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린이날

고이노보리와 단오의 기억

by KOSAKA

5월 초순, 오사카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알록달록한 잉어 깃발이 펄럭이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이노보리(鯉のぼり). 물을 거슬러 올라 용이 된다는 전설 속 잉어를 형상화한 이 깃발은, 아이가 역경을 딛고 굳건히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리고 오늘, 5월 5일은 일본의 어린이날 ― 고도모노 히(こどもの日) 이다.


그러나 이 날의 기원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어린이를 축복하는 날’이 된 것은 불과 80여 년 전의 일이다. 그 이전, 5월 5일은 ‘탄고노셋쿠(端午の節句)’, 곧 단오절로 불렸으며, 오로지 남자아이의 건강과 출세를 기원하던 날이었다.


이 풍습은 중국에서 유래되었다. 중국에서 음력 5월 5일은 음기가 왕성한 날로, 병과 재액을 막기 위한 절기로 여겨졌고, 이 전통은 고대 일본에도 전해졌다. 나라 시대부터 귀족 사회에서는 향초나 약초를 머리에 꽂고, 입욕하며 몸을 정갈히 하는 풍습이 있었다. 하지만 무사 계급이 지배하던 가마쿠라 시대 이후, 이 날은 남자아이의 용맹함과 성공을 기원하는 무사들의 ‘가정 행사’로 변모하게 된다.


그리하여 일본 가정에서는 이 날에 **가부토(兜, 투구)**와 요로이(鎧, 갑옷) 모형을 장식하게 되었고, 무사의 상징인 인형과 깃발이 집안에 등장하게 된다. ‘병을 막는 절기’에서 ‘강인한 남아를 기원하는 날’로의 전환은, 일본의 시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던 중, 1948년 일본 정부는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공식 제정한다. 그 배경에는 전후(戰後) 민주주의의 바람이 있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아이의 행복을 기원하고, 그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에게도 감사를 전하는 날로 다시 정의된 것이다. 그렇게 남자아이만을 위한 ‘단오’는 오늘날의 ‘어린이날’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어린이날에는 여전히 ‘무사도의 기억’이 남아 있다. 가부토 모형은 그대로 남았고, 고이노보리도 여전히 바람을 탄다. 여자아이의 날인 **히나마쓰리(ひな祭り, 3월 3일)**가 따로 존재하는 일본에서, 어린이날은 여전히 남아 중심의 전통이 강한 날이기도 하다.


나는 오사카의 한 작은 강변에서, 고이노보리를 달아둔 집들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장대를 들고 깃발을 높이 매다는 모습을, 아이는 마당에서 뛰놀며 바라본다. 카시와모치를 손에 든 어머니가 문턱에 앉아 아이를 부른다. 떡갈나무 잎에 싸인 그 떡은, 떨어진 잎이 없다는 상징에서 유래한 ‘끊기지 않는 대를 위한 기원’이기도 하다.


아이를 축복하고, 어른을 감사하며, 전통을 물려주는 날. 일본의 어린이날은 그렇게 시간의 층을 쌓아 지금의 의미를 만들어냈다. 오늘날 잉어는 단지 깃발이 아니라, 시대를 건너온 문화의 기억이고, 성장이라는 보편의 바람이다.


고이노보리는 하늘을 날 듯이 헤엄친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세대를 잇는 기도와 사랑이, 조용히 스며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