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 그는 마지막 문장을 고쳤다.
커서를 몇 번 옮겨보고, 저장 버튼을 눌렀다.
파일 이름은 단순히 final.docx였다.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다가 커피잔을 옆으로 밀었다.
이제는 더 손댈 데가 없다고 생각했다.
손끝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그는 출판사 주소를 찾아 이메일을 작성했다.
짧은 인사말, 첨부파일, 그리고 ‘보내기’ 버튼.
메일이 전송되는 동안 커서가 깜박였다.
그 순간 방 안의 소리가 하나씩 꺼지는 듯했다.
그는 노트북을 천천히 덮었다.
뚜껑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정적이 방 안에 퍼졌다.
그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달걀 두 개, 버터 조금,
그리고 버드와이저 한 병이 있었다.
그는 병을 꺼내 마개를 땄다.
짧은 ‘칙’ 소리가 울리고, 공기가 바뀌었다.
한 모금 마셨다.
탄산이 혀끝을 쏘았다.
스피커를 켜고 빌 에반스 트리오의 「Peace Piece」를 검색했다.
잠시 뒤, 피아노의 잔잔한 음이 흘러나왔다.
몇 개의 음이 느리게 반복되었고,
방 안의 공기가 그 박자에 맞춰 흔들렸다.
그는 커튼 틈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빛을 바라보았다.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다.
그건 나쁘지 않은 정적이었다.
며칠이 지났다.
메일이 도착했다.
제목은 “투고 원고 검토 결과에 대하여.”
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클릭했다.
“좋은 글이지만, 저희 출판사의 방향과는 맞지 않습니다.”
그는 화면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그 문장이 나쁜 말은 아니었다.
그저 세상의 한쪽에서 들려오는 사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는 재떨이를 꺼내 담배를 물었다.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연기가 천천히 퍼졌다.
천장을 향해 피어오른 연기 속에 문장의 잔상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그는 잔에 얼음을 몇 개 넣고, 올드 파(Old Parr) 를 부었다.
갈색의 위스키가 잔벽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렸다.
얼음이 부딪히며 짧은 소리를 냈다.
한 모금 마셨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냉기가 가볍게 가슴을 두드렸다.
그는 소파에 앉았다.
머리를 숙이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길게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한 번 크게 헛기침을 하고,
그제야 노트북을 닫았다.
뚜껑이 닫히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그는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걸어갔다.
프라이팬을 꺼내 버터를 올렸다.
버터가 녹으며 ‘지익’ 하는 소리를 냈다.
그는 계란을 풀고, 소금을 한 꼬집 넣고, 젓가락으로 천천히 저었다.
노란색 거품이 일었다.
그는 그것을 팬에 붓고, 둥글게 모양을 잡았다.
오믈렛을 접시에 담아 식탁에 앉았다.
한입 먹었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모든 문장은 결국 제자리를 찾는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다.”
그는 식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했다.
손을 닦은 뒤 다시 노트북을 켰다.
검색창에 Bill Evans Peace Piece를 쳤다.
잠시 뒤, 피아노의 음이 다시 방 안을 채웠다.
몇 개의 음이 반복되었고,
공기가 그 박자에 맞춰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그 음이 방의 구석까지 번지기를 기다렸다.
음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충분한 대답이 들어 있었다.
밖은 어둑해지고 있었다.
하늘은 아직 완전히 푸르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선가 빛이 번져오고 있었다.
그는 잠시 그 하늘을 바라보다가,
불을 끄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