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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Jul 27. 2024

존 어빙 《트위스티드리버에서의 마지막 밤》

뫼비우스의 띠 같기도 하고 우로보로스 같기도 한...

  두 권짜리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누가 봐도 열다섯 살이 넘지 않은 어린 캐나다 소년은 너무 오래 주춤거렸다.’라는 문장이 있다. 소설에서 대니얼 배시아갈루포는 육십 대의 소설가인데, 소설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집필하고자 하는 소설의 첫 번째 문장을 생각해낸다. 그리고 그 문장은 소설 《트위스티드리버에서의 마지막 밤》에서를 시작하는 첫 번째 문장이 되었다. 뫼비우스의 띠 같기도 하고 우로보로스 같기도 하다.

  “강 이야기를 해보면 다른 강이 그렇듯이 이 강도 그저 계속 흘러갈 것이다. 다른 강이 계속 흘러가듯이, 통나무 아래로 떠내려간 캐나다 소년의 몸은 강물과 함께 흘러갔고 강물은 소년의 몸을 이리 밀고 저리 떠밀면서 제 갈 길을 갔다. 이리 밀고 저리 떠밀면서, 또한 이 순간 트위스티드 강이 불안해 보이고 심지어는 조바심을 내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아마 강물만은 소년의 몸이 계속 떠내려가기를 바랄 것이다. 계속 떠내려가기를.” (p.50, 1권)

  엔젤이라는 소년의 죽음으로 소설은 시작되고, 소년의 죽음은 멈추지 않는 강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그리고 자제를 모르는 이야기꾼인 존 어빙은 흘러가는 강물처럼 단 한 순간의 주춤하는 기색도 없이 소년 대니 배시아갈루포 혹은 작가 대니 엔젤의 삶을 풀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니 배시아갈루포 혹은 대니 엔젤의 가장 가까운 곳에 아버지인 요리사 도미니크 그리고 벌목꾼인 케첨이 존재하였다.

  “당신 둘 사이에 또 다시 어떤 폭력이 벌어질 경우 난 두 사람 모두에게서 떠날 거예요.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아들었어요? 절대로 싸우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나는 어느 누구 곁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죽는 날까지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두 사람은 사이좋은 형제처럼 항상 서로를 보살펴 줘야 해요. 두 사람은 각각 내 반쪽을 가질 수 있어요. 그렇지 않을 경우 두 사람은 내게서 아무것도 갖지 못할 거예요. 만일 두 번째 경우가 된다면 난 대니를 데리고 가버릴 거예요...” (p.282, 1권)

  도미니크와 케첨은 또한 대니를 낳은 로지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두 인물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니가 어렸을 때 로지는 죽었다. 엔젤과 같은 방식으로 강에서 실족하였고 그대로 사라졌다. 소설의 전반부에 대니는 자신을 낳은 로지를 둘러싼 도미니크와 케첨의 존재 방식에 의구심을 품고, 소설이 진행되면서 해소된다. 로지가 없는 동안 두 사람은 사이 좋게 지냈으며 죽을 때까지 대니를 아꼈다.

  “대니 엔젤이 상당히 풍부한 상상력을 지녔음에도 아버지의 논리를 헤아릴 수 없었다. 서로 겹쳐진 스냅 사진들은 어떤 역사적인 해석도, 시각적인 해석도 거부했다. 오래된 흑백 사진 속에서 놀랄 만큼 젊어 보이는 케첨이 대니의 기억에 분명히 트위스티드리버의 취사장 주방으로 보이는 곳에서 인준 제인과 춤을 추고 있었다. 이 오래된 사진 옆에 조(아장아장 걷는 아기 때)와 함께 찍은 대니의 컬러 사진이 나란히 붙어 있는 이유는 전혀 설명이 되지 않았다. 다만 대니가 기억하기로는 이 사진 속에 케티가 함께 있었는데, 요리사다 비치노 디 나폴리의 피자 오븐 앞에 파울 폴카리와 함께 서 있는 카르멜라 사진으로 교묘하게 케티의 모습을 완전히 가려 놓은 이유만은 알 것 같았다. 이 사진은 아마 토니 몰리나리나 나이든 주세 폴카리가 찍어 주었을 것이다.” (p.184, 2권)

  소설에서는 1954년에서 2005년까지 오십여 년의 시간이 흐른다. 그 사이 도미니크와 대니 부자는 뉴햄프셔에서 보스턴으로 버몬트 주 윈덤 카운티로 그리고 토론토로 움직인다. 이 여정은 대니가 어린 시절 일으킨 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트위스티드 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을 때 벌어진 사건은 칼이 은퇴한 보안관 대리가 되었을 때까지 이어지고, 소설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죽음 중 하나의 죽음 혹은 두 개의 죽음으로 귀결된다.

  “그게 우리 사이의 첫 번째 규칙이었지. 난 그녀에게 왼손잡이 애인이었어. 우리 두 사람의 마음속에서 내 왼손은 그녀의 것이었어. 왼손은 로지를 위한 손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내겐 가장 중요한 손이고, 좋아하는 손이었던 거지. 이 손은 좀더 친절한 손이었고 나를 가장 닮지 않은 손이었어.” (P.312, 2권)

  해설에 따르면 《트위스티드리버에서의 마지막 밤》은 작가 존 어빙의 경력이 가장 많이 겹쳐진 작품이다. 존 어빙의 실제 학력란에 기재되어 있는 필립스 엑서터 아카데미, 아이오와 대학이 소설에 등장할 뿐만 아니라 존 어빙을 가르친 커트 보네거트까지 잠시 등장한다. 소설가라는 주인공의 직업이나 레슬링이라는 스포츠의 등장 또한 작가와 겹치는데, 이는 《가아프가 본 세상》에서도 그러했다.

존 어빙 John Irving / 하윤숙 역 / 트위스티드리버에서의 마지막 밤 (Last Night In Twisted River) / 올 / 전2권 (1권 438쪽, 2권 447쪽) / 20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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