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독자님과 알고리즘님이 만들어준 3개의 기쁨

스미마셍 1000뷰, 조회수 2만, 추천아티클 2편 동시 게재

by KOSAKA

지난 4월 21일,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선정되면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날 이후 삶의 풍경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아침의 커피향, 통근길의 바람, 일본어 간판들, 통근길에 지나다니는 고양이 동상 한 마리까지도 전부 글감으로 느껴졌다. 모니터 앞에 앉는 시간이 많아졌고, 커서를 깜빡이며 떠오른 문장을 쓰다 지우는 일상이 반복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일상이 더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현재 오사카에 주재 중이다. 처음에는 주재원으로서의 일상에 적응해가는 크고 작은 경험과 느낌들을 글로 적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자, 그 경험이 나를 더 먼 방향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일본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글로 확장되었고, 일본 문학상 수상작 중 한국에 잘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마치 작은 창 하나를 열었더니, 그 뒤로 복도와 방이 끝없이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올해가 한일 수교 60주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서는, 더 긴 호흡의 글도 써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만든 것이 한반도와 오사카 간의 1500년 교류사를 주제로 한 브런치북이었다. 단순히 역사적 내용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작가로서 느끼는 감정과, 역사의 지층 속에 겹겹이 쌓인 이야기를 풀어내려 했다. 일본에 살면서 눈에 들어온 풍경들과 역사적 텍스트가 겹쳐지면서, 나 역시 그 교류의 일부가 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나는 우리 고전문학을 SF로 리메이크하는 실험도 감행했다. 흥부전, 춘향전, 심청전 같은 이야기들을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나 우주 식민지 시대의 설정으로 옮겨보는 작업이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고전을 새로운 세계관에서 재구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깊고 진지한 몰입을 요구했다. 전통의 언어와 미래의 상상력이 충돌하면서, 그 안에서 묘하게 현실을 비추는 거울 같은 문장이 나올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글을 쓰는 일은 정말 예측할 수 없고 매혹적인 작업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예상 밖이었던 건, 그런 글들에 독자들이 따뜻한 반응을 보내주셨다는 사실이다. 어떤 날은 낯선 이름의 독자가 조용히 공감을 눌러주고, 어떤 날은 오랜 구독자 분이 긴 댓글을 남겨주셨다. 가끔은 알고리즘이 나를 밀어주기도 했고, 브런치스토리의 에디터님들이 내 글을 추천글로 선정해주신 적도 있었다. 그 모든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3개월이 조금 지난 지금, 나의 브런치스토리 누적 조회수는 2만(현재 23,676)을 훌쩍 넘어섰다.

tempImageS9Fz85.heic 브런치스토리 PC버전 메인에 오른 두 글. 약간 잘라내서 편집함.

오늘 오전 『스미마셍의 나라 일본』이라는 글이 조회수 1,000을 넘기며 외부에서 큰 반응을 얻었고, PC 버전 브런치스토리의 ‘Recommended Articles’에 두 편의 글이 동시에 게재되는 경험도 했다. 그런 경험은 마치 조용히 써온 일기장이 어느 날 우연히 세상에 열리는 기분이었다. 뭔가를 잘했다고 생각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누군가 읽고 있다’는 감각은 글을 계속 쓰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내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특히 거의 모든 글들에 라이킷을 해주시는 브런치 작가님들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누군가의 시간에 한 문단이라도 머물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보람이다. 앞으로도 일본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 그리고 조금은 사변적이지만 의미 있는 질문들을 에세이로 풀어내고 싶다. 이 글쓰기의 여정은, 어쩌면 내 안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시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끝으로, 브런치스토리 에디터님들께 살짝 건의도 드려본다. 이제 조회수 2만, 추천 글 2편 동시 게재, 단일 글 1천 뷰 돌파 등 조용한 이정표들을 하나씩 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혹시 ‘크리에이터 배지’도 검토해주시면 어떨까 하고.^^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특이점이 온 5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