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다스리고, 아버지가 아버지를 다스리는 중에...
*2018년 9월 25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오늘 여동생 내외가 올라왔고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시작된 식구들 열한 명이 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마셨다. 이로써 이번 추석 연휴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추석 전날 어머니가 준비해놓은 재료들로 음식을 만드는 데 두 시간 삼십 분이 걸렸다. 명절이 거듭되며 계속해서 시간이 단축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절대 노동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두 며느리가 느끼는 상대적 노동 시간은 줄지 않는다. 여전히 명절 노동의 핵심은 여자들의 몫이다.
추석이 오기 전, 대전에 있는 할머니 묘소에 다녀오는 문제를 두고 잠시 잡음이 있었다. 애초에 두 분이 조용히 다녀 오시겠다는 계획이 몇 차례 번복되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제안한 것은 두 아들이 두 분을 모시고 할머니께 다녀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온 식구가 추석 전 주말, 교통 체증을 뚫고 가족묘에 다녀오기를 원하셨다. 아버지는 내게 넌지시 둘 중 어느 것이 좋겠느냐 물었고 나는 전자 쪽이 낫다고 했다. 아버지가 원하신 대답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두 아들의 뜻대로 되었다. 추석 전 주였고 평일이었지만, 평소 다섯 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는 거리를 열 시간이 걸려 다녀왔다. 나는 아버지가 원하는 대답을 드리지 못하여 마음이 불편했고, 아버지는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여 마음이 불편하였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그쯤에서 타협을 하였고, 내심 불편하였지만 서로를 향하여 불만족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나는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구매하여 읽었다. 아버지가 어떻게 스스로를 다스렸는지는 모를 일이다.
책에는 우리가 노년의 부모를 오해하는 16가지 사례가 실려 있다. <본인에게 불리한 말은 못 들은 척 한다.>, <갑자기 “시끄럽다!”고 화를 낸다. 그래 놓고 본인들은 큰 소리로 말한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고 과거를 미화한다.>, <“나 따위 있어 봤자 짐이다”하고 부정적인 말만 한다.>, <애써 준비한 음식에 간장이나 소스를 흠뻑 뿌린다.>,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면 오히려 입을 닫아 버린다.>, <‘이거’ ‘저거’ 그거‘가 많아서 설명을 알아듣기 어렵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는데도 천천히 건넌다.>, <입 냄새가 심하다.>, <약속을 하고 새까맣게 잊는다.>, <놀랄 만큼 어이 없는 곳에서 넘어진다.>, <돈이 없다면서 낭비가 심하다.>, <나쁜 병에 걸린 걸까 의심될 만큼 식사를 하지 않는다.>,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심하게 사레들리거나 계속 가래를 뱉는다.>, <한밤중에 일어난다.>, <그렇게 계속 나올까 이상할 정도로 화장실에 자주 간다.>.
이 오해들에 대하여 저자는 노인들의 입장을 대변하여 이해 가능한 설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노년의 부모는 ‘본인에게 불리한 말은 못 들은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음역대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횡단하는 것은 이들의 걸음 속도가 현격히 느릴 뿐만 아니라 눈꺼풀이 처져 가까운 거리에서는 높은 곳의 신호등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다고 여기는 많은 행동들은 노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행동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노화가 진행되었을 때 나오는 현상을 설명하고, 이러한 노화 현상에 대하여 이해가 부족할 때 우리가 하게 되는 실수를 설명하고, 노화 현상에 대하여 이해하고 있는 우리가 취해야 할 바른 행동을 알려준다. 여기에 더하여 이러한 노화의 현상을 방지하거나 늦추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요령을 알려주거나, 이미 노화가 진행되었을 경우 취할 수 있는 생활 속 행동 양식을 소개하고 있다.
동갑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래전 칠십을 넘었고, 이제 얼마 뒤면 팔십대가 된다. 책에서 다루는 고령화된 노인에 정확히 부합한다. 오늘 식사 후 차를 마시게 된 거대한 카페의 커다란 유리창에 아버지가 세게 부딪쳤다. 그곳에 유리창이 있는 것을 모르셨거나, 알았지만 유리창과 자신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계산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버지가 난처해하실까 나는 크게 아는 체를 하지 못하였다. 내가 읽은 이 책을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건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하는데, 또 한 편으로는 그래도 될까 싶기도 하다.
히라마쓰 루이 / 홍성민 역 /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 / 뜨인돌 / 276쪽 / 2018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