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by KOSAKA

우리는 모른다.
우리의 문장을 기다리는 사람이
어디에, 어떤 얼굴로 살아가는지.


한밤의 병실에서
숨을 고르며 작은 빛을 찾는 이일 수도 있고,
먼 도시의 낡은 방에서
외로움에 잠긴 채 페이지를 넘기는 이일 수도 있다.


오늘 남긴 서툰 한 줄이
누군가에겐 새벽을 견디게 하는 불빛이 된다.
우리가 쓰다 지운 문장이
어느 마음에는
가장 필요한 위로로 도착한다.


독자는 어느날 문득

우리의 문장 앞에서 멈춘다.
우리가 알지 못한 길을 걸어온 발자국이,
우리의 언어 위에
조용히 새겨지는 것이다.


그러니 혼자 쓰고 있다고 믿지 마라.
우리가 남긴 글의 숨결은
먼 바다의 파도처럼 흘러가
낯선 가슴을 두드린다.


독자는 늘 존재한다.
아직 만나지 않았을 뿐,
우리의 글을 기다리는 시간 속에 앉아
첫 문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의 문장이 설익고 어설퍼도 괜찮다.
그 글을 붙잡고 울어 줄 이가,
그 글에 기대어 다시 일어설 이가,
이 세상 어딘가에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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