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다 에이미 《솔뮤직 러버스 온리》

박력 넘치는 여류 작가가 펼쳐내는 파격적이고 퇴폐적인 성과 사랑의...

by 우주에부는바람

“한 남자를 사랑하면 60매의 단편소설을 쓸 수 있다. 나는 최근에야 이런 법칙을 알았다. 소설을 쓰고 싶어서 사랑을 하는 건지, 사랑을 하기 때문에 소설을 쓰게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연애란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한다. 슬프고 기쁘고, 또한 달콤하다. 이런 감정들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사치스럽다. 나는 마음의 사치를 아는 남자와 여자가 정말 좋다.”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와 함께 일본의 여성 작가 3인방 중 하나라고 불리우는 야마다 에이미의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야마다 에이미는 이들 셋 중 가장 박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바로 그 철철 넘치는 박력으로 (지금으로부터 이십오년전에 이미) 꽤 파격적인 소설을 써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작가는 대놓고 흑인 남성 예찬론을 펄치고는 하였는데, 몸소 흑인 남성과 결혼을 함으로써 자신의 철학을 실천에 옮겼다고 해야 하겠다.


소설집에는 모두 일곱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연작소설집은 아니지만 국적 불명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정체 불명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며, 동시에 막되먹은 성을 주제로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소설들이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건데 이 거침없는 작가의 박력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엉뚱하게도 연속으로 세 권째 성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즐비한 글을 읽게 되었다. 나꼼수와 비키니 인증샷 때문이라고 해두자...


「WHAT'S GOING ON」.

“그녀는 다 삶긴 스파게티 면에 버터를 넣고 소스를 뿌렸다. 로드니가 코를 훌쩍거리며 스파게티를 먹기에 너무 매웠나 싶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니 그는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아이다도 괜스레 슬퍼져서 함께 울며 스파게티를 먹었다.” 클럽에서 남자를 꼬시는 것을 업으로 삼던 아이다는 이제는 결혼을 하였고 남편과 함께 클럽을 찾는다. 하지만 그곳에서 결혼하기 직전의 애인이었던, 그녀로 하여금 결혼을 선택하게 만들었던 남자 로드니를 다시 만나게 되고, 함께 울면서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었던 당시를 떠올린다, 격정적인 카섹스 뒤에 말이다.


「ME AND MRS. JONES」.

“몸은 말이야, 마치 과자 같은 거야. 그리고 마음은 빵 같은 것이야, 베이비...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처음 여자를 사랑한 내가 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을까. 나는 이제 막 열일곱 살이 된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과자를 너무 많이 먹어 본 어른이었다.” 멀리 나가 있는 군인 남편을 둔 미세스 존스의 가벼운 엉덩이를 향한 열일곱 살 소년의 순정이라고 해야 할까... 저 옛날 영화 <그로잉 업>을 후미진 만화방 한 켠에서 비디오로 보던 시절이 떠오른다.


「검은 방」.

“그날 이후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있으면 조니가 남긴 동전을 꼭 쥐고 그를 생각한다. 주차장 바닥에 흩어지던 수많은 동전, 그 소리. 그것은 참고 참았던 그에 대한 나의 사랑처럼 시끄러웠다. 그렇게 요란스러웠지만, 나는 그의 이름이 조니 다크윈이고, 농구를 한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술집에서 만나 원나잇 스텐드를 즐겼던 그 남자, 약혼자가 있는 나는 그 이후 그와 헤어졌지만, 그 남자는 그 헤어짐을 참지 못하여 울었다. 이 섹스 난무하는 소설에는 울음도 참 많다.


「PRECIOUS PRESIOUS」.

“...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들은 마치 어른에 이르는 계단에 올라타기라도 한 듯한 생생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열다섯 살이 넘으면 대부분의 집에서는 무작정 용돈을 주지 않고 사소한 일이라도 시킨다. 그들이 노동으로 번 돈. 어른들이 사용할 만한 속어들. 급속히 바뀌어 가는 골격. 그들에게 부족한 것이라고는 점점 여자 하나로 좁혀져 간다.” 그나마 가장 순정적인 이야기이다. 마음에 드는 여자의 주머니에 몰래 자신의 전화번호를 넣고, 그렇게 걸려온 전화에 반응하는 배리는 아직 순정이 넘친다.


「MAMA USED TO SAY」.

“그녀는 그와 황망히 사랑을 나눌 때마다 달콤한 목소리로 ‘아이 러브 잇’이라고 속삭일지언정 ‘아이 러브 유’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녀의 열정은 언제나 브루스가 아닌 브루스가 가진 ‘잇’으로 향했다. 그것은 분명히 진정성과 저돌성을 갖춘 그의 젊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작부집 아들인 나 브루스, 그리고 작부집 주인인 아버지, 어느 날 그 집으로 스며 들어온 아버지의 여자 마마 도로시... 어찌보면 근친상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어쩜 이리 천연덕스럽게...


「GROOVE TONIGHT」.

“데니스를 향한 이유 없는 질투. 커티스는 그녀와 관계를 맺은 이후 남자로서는 꼴사나운 짐을 하나 짊어지고 만 것이다. 그녀의 멍한 분위기가 그의 마음을 불안의 안개 속으로 끌어간다. 그것은 커티스와 보내는 둘만의 시간을 기다리기 위해 데니스가 무의식적으로 개발한 혼자 노는 방법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남자의 질투는 역시 유죄다. 아름다운 여인 데니스의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죄많은 커티스의 질투는 멈추지를 않는다. 물론 그 끝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FEEL THE FIRE」.

“미안해, 소니. 네가 이반의 몸에 잔뜩 발라 놓은 ‘접착제’는 마르기 전에 내가 가질게... 이렇게 하여 루퍼스는 이반을 완벽하게 사랑하기 시작했다. 소니의 냄새와 함께 완전한 준비를 갖추고 있던 그녀의 몸은 둑을 무너뜨리고 터져 나오는 루퍼스의 사랑에 응하여 몇 번이나 정신을 잃었다.” 남자 친구인 소니의 죽음 이후 실의에 빠진 이반, 그리고 그런 이반을 보면서 애달파 하는 두 사람의 친구였던 루퍼스... 그리고 어느 날 소니의 몸에 대한 추억으로 매일 밤 자위를 하고 있던 이반의 침실로 루퍼스는 스며들고...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그 후의 나는 정말 비참했다. 일을 한다. 그러다 보면 윌리 로이에게 안기고 싶어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어 침실로 간다. 그러면 그가 말한다. 일은 끝났어? 나는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 그는 연상의 남자처럼 나에게 말한다. 빨리 일이나 해...”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났던 남자의 느닷없는 방문... 그림을 그리는 나는 그 남자 윌리 로이와의 단 한 번의 섹스 이후 완전히 사로잡히게 되지만, 이제 그 남자 윌리 로이는 더 이상의 섹스를 허락하지 않는다. 섹스의 갈구는 때때로 예술로 이어지기도 한다...



야마다 에이미 / 양억관 역 / 솔뮤직 러버스 온리 / 민음사 / 172쪽 / 2010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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