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의 향상이 우리들 안의 악마를 누그러뜨리게 될 것이니...
*2012년 5월 3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악마 에쿠스, 악마 비스토... 최근 온라인 공간을 달군 동물 관련 뉴스의 주인공들이다. 슬프고도 어이없는 뉴스들이었지만 어떻게든 좋게 해석을 해보자면, 이런 뉴스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아마도 동물을 대하는 우리들의 인식 변환이 크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기도 한 것 아닐까. 하지만 우리 사회의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는 빈약하기 짝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 180개 법과대학원 중 97개에서 동물권 강의가 있으며, 대학에서도 윤리학이나 철학의 과목 가운데 하나로 강의가 개설되어 있다고 한다)
“나는 동물들이 인간을 ‘나쁜 길로 빠지는 것’에서 구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마치 수천 년간 미국의 원주민들이 인간은 다른 동물과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동물과 지구의 삶의 파트너로서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인간들은 양심적이고 즐거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지구상의 생물체계의 일원으로서 통합될 수 있다. 다른 종과는 다르다는 생각이나 우월감 같은 인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우리가 지구 생태계에 입힌 피해와 자연의 다른 구성원과의 왜곡된 관계는 종간의 상호 존경과 이해를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p.329) - 동물 의사소통 전문가 페널러피 스미스
아직까지 우리가 동물의 권리를 지향하는 수준은 커녕 동물의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제재 수단도 부족한 것이 실정이다. 많은 동물 관련 단체들이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깃들어 있는 비인간적인 세태는 동물 학대라는 비인간적인 결과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때로는 인간들도 살기 팍팍한 시절에 무슨 동물의 권리냐며 타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에 실린 여러 인물들의 여러 글을 통하여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고 동물들과 교감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행위이야말로 우리의 인간됨을 부추기는데 더할 나위 없는 교육이 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신, 영혼, 의식, 그리고 기적은 모든 만물에 깃들어 있다. 동물들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가르쳐준다.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허락만 하면.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것들, 즉 사랑, 미움, 온화함, 분노, 아픔, 잔인함, 충성스러움, 우정, 교활함 같은 모든 느낌에 대해 절대적인 모양과 억양으로 설명해준다... 아름다운 운명을 지녔던 작고 검은 노르웨이 쥐, 태티 웨틀스. 그는 그것을 증명하러 이 세상에 왔던 것이다.” (p.229) - 연극 배우이자 동물권익보호 운동가 레이첼 로젠탈
혹자는 이러한 동물의 권리 운운이 몇몇 배부른 나라들에 사는 배부른 사람들이 최근에 들어 주창하기 시작한 허황된 주장이라 비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래전 살아 있는 성인이라 불리운 인도의 독립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는 “어느 한 국가의 위대성과 도덕적 발전은 그 나라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가에 의하여 측정할 수 있다.” 라고 말하였다. 가카가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는 ‘국격’은 바로 이렇게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같은 부분에서 이뤄지게 됨을 알 수 있는 말이다.
“죽음이란 생명의 한 부분이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반면에 멸종이란 생명의 절멸뿐만 아니라 아예 탄생 그 자체의 종말이기도 하다. 지금 살고 있는 생명의 수백만 배, 수천만 배가 죽어가는 것이다... 환경의 위기는 정신적인 위기다. 잃어버린 정신을 다시 찾아낼 때까지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잃어버린 정신이란 우리가 얽히고설킨 생명체의 그물망에서 분리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다...” (pp.270~271) - 목사 게리 코왈스키
책에는 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많은 글들이 실려 있다. 학자이거나 종교인이거나 환경보호론자인 이들이 침팬지, 거북이, 오징어, 오랑우탕, 앵무새, 프레리도그, 눈표범, 올빼미, 수염고래, 개, 말, 당나귀, 물고기, 생쥐, 기린, 범고래, 애완용 쥐, 코끼리, 고양이, 곰, 말벌, 밤새, 방울뱀, 원숭이와 함께 했던 기록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일방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물론 이를 통하여 우리들의 동물을 대하는 그 인식의 교정에 돌입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사실 그것은 동물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을 위해서 필요한 인식의 전환이다.
제인 구달 등저 / 채수문 역 / 최재천 감수 / 인간의 위대한 스승들 (Ich spürte die seele der Tiere) / 바이북스 / 367쪽 / 2009 (1997)
ps1. “동물권(Animal Rights)은 동물의 권익을 지칭한다. 단순히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권리 역시도 동물권에 해당하며 인간권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 권리 개념을 동물에 확대시킨 것이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그것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각각의 이견과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끊임없이 논의하지만 동물이 하나의 돈의 가치로서, 음식으로서, 옷의 재료로서, 실험 도구로서, 오락을 위한 수단으로서 쓰여서는 안 되며, 동시에 인간처럼 지구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개체로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 광범위하면서 공통적인 견해이다. 미국에는 180개의 법과대학원 중 97개 대학원에서 동물법을 강의하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윤리학, 철학의 한 과목으로서 정기적으로 개설되는 과목이기도 하다. 동물권의 개념은 동물해방의 개념으로 혼용되어 쓰이기도 하며 한국은 아직 동물권에 대한 개념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며 공개적으로 동물학대를 이용한 시위가 해마다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 위키백과
ps2. 가만히 꼽아보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 마리의 강아지와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했다. 순백색의 진돗개였던 순돌이, 쓰레기 통에 버려지는 것을 구출하였던 믹스견 이쁜이, 이쁜이가 낳은 여러 마리의 새끼들 중 첫째였던 얼룩이, 그리고 지금까지도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열한 살 고양이 용이와 지인의 집 앞에 버려졌다가 우리집에까지 오게 된 길냥이인 들녘이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용이와 들녘이는 현재도 한 집에서 사이좋게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