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팍하거나 오리무중이지만 동시에 획기적이고 신비한...
*2020년 3월 14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빌 브라이슨의 《바디 : 우리 몸 안내서》는 코로나 19로 온 세상이 잠시 멈춘 것 같은 이때에 틀어박혀 읽기에 적당하다. 빌 브라이슨은 현대의 백과사전파라고 할 수 있겠는데, 《나를 부르는 숲》과 같은 훌륭한 여행기를 쓰는가 하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통해서는 자연과학자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무수히 많은 책을 썼는데, 빌 브라이슨에 입문하고자 한다면 위의 두 책을 권하는 바이다.
“몸은 종종 기계에 비유되고는 하는데, 그보다는 훨씬 더 뛰어나다. (대체로) 정기 수리를 받거나 예비 부품으로 교체할 필요 없이 하루 24시간 내내 수십 년간 가동되고, 물과 몇 종류의 유기화합물로 작동하며, 부드러우면서도 조금은 사랑스럽고, 이동성과 융통성을 갖추고, 열정적으로 스스로 번식을 하고, 농담을 주고받고, 애정을 느끼고, 저녁노을을 감상하고, 시원한 산들바람을 느낀다. 이런 일들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할 수 있는 기계를 과연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이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당신은 진정으로 경이로운 존재이다. 그러나 당신이 그렇다면, 지렁이도 마땅히 그렇다.” (p.19)
이번에 빌 브라이슨이 주목하고 있는 우리 몸의 안팎이다. ‘피부와 털’이라는 우리의 외피에서 시작해서 뇌, 머리, 입, 목, 심장, 피, 뻐대, 허파, 소화 기관 등을 두루 살핀다. 더 나아가 직립보행이나 균형 잡기, 심호흡, 잠 등과 같은 우리 몸의 테크닉을 다루고, 미생물이나 면역계, 신경과 같은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를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여기에 잉태와 출생, 질병이나 암을 보태고 있으니 나름의 몸,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당신은 하루에 약 1만4,000번 눈을 깜박인다. 달리 말하면,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 중에서 약 23분은 눈을 감고 있는 셈이다... 이 문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1초쯤 지나는 사이에 당신의 몸은 적혈구를 100만 개 만들었다... 당신을 만드는 데에는 총 70억 X 10억 X 10억(7,000,000,000,000,000,000,000,000,000, 즉 7자) 개의 원자가 들어간다... 당신의 허파는 모두 펼치면 테니스 코트만 하며, 그 안에 든 공기 통로들은 모조리 이으면 런던에서 모스크바까지 뻗어갈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DNA이다. 모든 세포에는 모조리 이으면 1미터쯤 되는 DNA가 빽빽하게 감겨서 들어 있다. 몸에는 세포가 아주 많으므로, 몸에 든 모든 DNA를 한 가닥으로 죽 이으면 160억 킬로미터는 된다. 명왕성 너머까지 뻗어나갈 길이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라. 당신 안에는 태양계를 벗어날 만큼 긴 것이 들어 있다고. 당신은 말 그대로 우주적인 존재이다.” (pp.14~15)
게다가 빌 브라이슨은 어쩌면 기계적으로 다루어질 위험이 다분한 몸을 추적하면서도 중간중간 유머를 배합하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그는 무수히 많은 숫자들을 인용하거나 사용하고 있는데, 그저 단순히 많다거나 적다는 의미에서 적어 놓은 것은 아니어서 딱딱해질 수 있는데 이런 유머가 그런 위험으로부터 독자를 구해준다. 우리는 괴팍하거나 오리무중인 우리 몸을 보다 평안하게 읽어낼 수 있다.
“희생자를 너무 잘 죽이지 않으면서 널리 퍼질 수 있는 바이러스야말로 성공한다. 독감이 그토록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전형적인 독감 바이러스는 먼저 희생자를 감염성을 띠게 하고서 하루쯤 뒤에야 증상을 일으키며, 일주일쯤 앓은 뒤에야 회복되도록 한다. 그 결과 모든 희생자는 감염 매개체가 된다.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은 전세계에서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최대 1억 명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이 독감이 유달리 치명적이어서가 아니라, 전파 능력이 강하게 계속해서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감염자 중 약 2.5퍼센트만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p.436)
우리는 또 하나의 코로나 바이러스로 (그러니까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가진 바이러스로만 열아홉번째인) 꽁꽁 묶인 채 (그러니까 어떤 이들은 실제의 차원에서 나머지 대다수의 이들은 심리적인 차원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책을 읽다보면 보다 운명론적인 차원에서 이 사태를 보다 담대히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도 같다. 어쨌든 이 바이러스에는 시간이라는 약제가 절실히 필요한 바, 아래의 인용들을 읽으며 어떻게든 시간들을 보내시라, 버티시라...
