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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도 아라타 《애도하는 사람》

착한 대중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매력...

by 우주에부는바람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가 이 책을 보고 엄청 울었다고 했던가. 최근에 읽은 <리큐에게 물어라> 라는 꽤 괜찮은 소설은 바로 이 소설 <애도하는 사람> 때문에 나오키상을 공동 수상해야 했다고 했던가. 이 작가의 소설이 한두권 집에 있기는 한데 읽어보지는 못했다. 어딘지 마냥 사람들에게 착해져라, 라고 권유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서 조금 심드렁햇다고 해야 하나.


“이 아이는 저기서 살았어...... 그렇게 말하고, 오른손을 둥지가 있는 나무 쪽으로 들었다. 그런데 여기 떨어졌어...... 그렇게 말하고 왼손을 새끼가 떨어진 땅에 닿을락 말락 내렸다. 다음에는 그 두 손을 가슴 앞에 가져와 심장으로 밀어넣듯이 포갰다... 여기에 넣어둘 거야...... 잊지 않도록, 이 아이, 여기에, 넣어둘 거야. 이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았다는 걸...... 내 안에 넣어둘 거야.”


소설의 주인공은 삼년 동안 전국을 떠돌며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사카쓰키 시즈토이다. 그는 각종 매체를 통해 죽은 사람에 대한 내용을 섭렵하고, 자신의 애도 노트에 이들을 기록하고, 그 기록에 따랏 전국 각지를 돌면서 그들이 죽은 장소에서, 위와 같은 제스처를 취하며 그들을 애도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어쩌면 여섯 살의 시즈토가 자신의 앞마당에서 죽은 새를 향하여 취한 일련의 행동으로부터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 생판 모르는 사람은 고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없으니, 종교 단체 등에서 올리는 성불 기도와 비슷한, 추상적인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돌아가신 분을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것을 ‘애도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이끌어가는 것은 사카쓰키 시즈토가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세 명의 인물이다. 첫 번째 인물은 삼류 잡지의 베테랑 기자인 마키노 고타로이다. 사람들의 어두운 면을 더욱 확대하여 보여주며 독자를 자극하는 것을 특기로 삼는 마키노 고타로는 취재차 간 여행에서 시즈토를 발견하고, 그의 이상한 행동과 행적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 이후 묘한 변화를 겪게 된다.


두 번째 인물은 시즈토의 엄마인 사카쓰키 준코이다. 그녀는 암에 걸렸고, 이제 병원 치료를 종료하고 집에서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상태이다. 숫기가 전혀 없어 다른 사람과는 눈 마주치기도 힘들어하는 남편, 그리고 애도의 여행을 계속하는 아들을 뒤로 한 채, 이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딸이 자신의 복중의 아이를 키워가는 동안 그녀는 조금씩 죽음으로 인도되고 있는 자신을 정리한다.


세 번째 인물은 나기 유키요이다.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후 다시 만난 남자와의 재혼... 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발견이라고 여겨졌던 남편을 그녀는 칼로 찔러야만 했다. 그리고 교도소를 나온 그녀는 우연히 자신의 죽은 남편을 애도하는 시즈토를 발견하고, 어느 순간 그의 애도 여행에 동참을 하게 된다. 자신의 어깨 너머를 따라다니는 죽은 남편의 영혼과 함께 말이다.


“그 사람은 누구를 사랑했는가? 누구에게 사랑받았는가? 누군가가 어떤 일로 그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는가? ... 매일같이 죽은 이들을 찾아다니지만 이 세 가지만 알 수 있으면, 한 사람 한 사람을 다른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유일한 인물로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시즈토는 ‘주목받지 못한 죽음’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들 개개인의 죽음에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부여한다. 이 세상 모든 ‘죽음의 무게’에 차이가 없음을 시즈토는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가 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는 죽은 이들 모두를 향하여 공평하게 애도하고, 그러한 애도의 의식 자체에 만족한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애도함은 서서히 살아 있는 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 분노와 원통함을 앞세우다보면 기억에 남는 것은 고인이 아닌, 사건이나 사고 혹은 범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죽은 이들을 찾아다니는 동안, 인생의 본질은 어떻게 죽었나가 아니라, 사는 동안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에게 사랑받고 어떤 일로 사람들에게 감사를 받았는가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몇몇 설정들이 살짝 부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의도만은 뚜렷하다. 끊임없이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는 우리에게 삶을 주입한다. 현재의 살아 있음에 주목하고, 현재 우리 주변의 인물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라고 넌지시 주장한다. 착한 대중소설의 전형이라고 할만한데, 그게 마냥 유치하지만은 않다. 너무 뻔하고 토를 달기 힘든 교훈의 내용이지만 적절한 형식이 뒷받침해주니 힘을 받는다.



텐도 아라타 / 권남희 역 / 애도하는 사람 (悼む人) / 문학동네 / 648쪽 / 20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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