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제임스 미치너

책의 세계를 둘러싼 인간 군상의 다양성, 사려깊게 보여주기...

by 우주에부는바람

*1993년 6월 3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소설은 모두 네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각각이 바로 책을 둘러싼 이들이다. 작가, 편집자, 비평가, 독자... 그리고 생각해보면 바로 이게 고전적인 책의 유통 순서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일단 작가가 글을 쓴다. 그리고 이 글을 출판사에 보내면 편집자가 본다. 출판 가능한 글이다 싶으면 책이 나오고 그 책은 필요한 경우 비평가에게 무료로 전달되어(인맥과 학맥이 이 순간 위력을 발휘한다) 이러쿵저러쿵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일반 독자들이 사서 즐겁게 읽거나 읽다가는 저멀리 집어던져 버린다.


작가인 제임스 미치너는 이러한 과정을 네 명의 서로 다른 주인공을 내세워 매우 리얼하게 그려냈다. 물론 편집자와 작가의 사이가 우리나라의 경우와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말이다.(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작가가 편집자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우리에 비하여 이쪽은 편집자가 작가보다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거나, 거의 같은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편집자는 언제나 작가의 작업 방향이 잘못 되었다 싶으면 이에 대해 지적한다. 그리고 작가는 순한 양처럼 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 편집자와 작가는 지극히 밀접한 공생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쓰고 편집자는 검토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책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책에 대해 말하는 책이기도 하다. 아는 척을 해본다면 텍스트에 대해 말하는 텍스트를 지칭하는 메타 텍스트처럼, 책에 대해 말하는 책, 그러니까 메타 책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것을 이론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책의 생산과 검열, 비판과 유통의 전 경로에 해당하는 각각의 인물을 통해 매우 그럴싸하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그것이 소설이라는 장르에 국한되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시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경로를 시로, 평론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경로를 평론으로 풀어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 잠깐...)


만약 소설이 어떻게 해서 우리에게 도달하게 되는가를 보다 자세하게 알고 싶거나, 그렇지 않대도 책과 관련한 사람들의 속내가 평상시 쬐끔이라도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읽어 유익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물론 재미는 말할 것도 없다. 마치 자신이 소설가가 되고, 편집자가 되었다가, 비평가가 되고, 독자가 되는 것을 멀티플하게 경험할 수 있다고 감히 장담할 수 있다.



제임스 미치너 / 윤희기 역 / 소설 (The Novel) / 열린책들 / 상권과 하권 전체 619쪽 / 1992,1993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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