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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7시간전

세라 워터스 《나이트 워치》

전쟁 전후의 런던을 배경 삼은 현란한 카메라 워킹으로...

  소설은 1947년에 시작되는데, 시간의 역순으로 진행된다. 소설의 세 개의 챕터는 1947년, 1944년, 1941년이다. 소설의 배경은 런던이고 첫 번째 챕터 1947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아직 전쟁의 여운이 남아 있다. 케이는 정체 불분명한 병원의 윗층에서 하숙을 하는데, 그 차림새와 행동거지 때문에 전쟁에 참가한 전직 군인으로 오해를 받는다.


  헬렌과 비브는 중매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점심 시간이면 함께 창을 열고 나가 담배를 핀다. 헬렌은 비브보다 대여섯 살이 많고 작가인 줄리아와 함께 산다. 줄리아가 이름을 얻어가고 평론가를 만나는 것에 질투를 느낀다. 비브는 때때로 유부남인 레지와 만나고,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남동생인 덩컨이 살고 있는 먼디 씨네 들르곤 한다. 소설은 전쟁 후의 런던을 배경 삼아 현란한 카메라 워킹으로 이들을 훑고 지나간다.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헬렌은 그 몇 번의 만남으로 세상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 같았다. 파르르 떨리는 아주 가느다란 끈으로 줄리아와 연결된 느낌이었다. 그 끈이 교묘하게 자신의 심장으로 들어와 잡아당기는 티끌만한 지점을, 눈을 감고서도 가슴 위에서 정확히 손끝으로 콕 짚어낼 수 있었다.” (p.453)


  1944년에 런던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공습에 시달린다. 케이는 미키와 한 조를 이뤄 활동하는 구급대원이다. 케이는 헬렌과 사귀는 사이이지만 헬렌은 과거에 케이를 좋아하였던 줄리아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이다. 덩컨은 지금 감옥에 갇혀 있고, 비브는 아버지와 함께 한 달에 한 번 면회를 간다. 타이피스트로 일하고 있는 비브는 레지의 아이를 가졌고, 불법적인 낙태 수술을 받지만 결국 위험한 상태에 빠진다. 


  구급대원인 케이가 비브를 구하는데 마지막까지 비브는 자신이 아이를 가질만한 자격이 있음을 병원측에 알리고 싶어한다. 케이는 자신의 반지를 빼 비브에게 건넨다. 얼마 후 케이는 자신의 집이 폭격에 스러졌다는 소식에 헬렌을 걱정한다. 대장의 만류를 뿌리치고 집으로 향하지만 그 시간 헬렌은 줄리아와 함께 다른 곳에 있었다. 망가진 집 앞에서 케이는 헬렌과 줄리아를 만난다. 모두 살아 있음에 안도할 뿐이다.


  “둘은 여자의 몸을 앞뒤로 흔들어 겨우 빼냈다. 갈비뼈가 철책에 갈리는 소리와 등가죽 속에서 끝이 뾰족한 철책의 흔들림은, 듣기에도 느끼기에도 소름 끼쳤다. 여자는 피로 흥건해져서 빠져나왔다. 그들은 시신을 바로 누이지도 눈을 감겨주지도 않았다. 서둘러 들것에 싣고 여자를 덮었던 찢어진 커튼으로 둘둘 말았다. 여자의 금발은 자고 일어난 것처럼 헝클어졌다. 헬렌이 잠에서 깼을 때, 혹은 사랑을 나눈 뒤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와 비슷하다고 케이는 생각했다.” (p.583)


  1941년의 어느 날 비브는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중에 군인인 레지를 만난다. 덩컨의 절친인 알렉은 징집 영장이 나오자 군대에 가느니 죽기로 한다. 알렉은 눈깜짝 할 사이에 면도날로 자신의 목을 긋는다. 함께 하기로 하였던 덩컨은 살아 남았다. 케이는 공습으로 건물에 깔린 헬렌을 구한다. 그렇게 이들 전쟁을 전후로 한 런더너들의 만남이 시작된다.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난다.



세라 워터스 Sarah Waters / 나이트 워치 (The Night Watch) / 문학동네 / 667쪽 / 201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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