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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필 《세계 도서관 기행》

인류, 그 한 시대의 문화를 수렴하고 확장시키는 최전선에 서 있는 도서관

by 우주에부는바람

“... 미국 지도를 펴놓고 도서관에 점을 찍으면 그 흔한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보다도 더 많은 점, 점, 점이 찍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맥도널드 가게는 1만 2천여 개인 데 비해 공공도서관만 1만 6,600여 개나 된다. 모든 도서관의 수는 12만 2천여 개에 이른다.”

팍스아메리카나를 주창하였고 신자유주의의 맹주로서 군림하는 미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합리주의라는 포장에도 불구하고 그 이기적인 속내가 너무 뻔하여 싫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으니 위에 거론된 도서관 숫자 같은 것이 그 범주에 속한다. 이 땅의 수많은 맹목적 친미주의자들이 새겨야 할 것은 미국의 맥도널드 숫자가 아니라 바로 미국의 도서관 숫자가 아니겠나 싶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세계의 모든 지식 정보 자원을 수집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4천 명 가까운 직원이 일하고 있다. 장서는 1억 4,200만 점, 서가의 길이는 1,046킬로미터이고, 소장 자료의 언어가 무려 470종이나 된다니 그 방대한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도서관장은 장관급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또한 나는 미국 의회도서관이 지향하는 바와 그 어마어마한 규모 앞에서 압도당하기 보다는, ‘국민에게 사실을 알려주어라. 그러면 나라가 안전할 것이다. Let the people know the facts. and the country will be safe.’라고 말한 링컨, 그리고 그 말을 의회에 있는 뉴지엄의 내부 벽면에 새겨 놓은 저들의 선진성에 기가 죽는다. 자기들의 치부가 될만한 것은 어떻게든 숨기려 들고, 반대로 국민들의 치부는 어떻게든 찾아내려 하는 우리의 정부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 아니겠는가. 국민의 알 권리를 억누르기 바쁜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나라가 안전할 리가 없는 것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생각보다 신통치 못한 점수로 인해 패닉 상태인 학생의 마음을 다시금 일깨워준 선거 결과를 받아든 것이 얼마 전이라 아직 격앙된 탓이다. 책은 제목처럼 국립도서관장을 지내고 현직 지자체장을 맡고 있는 저자가 전세계 12개국 35개의 도서관을 (책에서 거론되고 있는 도서관은 아래의 첨부 참조,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몇몇 도서관들 또한 살피고 있다) 직접 돌면서 보고 느낀 것을 적어 놓은 기행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강대국이라고 말하고 있는 나라들의 도서관을 보면 그 저력의 근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도서관의 과거도 과거이거니와 지금 현재 그들이 들이고 있는 노력 또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사사건건 국격을 운운하는 대통령이 정말 우리의 국격을 높이기 위하여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또한 알려준다. 당장의 이익과 국익이 아닌 사익을 추종하는 세력들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 그러니까 보다 먼 미래를 위한 투자란 바로 이처럼 각국이 도서관에 들이는 노력에 다름 아니다.

“볼테르는 한 편지에서... 나의 습관은 책의 여백에 그 책에 대한 생각을 적는 것이다... 라고 썼다. 그의 육필 주석과 종이쪽지, 밑줄, 다양한 표시, 귀를 접어놓은 페이지 등은 ‘진정한 볼테르’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잘이다. 이것들은 독서 중의 즉흥적 반응이거나 긴 사색의 결과물, 또는 최종 의견이다. 이 주석들은 ‘벌거벗은 볼테르’를 잘 보여준다. 왜냐하면 검열이나 공개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서관에 들이는 노력은 그 나라가 자국의 문화 혹은 세계 문화에 기울이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또한 도서관을 통하여 한 시대의 문화를 수렴하고 이를 후세에게 전달하는 일은 앞으로도 우리 인류가 자신들의 가치를 창출하고 또한 전달할 수 있게 만드는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각국의 도서관 내부와 외부 풍광을 사진으로 보고, 각국의 도서관 문화에 대한 지식을 요약 형태로 보는 것도 즐거웠고, 이들 모두가 인류의 가치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안도하게 되었다.


유종필 / 세계 도서관 기행 : 오래된 서가에 앉아 시대의 지성과 호흡하다 / 웅진지식하우스 / 463쪽 / 2012 (2010, 2012)


ps. 이 책에서 거론되고 있는 각국의 도서관 명단은 다음과 같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영국의 대영도서관 / 영국 하원도서관, 이탈리아의 안젤리카수도원도서관, 독일의 베를린국립도서관 / 독일 하원도서관, 프랑스의 미테랑국립도서관 / 리슐리외국립도서관, 러시아의 러시아 과학아카데미도서관 /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도서관 / 러시아 민족도서관 / 옐친대통령도서관 / 러시아 국가도서관 / 모스크바대학도서관 / 성 알렉시 2세 도서관 / 러시아 국립예술도서관 / 사회과학연구소도서관 / 러시아 의회도서관, 미국의 미국 의회도서관 / 뉴욕공공도서관 / 보스턴공공도서관 / 하버드 로스쿨도서관 / 옌칭도서관 / 케네디대통령도서관 / 로스앤젤레스공공도서관 / 샌프란시스코공공도서관, 아르헨티나의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브라질의 쿠리치바 ‘지식의 등대’ / 우루과이 국립도서관, 중국의 국가도서관 / 북경대학도서관 / 청화대학도서관 / 상해도서관, 일본의 일본 국회도서관, 북한의 인민대학습당, 한국의 규장각 / 느티나무도서관 / 김대중도서관 / LG상남도서관 / 한국점자도서관 / 아르코예술정보관 / 종달새전화도서관 / 제주 한라도서관 / 우당도서관 / 바람도서관 / 국립중앙도서관 / 국회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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