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커포티 《인 콜드 블러드》

작가의 관여와 창조 속에서 불려 나오는 사건, 사람, 사회...

by 우주에부는바람

트루먼 카포티는 1959년 11월 <뉴욕 타임스>에서 한 사건 기사를 발견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하퍼 리 (그러니까 《앵무새 죽이기》의 바로 그 작가) 와 함께 사건과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시작한다. 6년여의 시간이 걸려 조사를 한 다음 트루먼 카포티는 《뉴요커》에 4회에 걸쳐 이 논픽션을 분재한다. 그리고 이어서 《인 콜드 블러드》라는 논픽션 소설의 형태로 출간된다.


“... 진짜로 나는 이제 클러터나 그 가족을 생전에 그 본인들이 알던 것보다 더 잘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네. 이제 그 사람에게 홀려버렸어. 계속 홀려 있을 것 같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때까지는.” (p.232)


사건은 1959년 캔자스 주에 위치한 한적한 시골 마을인 홀컴에서 발생하였다. 농장을 운영하는 건실한 백인 농장주 클러터 그리고 클러터의 아내인 보니, 딸 낸시와 아들 케니언이 총에 맞아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었다. 건실한 기독교도이며 자신이 고용한 인부들에게도 후한 편이었고 마을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 클러터를 비롯해 다른 이들 또한 죽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 딕은 페리가 그중 희귀한 자질, “타고난 살인자”로서의 자질을 갖췄다고 확신했다. 정신이 아주 멀쩡하게 박혀 있지만 양심이 없고, 동기가 있건 없건 죽음의 일격을 날릴 수 있는 차가운 피를 지닌 사람. 그런 재능은 감독해주기만 하면 이득이 있는 쪽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딕의 생각이었다...』 (p.91)


하지만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동네 사람들은 그전과는 달리 꼭꼭 문을 걸어 잠그고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를 갖게 된다. 엘빈 듀이를 비롯해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하여 대거 투입된 형사들 또한 골머리를 앓는다. 하지만 책의 내용 안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범인이 등장한다. 사건의 범인은 딕과 페리라는 2인조로, 감옥에서 만난 이들은 출소 후 재회하여 연고도 없는 홀컴 마을에 불쑥 찾아가 사건을 저지른 것이다.


“... 페리는, 앤디가 가는 걸 보고도 별로 슬퍼하지도 않습니다. 앤디는 바로 페리가 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었죠. 교육받은 인간이요. 페리는 그 때문에 앤디를 용서할 수가 없었어요...” (p.505)


소설은 그들이 살아 있던 마지막 날, 신원 불명의 범인들, 해답, 구속이라는 네 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챕터는 그러한 사건이 자신들에게 일어나게 될지 전혀 모르는 클러터가의 일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두 번째 챕터는 살인을 저지른 후 대륙을 횡단하며 돌아다니는 범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 번째 챕터에 다다르면 전혀 엉뚱한 곳에서 실마리가 풀리게 되고, 네 번째 챕터에서 두 사람은 교수형에 처해진다.


“... 부인은 페리를 두려워한다고 말했고, 실제로도 그랬지만, 부인이 두려워하는 것이 단지 페리인 것인지 아니면 페리와 얽혀 있는 팔자, 플로렌스 벅스킨과 텍스 존 스미스 사이에서 태어난 네 명의 아이들에게 정해진 운명의 거대한 행로인지는 의문이었다. 가장좋아했던 큰 오빠는 총으로 자살했다. 펀 언니는 창문에서 떨어졌다. 아니 뛰어내렸다. 페리는 폭력을 저지른 범죄자다. 그러니 어던 의미에서 자기만이 유일한 생존자였다. 부인을 괴롭힌 건, 언젠가 자기에게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p.280)


한 달 전 리처드 로이드 페리의 《어둠을 먹는 사람들》이라는 논픽션 범죄물을 읽었다. 어쩌면 《인 콜드 블러드》는 그러한 논픽션물의 전범으로 지칭될 법하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는 관여하고 창조한다. (물론 이러한 관여와 창작으로 인해 비판을 받기도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건을 해결하는 자와 사건으로 인하여 겁먹은 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작가가 사건을 붙잡고 있던 긴 시간에 이끌려 책 속으로 불려 나온 셈이다.



트루먼 커포티 Truman Capote / 박현주 역 / 인 콜드 블러드 (In Cold Blood) / 시공사 / 535쪽 / 2006, 2013 (1965,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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