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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Aug 07. 2024

박상아 《아무튼, 요가》

내가 꿈 꾸는 노년의 삶의 한 켠에서는...

  눈을 뜨면 지금껏 수련한 요가의 몇몇 동작을 차례대로 수행한다. 명상을 하고 시간이 되는대로 책을 읽고 식사라고 부를만한 무언가를 먹는다. 그러고 나면 일을 하러 집을 나선다. 아마도 ‘책방 봄’이라는 제목의 서점 혹은 ‘어디 가게’라고 불리는 잡화점 같은 곳에서 네 시간 혹은 여섯 시간 정도의 노동을 한다.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고 수영을 하러 간다. 돌아와서는 충분히 책을 읽고 정성이 부족할 지언 정 글을 쓴다. 내가 꿈꾸는 노년의 삶이다. 


  “비크람 요가를 시작한 지 6개월쯤 됐을 때부터 알바를 시작했다. 원래는 일본 유학 때부터 알던 친구의 식당 오픈을 잠깐 돕기로 한 거였는데 어쩌다 보니 오픈하고 나서도 식당에서는 일손이 부족하고 나도 여전히 돈이 필요하고 해서 그냥 계속 일하게 되었다. 아침엔 토플 학원에 가고, 점심 땐 요가를 하러 가고, 오후엔 식당 알바를 했다. 자정이 넘어서 알바가 끝나면 새벽 2시쯤 집에 돌아오는 일과를 3년 정도 한 것 같다...” (pp.26~27)


  수영을 하는 것과 책을 읽는 것과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꾸준한 수련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가가 문제인데 목동에서 요가 학원을 운영하는 후배를 떠올린다. 이십대의 십여 년을 함께 술을 마셨고, 이후 이십여 년은 연락 두절의 상태였고, 재회했을 때 후배는 요가 학원의 원장이 되어 있었다. 가끔 연락을 취하는데, 네팔이니 몽고니 제주도니 경상도의 어느 암자이니 떠도느라, 직접 만나는 일은 아주 드물게만 이루어진다.


  “... 가장 오래된 요가 문헌인 『파탄잘리의 요가 수트라』에 의하면 요가에는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여덟 단계가 있다. 야마(금계, 쉽게 말해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도덕적 규율), 니아마(권계, 자기 정화와 제어), 아사나(수련), 프라나야마(호흡), 프라티아하라(감각의 제어), 다라나(고도의 집중), 디아나(명상), 사마디(열반, 계몽, 해탈, 깨달음)가 그것이다...” (p.10)


  이십대의 끄트머리였던가 아니면 삼십대의 초입이었던가 이마 한 복판의 어떤 촉감이 나를 괴롭혔던 적이 있다. 인도로의 여행을 포기한 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계속해서 그곳을 긁거나 문질러야 했다. 나는 복식 호흡에 대한 텍스트를 읽고 그것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출근한 다음 반지하 어두운 방에서 혼자 벽을 마주하고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영을 시작했고, 나의 제3의 눈은 다시 잠겼고, 물속에서 눈을 떴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있지만 매일 매 순간 하는 것, 하지 않으면 생명 그 자체를 유지할 수 없는 것, 무의식적이기도 하면서 의식적이기도 한 것, 놀라면 가빠지고 편안하면 차분해지는 것, 모든 감정에 언제나 제일 먼저 반응하는 것, 집중과 명상 그리고 무아로의 여행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것, 그리고 삶이 다했을 때 멈추는 것, 그것이 프라나야마, 즉 호흡이다...” (p.39)


  사십대 중반, 몸에 병이 들어서고 나서 잠시 요가를 한 적이 있다. 책에 실린 그런 식의 요가는 아니었다. 당시 내가 살던 동네에는 남자를 받아주는 요가 학원이 없었다. 억지로 찾아낸 것은 철저히 한국식인 한 요가 학원이었는데, 자꾸만 소리를 지르게 해서 두어 달 뒤에 그만두었다. 과민한 면역 반응이 원인인 내 병의 증상은 약으로 어느 정도 수습이 가능해진 상태였다.


  『선생님은 매 수업 전에 항상 직접 청소기를 돌리셨다. 한번은 도와드린다고 했더니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며 본인의 카르마(전생의 업)를 태우는 작업이고 이런 걸 직접 해야 타락의 길로 빠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나는 그때껏 어떤 요가 선생님에게서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께 그 말을 듣자마자 요가 책에서 읽었던 한 구절이 오버랩 되었다. “깨달음을 얻은 요기는 부와 명성을 얻게 된다. 그때 요기는 겸손한 자세로 계속해서 수련하지 않으면 타락의 세계로 빠지게 된다.” 나를 낮추는 매일의 의식. 뭔가 가슴속에 울림이 일었다...』 (pp.141~142)


  조만간 후배를 만날 생각인데 그렇다고는 해도 후배에게 직접 뭔가를 배우게 될 것 같지는 않다. 후배는 요가 학원을 운영하지만 주요 분야는 명상인 것 같다. 후배에게 가르침의 멘트를 들으면 이십대의 어느 순간들이 곧장 떠오를 텐데 그래서는 배움에 집중할 수 없을 게 틀림없다. 자신에게 오라, 형의 병을 고쳐주고 말겠다, 라고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역시 미심쩍다. 그래도 도움을 받기는 할 것인데, 나의 노년에 후배가 한 자리 채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박상아 / 아무튼, 요가 / 위고 / 149쪽 / 20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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