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귀를 기울이면》

단숨에 읽히는 소재와 형식의 대중성을 뒷받침해주는 보다 유의미하고 분명한

by 우주에부는바람

소설은 크게 세 개의 흐름으로 시작된다. 이 세 흐름은 발달장애를 가진 김일우와 그의 부모인 오영미와 김민구 가족, 어영부영 아버지가 하던 건어물 가게를 물려받은 세오시장 상인회 총무인 정기섭과 시장 사람들, 나름 잘 나가던 PD 였다가 독립해서 외주제작사 네오프로덕션의 대표로 있는 박상운과 방송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물줄기는 조금씩 조금씩 서로를 간섭하다 결국 하나의 큰 흐름으로 합쳐진다.


그러고보니 이러한 소설 전개의 양식은 일부 일본 소설들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스타일이다. (음... 그러고보니 소설의 제목은 미야자키 하야호의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과 같네...) 그러니까 아무런 연관 관계도 없어 보이는 인물들을 따로 떼어서 하나씩 설명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얘네들은 왜 이렇게 따로따로 설명되고 있는 것이야 하는 의아함을 주다가, 어느 순간 그 인물들이 서로 얽히기 시작하면서 오호, 이렇게 합쳐지는 것이었군, 하는 쾌감을 주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은 이들,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 김일우와 재래시장 상인인 정기섭, 프로덕션 대표 박상운은 <세오시장배 전국 야바위대회>라는 타이틀 아래에서 드디어 하나가 된다. 세오시장의 정기섭은 떨어지기만 하는 재래시장의 매출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으로 방송에 내보낼 이벤트로 ‘야바위대회’를 기획하고, 하나밖에 없던 방송 프로그램마저 잃어버리고 다시금 재기를 노리는 박상운은 ‘야바위대회’라는 컨셉에 꽂히고, 김일우의 부모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소리를 듣는 능력만큼은 타고난 김일우의 숨겨진 재능을 ‘야바위대회’에서 맘껏 펼치기로 작정하면서 이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렇게 누군가는 방송을 통해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누군가는 히트 방송 상품을 만들어냄으로써 재기에 성공하고, 누군가는 바보인줄만 알았던 아들의 도움으로 일확천금을 거머쥐는 해피 엔딩... 물론 이러한 해피 엔딩에 대한 기대는 금물이다. 악인이라고는 뭣하지만 세상에 찌든 이 이기주의자들은 결국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를 바라보며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들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품을법한 욕망을 (독자들인 우리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유일하게 이러한 욕망들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김일우 학생 뿐이다, 하지만 그는 발달장애로 2세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으니...) 그러한 욕망을 추구하려다 나락으로 떨어지고 (우리들 대부분 또한 이러한 사적인 실패의 신화를 가지고 있지 아니한가), 또한 그 나락으로부터 올라서기 위하여 애를 쓴다는 전체적인 틀은 신선함이라는 측면에서 조금 부족해 보인다. 이와 함께 김일우에 비하여 애초의 두 흐름의 주요 인물인 박상운과 정기섭이라는 캐릭터가 조금 평면적이고, 오영미와 김민구의 빈집털이 경험이나 정기섭을 스치듯 지나가는 어영부영 불륜과 같은 이야기는 가지치기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재미와 메시지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귀를 기울이면 / 조남주 / 문학동네 / 326쪽 / 201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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