이 모든 순간이 모여 간사이전력 빌딩은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오사카다운 일상’의 한 장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