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처럼 빛나는, 하지만 담장 위의 피크닉처럼 아슬아슬한 청춘을 향하여
*1999년 7월 11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영화, 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섬뜩함이 경쾌할 정도라고 기억해두자.
정신병원에 있는 코꼬, 쓰무지, 사토루는 그들의 세계와 바깥 세계의 경계인 담을 타고 모험을 떠난다. 그들의, 안의 세계와 그들의, 바깥의 세계와 거리를 둔, 그 담 위의, 그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피크닉의 이야기이다. 골고루 보여주는 이미지들, 그러니까 코꼬의 까마귀, 그리고 죽인 또는 죽은 쌍둥이 여동생이 그렇고, 쓰무지의 초등학교 담임 선생이 그렇다. 그리고 피크닉 중에 사토루는 그들의 세계에서 그만 아래로 곤두박질하고 그렇게 담을 찾아 허우적거리다 쓰러진다.
빗속에서 고통받는 쓰무지를 가슴에 끌어 안고 이 세상의 마지막 키스를 해주는 코꼬, 쓰무지와 코꼬는 경찰에게서 빼앗은 권총을 가지고 배 위에서 지는 해를 향해 서 있다. 그리고 쓰무지는 좋은 생각이 났다면서 태양을 폭파시켜 지구를 멸망시키겠다며 총을 발사한다. 탕, 탕, 탕.. 그리고 이어지는 코꼬의 대사...
"역시 내가 죽지 않으면 안 되나 보다. 내가 너의 죄를 씻어줄께."
그리고 또다시 탕... 코꼬 자신을 향해 발사된 총알과 함께 쓰무지의 죄도 씻겨지고 지구는 멸망한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피크닉 / 이와이 슌지 감독 / 차라, 아사노 타다노부, 하시즈메 코이치 출연 / 72분 / 2005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