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도망가지 않는다.
그저 창가에 앉아
낡은 시계를 바라보며
당신의 펜이 다시 움직이기를 기다릴 뿐이다.
쓰지 못한 날이 이어져도 괜찮다.
텅 빈 종이 위의 침묵은
당신의 게으름이 아니라
별빛이 도착하기 전
먼 우주의 거리를 건너는 긴 여정일 뿐이다.
가끔은 한 줄조차 쓰지 못한 채
밤이 깊어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달빛이 조용히 내려와
당신의 종이를 덮어주고,
바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들어
머뭇거리는 마음을 다독인다.
시간은 언제나
당신의 편이다.
어제의 실패를 탓하지 않고,
내일의 약속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을,
이 순간을 붙잡을 수 있도록
조용히 등을 떠밀어준다.
늦었다는 말 앞에서
당신은 종종 주저앉지만
시간은 속삭인다.
“아직 아니다.
너의 문장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러니 오늘,
흩어진 마음을 모아 펜을 들어보자.
그 한 줄이
작은 씨앗이 되어
시간의 품에서 자라나고,
언젠가 커다란 숲이 되어
세상을 감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