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을 통과하는 원더보이의 성장기, 혹은 자꾸 잊혀져가는 우리 시대
1984년에서 1987년 사이... 우리들 주변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왜 소설 속 나의 아버지는 남파 간첩을 차로 치고 자신도 죽게 되었으며, 나는 왜 그 순간 아버지의 옆자리에 있었으면서도 숟가락 구부리기에나 열중하느라, 그 순간을 제대로 목격하지 못했을까요... 그건 그렇고, 우주에는 태양과 같은 빛을 내는 별들이, 무려 10000000000000000000000개나 존재한다고 하는데, 우리들의 밤은 왜 이렇게 어둡기만 한 것일까요...
“가만히 있으면 앞에 앉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또 누군가의 물건을 손에 쥐면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도 알게 되었습니다. 소리만 들리는 게 아니라, 꼭 그 사람이 된 것처럼 기쁨과 슬픔도 그대로 느껴집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느껴집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로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열다섯 김정훈 군은 노점상을 하는 아버지의 트럭을 타고 집으로 귀가하다가 사고를 당한다. 그렇게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그의 앞에 권대령이 나타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김정훈 군은 이제 천애 고아가 되었지만, 하필 그 트럭의 사고가 남파 간첩을 죽이는 쾌거를 달성함으로써 이제 소년은 원더보이로 등극하지만 동시에 돈과 명예에 환장한 권대령에게 교육을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청와대 방문과 방송 출연 이후 초능력과 관련하여 마스터 피터 잭슨으로부터 특수 훈련을 받던 나는 결국 탈출을 감행하고, 군병원에 있는 동안 친해졌던 FB(Fire Bottle, 화염병) 잘 던지는 형과 재회하게 되며, 그를 통해 강토 형(혹은 희진)을 만나게 되고, 그 혹은 그녀를 통하여 재진 아저씨를 소개 받아 그가 머무는 시골집에서 스스로를 추스를 수 있게 된다.
그곳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온 이후에도 함께 방송 출연을 했던 이만기, 그리고 쌍둥이 남매에게 몇 차례 납치를 당하기도 하지만 김정훈 군은 결국 정권에 의해 약혼자를 잃어야 했던 희진, 그리고 정권을 향하여 출판이라는 형태로 항거하고 있는 재진 아저씨, 그리고 그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통하여 서서히 어른이 되어간다. 그런데그건 그렇고 우리들의 어두운 밤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주가 아직 젊어서 그런 것이고, 성장하는 중이어서 그런 것이니 그 밤을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라는 이야기이다. 1984년에서 1987년에 이르는 그 성장기를 천애고아가 된 원더보이가 훌륭하게 통과하였듯, 그리고 우리들이 엄혹한 군부독재의 사슬을 끊고 직선제를 쟁취하였듯 우주는 여전히 젊고 성장하는 중이니 밤의 어두움을 그저 어두움으로만 받아들여 어두워지지 말자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1987년 여름이 되자,
베드로의 집에서 국영수를 가르치던 형들이 우리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완전히 다를 거라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만약 누군가 그런 짓을 하려고 든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뭐라도 할 것이라고.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우린 혼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한 소년의 성장기를 통하여 우리 시대의 성장통을 이야기하고자 한 작가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일이 쉽지는 않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동시에 범우주적인 세계관을 포함시키는 형식이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전략으로 적절했느냐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편을 들기 힘들다. 조금은 다르게 21세기적으로 돌아보는 그때 그 시절이 의미없지는 않지만, 지난 몇 년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 바늘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보다 효과적인 언질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
김연수 / 원더보이 / 문학동네 / 321쪽 / 2012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