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다 소지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소설 속 소설이라는 환상적인 트릭조차도 현실 속의 치열한 고민으로...

by 우주에부는바람

제목에도 들어있듯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일본의 미스터리 추리물 소설이다. 보통 범인이 만들어 놓은 사건의 트릭의 정교함과 그 정교한 트릭을 깨뜨리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미스터리물이나 추리물을 본격물이라고 하고, 이러한 트릭 보다는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도록 만든 범행 동기 그리고 범인과 그를 쫓는 자 사이의 심리적 긴장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미스터리물이나 추리물을 사회파로 분류하는데,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본격물과 사회파라는 두 가지 경향의 특징이 모두 들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스터리 및 추리물의 경향을 신본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은 150cm 안팎의 작은 부랑아 노인이 어느 날 건어물 가게 주인인 사쿠라이라는 여성을 죽인 것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범행의 동기가 석연치 않다. 얼마전부터 물건에 붙기 시작한 소비세가 시비의 원인이었는데 노인이 내지 않은 소비세의 액수는 고작 12엔이었다. 그러니까 노인은 자신이 산 물건값 400엔은 지불을 했으면서도, 고작 12엔을 더 내기 싫어서 자신을 쫓아온 여인을 죽였다는 것인데, 이 사건을 맡은 요시키 형사는 그 범행동기가 왠지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소설은 요시키 형사의 의심에서 시작된 전방위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쫓는 것과 동시에, 이번 살인 사건을 저지른 노인인 나메카와 이쿠오가 미야기 교도소에 있는 동안 썼다는 <춤추는 피에로의 수수께끼>, <목 매달린 사자>, <하얀 거인>, <피에로와 여자>라는 네 편의 환상적인 단편 소설을 소개하고 있다. 믿기지 않는 일을 서술하고 있는 환상적인 내용으로 이뤄진 소설 속 소설과 소설 속의 살인 사건을 따라가는 현실이 평행선으로 (마치 소설 속 의문의 열차 사건이 일어나는 훗카이도의 철도 노선인 삿쇼 선과 하코다테 본선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것처럼) 배치되어 있다.


“... 미야기 교도소에 있으면 쇼와 그 자체와 마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혹은 쇼와라는 무리하게 급성장한 시대의 일그러짐이랄까, 외상이랄까. 그런 것이 거기에 꾸역꾸역 쑤셔 넣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소설은 1926년에서 1989년에 이르는 쇼와 시대, 그러니까 군국주의의 시기를 거쳐 근대화를 위하여 앞만 보고 달리는 산업화의 시기를 포함하는 쇼와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사회적 배경을 포함하고 있다. 열차 안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의 배후에는 동아시아를 전쟁으로 몰아넣으며 다른 민족에게 가하였던 군국주의적 폭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고 (소설에는 일제 시대 강제 징용으로 끌려간 한국인이 주요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믿기지 않는 오랜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낸 노인의 억울한 삶에는 성장과 효율 위주의 급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 하고 있음을 소설은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 누명이란 무리한 질서 유지 혹은 치안 유지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범인이 나오지 않으면 주민에게 사회 불안이 싹트고 나아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치솟는다... 일본인 모두가 기업의 전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때에, 세상에 알려진 흉악한 사건에는 반드시 결말을 지어둘 필요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일본인의 행복을 위해 행해지는, 정의라운 명목의 불합리한 폭력입니다...”


쇼와 시대가 끝난 1989년, 바로 그 1989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그렇게 일본의 지나온 시대에 대한 고백의 기색이 짙게 깔려 있다. 소비세 12엔이라는 바로 지금의 살해 동기를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쇼와 시대 전체가 가지는 문제를 범행의 동기로 끌어 안는 폼이 바로 본격물과 사회파의 결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미스터리물을 깊게 즐기지는 않지만, 이렇게 잘 씌어진 장르물이라면 언제든 반갑다.



시마다 소지 / 한희선 역 /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奇想、天を動かす) / 시공사 / 527쪽 / 2011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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