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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Sep 07. 2024

김교빈 이현구 《동양철학 에세이》

곁에 두고 간혹 펼쳐보아도 좋을 동양철학을 바라보는 시각의 정립 개론서.

  1993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이후 2006년 개정판이 나왔으며, 2011년 그 개정판의 23쇄가 바로 내가 본 책이니 베스트셀러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는지 몰라도 스테디셀러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책을 본 사람들이 낸 입 소문이 저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니 나 또한 그러한 입 소문의 한 자락을 거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책이라는 증거다.


  “<논어>에 보이는 인(仁)은 두 이(二)에 사람 인(人) 자를 합해 놓은 것으로,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공자의 관심은 사람 이상이나 사람 이하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자면 인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 앞서 말한 것처럼 인을 ‘어질다’로 풀어서는 의미가 제대로 살지 않습니다. 인은 ‘사람다움’이라고 풀어야 합니다. 공자의 관심은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다움을 실현하는 길(道)인가를 밝히는 데 있었던 것입니다.”


  책은 바로보기, 공자, 노자, 묵자, 장자, 맹자, 순자, 법가, 명가, 농가, 주역, 돌아보기라는 열 두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공자에서 순자까지는 사람을 일컫는 명칭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학파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법가와 명가와 농가는 하나의 학파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중 농가는 개정판을 내면서 새롭게 포함된 것으로, 이러한 각각의 챕터를 저자 두 사람이 나눠서 작성하였다고 한다. (공자의 仁을 이렇게도 실천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 공자 사상에는 행위에 대한 인과응보가 없습니다. 다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가 있을 뿐입니다. 그 당위는 사람이 마땅히 갖는 책임이나 사명 의식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그 당위를 따라간 많은 이들의 실천은 굽히지 않는 비판 정신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사실 각각의 챕터는 스물 대여섯 페이지 정도로 이뤄져 있으니 그것으로 이 성인의 반열에 올라 있는 학자들의 사상을 제대로 살피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이 바로보기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이 책의 의도는 ‘동양철학을 올바른 시각에서 많은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동양철학에 대한 이해가 목적이 아닌, 동양철학을 대하는 시각의 정립이 목적인 것이고 그러한 면에서 훌륭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묵자 철학은 중국 고대 철학 가운데 피지배 계층의 편에 가장 가까이 선 철학이었습니다. 그는 당시 억압과 수탈을 일삼은 지배 계층을 향해 똑같이 사랑하라고 외침으로써 정치적 평등을 확보하려 했고, 서로 나눠 갖자고 주장함으로써 경제적 수탈에 대항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들은 동양철학이 신비화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그들의 사상을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사상은 춘추전국시대라는 당대의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우리에게 곧바로 적용시켜서는 안 되며, 바로 지금이라는 시공간을 토대로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끊임없이 주의를 환기시킴으로써 동양철학을 신비한 어떤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지극히 경계하고 있다.


  “... 순자 사상의 특징은 철저하게 인간의 의지를 강조한 것입니다. 순자는 사람의 본성을 악하다고 했지만, 그 악한 본성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간 자신의 의식적인 노력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이 딱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고전에서 발췌한 내용들은 저자들의 이야기와 제대로 버무려지면서 독자들의 쉬운 이해를 가능케 하고, 이러한 이해 속에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때때로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사상가들의 진의를 파악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며, 우리가 파편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들을 차분하게 역사라는 실에 꿰어주는 지극정성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공자, 맹자, 순자로 대표되는 유학은 분명히 도덕적 완성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부분적인 완성에 지나지 않습니다. 유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두가 어우러지는 대동 세계의 실현에 있었으며, 그 세계를 사회적 실천을 통해 이루려고 했습니다... 도덕 없는 자본주의는 짐승만도 못합니다... 그리고 이때 얼마나 도덕적이냐 하는 것은 얼마나 남을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는가의 문제로 나타납니다... 묵자의 철학도 바로 그런 것이었으며, 오늘날 필요한 유교적 삶 역시 도덕적 실천, 즉 도덕의 사회적 실현인 정의의 실천인 것입니다... 노장 사상의 참모습은 허위 의식에 대한 비판과 평등 의식에 대한 갈망이었습니다... 모두가 제 모습을 드러내고 제 역할을 다하는, 모두가 주체로 어우러지는 평등 사회를 바랐던 것이며, 이 같은 이상의 실현을 위해 주체적 삶을 가로막는 온갖 사회 제도와 허위 의식을 부정하고 비판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동양철학을 통하여 현실을 나은 방향으로 진행시켜야 한다는 저자들의 올바른 마음가짐이 끝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가벼운 에세이는 그저 가볍기만 한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다. 고리타분하게 경전 속에 갇혀 있는 철학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며 현대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동양철학의 묘미임을 이 책을 통하여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김교빈, 이현구 / 이부록 그림 / 동양철학 에세이 / 동녘 / 332쪽 / 2011 (199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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