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언제나
검은 얼룩처럼 남는다.
잉크가 번져 모양을 잃고,
한 줄의 문장이 휘어져 부러져도
그 자국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오래 바라보면 알게 된다.
얼룩은 단순한 흠집이 아니라
빛을 더 깊이 머금는 자리라는 것을.
흰 종이에 남은 검은 흔적은
끝내 또 다른 무늬가 되어
페이지를 채워나간다.
넘어진 문장들은
낙엽처럼 포개져 쌓이고,
그 위로 바람이 불면
새로운 문장들이 날아든다.
누군가는 그것을 실패라 부르지만
문학은 그것을 기억이라 부른다.
당신이 흘린 모든 서툼과 좌절은
이제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또 다른 문장들을 부른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당신의 책장을 넘기는 손길,
당신이 작가로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가장 깊은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