“쾌락과 관련이 있는 앞뇌 영역인 측좌핵(nucleus accumbens)은 십대 때 최대 크기로 자란다. 같은 시기에 몸은 쾌감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미래의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이 생산한다. 이것이 바로 인생의 그 어느 시기보다도 십대에 더 격렬하게 감정을 느끼는 이유이다. 하지만 그것은 쾌락 추구가 청소년에게 일종의 직업병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청소년의 주된 사망 원인은 사고이며, 사고의 주된 원인은 그저 다른 청소년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에 청소년이 2명 이상 타고 있으면, 사고 위험은 400퍼센트가 급증한다.” (p.94)
“... 신경 장애와 관련된 신기하거나 기이한 증허군과 질환은 거의 무한할 정도로 많아 보인다. 안톤-바빈스키 증후군(Anton-Babinski syndrome)은 눈이 멀었음에도 믿으려고 하지 않는 장애이다. 리독 증후군(Riddoch syndrome)이 있는 사람은 무엇이든 간에 움직이지 않는 것은 보지 못한다. 카그라 증후군(Capgras syndrome)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아는 모든 사람이 사기꾼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클뤼버-부시 증후군(Kluver-Bucy syndrome) 환자는 닥치는 대로 먹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몹시 당황스럽게도) 섹스를 하려는 충동에 휩싸인다. 아마 가장 기이한 증후군은 코타르 망상(Cotard delusion)일 것이다. 이 환자는 자신이 죽었다고 믿으며, 어던 방법으로도 그 확인을 깨뜨릴 수가 없다.” (p.103)
“... 몸에는 총 600개가 넘는 근육이 있다. 우리는 통증이 느껴질 때에만 근육에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지만, 근육은 입술을 오므리고, 눈을 깜박이고, 음식물을 소화관을 따라 보내는 등 우리에게 절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1,000가지 방식으로 우리에게 끊임없이 봉사하고 있다. 우리가 그냥 일어서기만 해도 100개의 근육이 쓰인다. 지금 읽고 있는 단어 위로 눈을 옮기기만 해도 12개의 근육이 필요하다. 손의 가장 단순한 움직임, 이를테면 엄지를 씰룩거리는 일에도 10개의 근육이 관여할 수 있다...” (p.231)
“... 거의 모든 포유동물은 평균수명을 사는 동안 심장이 약 8억 번 뛴다. 사람은 예외이다. 우리 심장은 25세 때까지 8억 번을 뛰며, 그후로도 50년 동안 계속해서 16억 번을 더 뛴다. 우리가 본래 월등해서 이런 예외적인 활력을 지닌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가 포유동물의 표준 양상에서 벗어난 것은 겨우 10-12세대 전부터였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덕분이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에 걸쳐서, 평균적으로 우리의 심장도 평생 8억 번을 뛰었다.” (p.256)
“... 추운 날에 콧물이 줄줄 흐르는 이유는 추운 날씨에 욕실 유리창에 물이 줄줄 흐르는 이유와 똑같다. 허파에서 나오는 따뜻한 공기가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와 만나서 응축되면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pp.292~293)
“딸꾹질은 가로막이 갑작스럽게 경련하면서 수축하는 현상이다. 그럴 때 후두가 놀라서 갑자기 닫히면서 딸꾹 하는 소리가 난다. 딸꾹질이 왜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딸꾹질 세계 기록은 아이오와 주 북서부에 살던 찰스 오스본이라는 농민이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는 67년동안 계속 딸꾹질을 했다. 딸꾹질은 1922년 오스본이 도살하기 위해서 무게가 130킬로그램인 돼지를 들어올리려고 할 때 시작되었다. 무엇인가가 딸꾹질 반응을 촉발했다. 처음에는 1분에 약 40번이나 딸꾹질이 나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1분에 20번까지 줄어들었다. 그는 거의 70년 동안 약 4억3,000만 번 딸꾹질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잠잘 때에는 결코 딸꾹질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0년 여름, 갑자기 수수께끼처럼 딸꾹질이 멎었고, 그는 다음해에 세상을 떠났다.*” *오스본은 아이오와 주 앤손 출신이었다. 그 소도시는 인구가 600명에 불과했지만, 세상에서 키가 가장 큰 사람의 고향이기도 했다. 그는 버나드 코인이었는데, 1921년 스물세 살에 사망할 때 키가 240센티미터를 넘었다. 그가 사망한 지 얼마 뒤에, 오스본의 딸꾹질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p.308)
“잠을 자지 않고 가장 오랫동안 버틴 사람은 랜디 가드너이다. 1963년 12월, 당시 열일곱의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학교 과학 과제를 위해서 264.4시간(11일 24분)을 잠을 자지 않고 버텼다. 처음 며칠은 비교적 쉬웠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점점 짜증을 내고 혼란에 빠졌고, 이윽고 일종의 몽롱한 환각 상태에 빠져 지냈다. 그 과제를 끝내자 그는 14시간 동안 내리 잤다...” (p.370)
“생애 초기에 접하는 가장 놀라운 특징 중의 하나는 엄마의 젖에 아기가 소화할 수 없는 올리고당, 즉 복잡한 구조의 당이 200종류 넘게 들어 있다는 것이다. 아기는 이 올리고당들을 소화할 효소가 없다. 이 올리고당들은 오로지 아기의 장내 미생물을 위해서 생산된다. 한마디로 뇌물인 셈이다. 모유에는 공생 균류에게 먹일 양분뿐만 아니라, 항체도 가득하다.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물릴 때, 빠는 아기의 참이 일부 젖샘관을 통해서 흘러들며, 엄마의 면역계가 그 침을 분석하여 아기에게 맞춰서 모유에 든 항체의 종류와 양을 조절한다는 증거가 얼마간 있다. 생명이란 정말 경이롭지 않은가?” (p.407)
“우리가 은퇴한 뒤에 사는 기간은 상당히 늘어났지만, 그 늘어난 노년에 먹고사는 데에 필요한 일을 하는 기간은 늘어나지 않았다. 1945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은퇴한 뒤에 평균 약 8년을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고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71년에 태어난 사람은 은퇴한 뒤에 20년을 더 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고, 1998년에 태어난 사람은 현재 추세로 보면 아마도 35년을 더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은퇴한 뒤에 먹고살 돈을 버는, 일하는 기간은 똑같이 대략 40년이다. 대다수 국가들은 몸이 편치 않고 수입도 없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부담해야 할 장기적인 비용 문제를 아직 직시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앞에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아주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다.” (p.495)
빌 브라이슨 Bill Bryson / 이한음 역 / 바디 : 우리 몸 안내서 (THE BODY : A Guide for Occupants) / 까치 / 576쪽 / 2020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