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 더웠던 날씨가 엊그제부터 초겨울 날씨로 바뀌었다.
'가을이 사라졌다...'
점심시간 중 잠시 건물옆 흡연공간에서 망중한을 갖다가,
이 문장으로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가을을 의인화시켜서 동화를 하나 써보자 라는
어떤 개연성이 몹시 떨어지는 의식의 흐름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하나의 지구 서사 판타지 기후 SF 동화극을 써보게 되었다.....
옛날 옛날, 하늘 아래 한 집에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네 형제가 살았어요.
봄이는 꽃을 사랑해 늘 향긋한 미소를 지었고,
여름이는 태양처럼 뜨겁고 활발했어요.
가을이는 조용한 시인이었어요.
낙엽이 떨어질 때마다 그는 속삭였죠.
“이건 세상이 쉬는 소리야.”
겨울이는 차가운 손끝으로 눈송이를 만들어
형제들을 웃게 했어요.
그렇게 네 형제는
‘계절’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집에서
사이좋게 지냈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무언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요.
봄이가 자꾸 기침을 했어요.
“히잉… 꽃들이 너무 빨리 피고 져요.
내가 숨 쉴 틈이 없어요.”
가을이도 힘없이 말했어요.
“내 시가 다 타버렸어.
바람이 너무 뜨거워서 잎이 쉬익 쉬익 타들어가.”
그런데 여름이는 점점 더 화끈해졌고,
겨울이는 점점 더 차가워졌어요.
“좋잖아! 더 뜨거워지면
바다도 따뜻해지고 수박도 더 달아질 거야!”
“후후, 난 세상을 얼음으로 덮을 거야!”
둘은 장난처럼 싸우다가
햇살로 창문을 깨고, 눈보라로 벽을 덮었어요.
봄이와 가을이는 점점 투명해졌고,
마침내 가을이는 완전히 사라져버렸어요.
엄마와 아빠는 깊이 걱정했어요.
“이러다 우리 집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엄마가 한숨을 쉬자, 아빠가 말했어요.
“그래도 우리가 만든 집이잖아.
우리가 다시 지켜야 해.”
그들은 봄이와 가을이를 되찾고,
여름이와 겨울이를 달래기 위한 긴 여행을 떠났어요.
숲을 지나 바다를 건너, 그들은 바람을 만났어요.
“혹시 가을이를 보았니?”
바람은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대답했어요.
“가을이는 길을 잃었어요.
너무 뜨겁고 너무 차가운 공기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막고 있거든요.”
엄마와 아빠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우리가 서로 다름을 이해하지 못해,
길이 막힌 거였구나.”
엄마아빠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어요.
“이제 우리, 욕심을 줄이자.”
그리고 이렇게 약속했어요.
“밤엔 불빛을 조금만 켜자.”
“가까운 곳은 걸어서 가자.”
“일회용 대신 오래 쓸 물건을 쓰자.”
“작은 나무라도 심자.”
그 말이 끝나자,
하늘의 색이 조금씩 부드러워졌어요.
여름이의 얼굴에서 땀이 줄고,
겨울이의 손끝이 따뜻해졌어요.
잠시 후, 투명했던 봄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하늘 끝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나 가을이야. 이제 다시 집으로 갈 수 있겠어.”
그날 이후, 네 형제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했어요.
봄이는 꽃을 피우고,
여름이는 햇살을 나누고,
가을이는 시를 쓰고,
겨울이는 눈을 내렸어요.
엄마아빠는 웃으며 말했어요.
“그래, 우리가 조금만 아끼고 배려하면
세상도, 계절도, 다시 웃을 수 있단다.”
그렇게 네 형제와 엄마아빠는
다시 함께 살며 배웠어요.
“지구는 우리가 함께 돌보는 집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