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의 기술은 출중하지만 '미스터리와 추리'의 기백은 조금 아쉬운..
일본의 서점 직원들이 뽑는다는 ‘일본 서점 대상’을 신뢰하는 편이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 (1회), <밤의 피크닉> (2회), <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3회)와 같은 대상 수상작들이 보여주는 질도 그렇거니와 작가나 평론가가 아니라 서점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에 대하여 투표를 하여 수상작을 뽑는다는 설정 자체가 무척 마음에 드는 탓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일본 서점 대상’의 선정 방식을 이야기하자면 일단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로부터 그 전 해에 출간된 책들 중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추천받고, 투표를 통하여 이 책들 중에서 10권의 책을 추린 다음 2차 투표를 통해 이 10권의 책에 순위를 매기고 대상을 선정하는 형식이다. 그리고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는 바로 2011년 제8회 일본서점대상 대상작품이다.
그렇지만 여타 다른 대상 수상작들에 비하여 이번 작품에서는 고개를 갸우뚱 하고 말았다. 물론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스터리 추리물이라는 장르 문학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치밀한 구성에서 현저하게 함량에 미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 것이다. 다만 작가가 지향하는 ‘유머 미스터리’, 그러니까 장르 문학 그 아래의 또 다른 하위 장르가 가지는 독특한 지점에 대한 일본 서점 직원들의 격려가 알게 모르게 작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할 수 있을 뿐이다.
“... 가자마쓰리 경부는 올해로 서른두 살에 독신. 그러나 단순한 독신은 아니다. 아버지는 중견 자동차 제조 회사 ‘가자마쓰리 모터스’의 사장이다. 즉 그는 부잣집 도련님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구니타치 경찰서에 소속된 경찰관이며 직함은 경부다...”
‘유머 미스터리’라는 명명에서 보여지 듯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개성이 무척 강하다. 가자마쓰리라는 이름의 경찰 간부로 등장하는 이는 엉뚱하게도 자동차 제조 회사의 사장의 아들이면서도 외제차를 자랑스럽게 몰고 다니는 인물이고, 한술 더 떠 가자마쓰리 경부를 따라 다니는 여형사 호쇼 레이코는 가자마쓰리의 집안보다 몇 배는 부자인 호쇼 그룹 총수의 외동딸이라는 설정이다.
“... 일단 호쇼 저택으로 돌아오면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원피스 드레스 같은 것을 걸치고 쉬는 경우가 많다. 만약 그 모습을 가자마쓰리 경부가 목격했다면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자신의 부하라고는 깨닫지 못할 것이다. 가자마쓰리 경부는 레이코가 ‘호쇼 그룹’의 총수, 호쇼 세이타로의 외동딸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러니 ‘원래는 프로야구 선수나 사립탐정이 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하는 호쇼 레이코의 집사 가게야마가 소설에 실린 여섯 개 사건을 모두 해결해버린다고 해서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게다가 자신이 모시고 있는 아가씨를 향하여 “아가씨는 멍청이이십니까?“ 라거나 ”아가씨는 멋으로 눈을 달고 다니십니까?“ 라고 말을 하면서 능청을 떨어도 대충 넘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게야마의 실력이 나쁘지는 않지만 사건 자체가 의외로 싱겁고, 때때로 독자의 실력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득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간의 미스터리물이나 추리물과는 확실히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미스터리 장르만 놓고 보자면) 서브인 ‘유머’가 아니라 메인인 ‘미스터리’ 쪽까지 완벽하게 커버하고 있다고 보여 지지는 않으니 아쉽다.
히가시가와 도쿠야 / 현정수 역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謎解きはディナ-のあとで) / 21세기북스 / 327쪽 / 2011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