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환상 도서관에 확 집약된 도서관을 향한 모든, 참신한 상상...
도서관과 관련하여 이처럼 환상적인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만 하다. 도서관이라는 것이 주는 일반적인 실루엣의 뉘앙스가 밝고 명랑한 것은 아니다 보니 책에 실린 여섯 편의 환상적인 도서관들 또한 어딘가 음습하고 미스터리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도서관과 관련하여 비슷한 내용을 읽어본 기억이 없으니 (김대우의 <비만의 도서관>이 있지만 그건 아니고, 김중혁의 <악기들의 도서관>도 있지만 그것도 조금 동떨어지고, 그나마 그 환상성만 놓고 보자면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책 <바람의 그림자>나 <천사의 게임>에 나오는 도시의 한 켠에 위치한 미스터리한 도서관이 비슷하다고 하겠다) 도서관에 대한 참신함으로는 세계 최고가 아닐까 싶다.
「가상 도서관」.
어느 날 작가인 나는 스팸 메일 속에서 모든 것이 다 있다, 는 가상 도서관의 슬로건을 보고는 가상 도서관의 웹 사이트에 접속한다. 그리고 호기심에 작가인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고, 그곳에서 현재 자신이 집필한 세 권의 책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고는 발끈 하여 저작권과 관련한 경고의 메일을 보낸다. “... 선생님의 페이지에 책 본문이 실려 있긴 하지만 그 페이지에 접속하는 것은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것은 오로지 선생님 본인에게만, 딱 한 번 가능한 일입니다. 방금 이 기회를 사용하셨기 때문에 선생님의 소개와 저자목록이 있는 페이지에는 앞으로 아무도 접속할 수 없습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답변 메일 속의 내용은 더욱 황당하다. 그렇지만 그들의 말처럼 다시 들어간 웹 사이트에서 이제는 자신을 확인할 수 없다. 더군다나 검색했던 자신의 페이지에는 자신이 아직 쓰지 않은 도서 목록이 들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망년도로 예상되는 숫자들까지 적혀 있었다. 그야말로 정말, 모든 것, 그러니까 이미 나온 도서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올 도서까지 포함하고 있는, 모든 책이 들어 있는 가상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이다.
「집안 도서관」.
집 앞의 우편함을 규칙적으로 닦고 관리하는 버릇이 있는 나는 어느 날 우편함에서 두툼하고 짙은 노란색의 하드커버 책 한 권을 발견한다. “우편함을 열었을 때 또 다른 놀라운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똑같은 제목의 두툼한 짙은 노란색 책이 또 한 권 들어 있었던 것이다. 놀라운 일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엄청나게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열어본 그 우편함에 똑같은 책이 한 권 더 들어 있는 것을 본 나는 계속해서 우편함을 열고 닫는 행위를 거치면서 무수히 많은 책을 우편함으로부터 빼낸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계단 숫자가 다른 자기 집으로 이 책들을 옮기고 이제 그는 집안 가득 두툼한 노란색 하드커버 책을 쌓아 올린다.
「야간 도서관」.
주말에 읽을 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폐점 시간을 조금 넘겨 도서관을 방문한 나는 그곳에서 폐점 시간 이후를 담당하는 듯한 사서를 발견한다. “저희는 밤에 일합니다. 여기는 야관 도서관입니다... 물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요. 저희에 관해서는 별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만... 다만 낮과는 책의 종류가 다를 뿐이지요. 저희는 오로지 인생에 관한 책만 가지고 있습니다... 꼭 한 번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굉장히 흥미롭지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진짜 인생은 만들어낸 이야기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야간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하였던, 그리고 지금 존재하고 있는 모든 사람의 인생을 가지고 있는 야간 도서관에서 나는, 나의 기록을 보지만, 물론 믿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렇게 이것은 비밀 경찰의 농간이라고 여기며 도서관 문을 박차고 나와 거리에 서서 시간을 보는 순간, 나는 자신이 도서관에 들어가기 전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깨닫고, 다시 들어가기를 시도해보지만 이미 그 야간 도서관의 문은 잠겨졌다.
「지옥 도서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옥과는 전혀 다른 지옥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제 막 지옥에 입소를 한 나는 그 간수로부터 지옥 도서관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다. “... 우린 모든 사람들이 강제로 책을 읽게 만들지. 덕택에 아름다움과 유용함을 조화시킬 수 있게 됐어. 무엇보다도 재소자들이 여기 오게 된 핵심적인 결점을 없앨 수 있지. 책을 많이 읽을수록 나쁜 짓을 할 시간과 동기가 점점 더 줄어들거든. 이 친구들에게 독서가 정말로 치유의 효과를 발휘하는거야.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벌이 아니라 치료로 생각하는 거지...” 유황 지옥같은 것은 구시대의 유물이며, 이제는 지옥도 보다 세련되게 벌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다만 문제는 내가 읽어야 할 책을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지옥에 온 나에게 내려진 ‘전원시’를 주구장창 읽어야 한다는 사실은, 생각해보니 은근히 소름끼치게 무섭다. (물론 ‘전원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초소형 도서관」.
노점상 노인에게서 산 책 한 권이 주는 놀라운 이야기이다. “나는 다른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본문이 시작하는 다섯 번째 페이지를 보자 다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소설이었지만, 조금 전에 본 것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각 장이 번호가 아니라 제목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글자 크기도 달랐다. 더 작고 행간이 훨씬 좁았다. 나는 완전히 새로운 책을 들고 있는 것이었다!” 초소형 도서관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는가. 그러니까 책을 한 번 덮었다가 다시 펼칠 때마다 그 책은 또 다른 소설이 된다. 그러니까 책 한 권이 하나의 도서관 구실을 하게 된다는 믿을 수 없지만, 은근히 부럽기 그지없는 이야기이다.
「위대한 도서관」.
나의 책장은 위대한 하드커버 도서들로 채워져 있다. “위대한 도서관이란 위장과 매우 비슷하다. 안에 무엇을 넣느냐에 대해 엄격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위대한 도서관에 들어갈 물건은 적절한 기준을 통해 세심하게 골라야 한다. 어울리지 않는 책이 거기 들어가는 것은 잘못된 음식을 마구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구역질이 나고 속이 메스꺼워질 것이다. 서재에 들어가서 장서 중에 내가 꽂아두지 않은 책이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내 기분이 딱 그랬다...” 하지만 어느 날 책장을 둘러보다가 페이퍼북을 발견한 나는 심한 불쾌감을 느끼고, 그 책을 얼른 가져다 버린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물에 던지고,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고, 기차에 갈기갈기 찢기도록 만들어도 그 페이퍼북은 언제나 다시금 그 책장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그는 드디어 마지막 선택을 한다. 그 페이퍼북을 자신이 먹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환상의 도서관, 이라는 제목을 가진 페이퍼북은 거기에 실린 가상의 도서관, 을 비롯한 여섯 개의 장에 따라 분절되어서 나의 위장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조란 지브코비치 / 김지원 역 / 환상 도서관 (The Library) / 192쪽 / 2011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