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by KOSAKA

어둠 속, 화면 위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깜빡인다.

그것은 나를 부르는

초청이자

머뭇거림을 허락하지 않는

재촉이다.


한 줄의 문장 앞에 서면

커서는 언제나 기다린다.

아직 쓰이지 않은 세계를 향해

조용히 문을 열어 놓는다.


나는 그 앞에서

수없이 망설인다.

어떤 단어를 불러올지,

어떤 감정을 건너뛸지,

쓰지 못한 고백들은

빈 칸에 쌓여만 간다.


깜빡임은 초대장 같다.

지금 이 순간,

네 안의 이야기를 꺼내 달라는

은밀한 청탁.

그러나 그것은 또한 재촉이 된다.

“아직 쓰지 않았느냐,

지금도 멈춰 있느냐.”


그래서 나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린다.

커서가 만드는 박자에 맞추어

단어는 호흡이 되고,

문장은 맥박이 되어 흐른다.


언젠가 이 불빛마저

꺼질 날이 오더라도

나는 안다.

삶은 여전히 문장 속에서 이어질 것이고

커서는 마지막까지

써 내려가라 속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