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시마 유코 《웃는 늑대》

아이러니 가득한 가운데 인간 탐구의 어떤 방식이 시도되고 있는...

by 우주에부는바람

'시대를 앞서간 일본의 대표 작가, 다자이 오사무 그 위대한 지성을 잇는 딸, 쓰시마 유코의 대표작!‘이라는 소개 문구를 보았다. 쓰시마 유코라는 작가가 다자이 오사무의 스타일을 물려 받았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해를 했다. 소설을 모두 읽고 나서야 쓰시마 유코가 실제로 다자이 오사무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본명이 쓰시마 슈지라는 사실과 함께...


“일본늑대가 완전히 멸종된 것은 1905년이다. 그해에 러일전쟁이 끝났고, 삼십 년쯤 지난 후 일본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겪고 1945년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전쟁이 끝났다. 일본늑대의 자취는 여전히 찾아볼 수 없으나, 주인을 잃은 개들이 들개가 되어 폐허가 된 도시를 돌아다니게 되었다.” (p.17)


소설의 앞 부분에 잔뜩 늑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디선가 우리는 아직 늑대의 생리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늑대라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위협적인 미스터리가 내 어느 부분엔가 응고되어 있으리라고 짐작한다. 야생과 늑대는그렇게 여러 면에서 겹쳐진다. 소설의 무대가 되고 있는 전후 일본이라는 사회는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야생과 다름 없을지도 모른다.


“... 나는 너와 달리 어릴 때부터 죽는 게 싫었다. 묘지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아버지가 없어지고 나서는 늘 죽기 싫다는 생각을 했지. 열심히 먹었고, 어른들의 마음에 들려고 거짓말도 했고, 시시한 싸움 같은 건 하지도 않았어....... 멍청히 죽어서 쓰레기처럼 시체가 버려지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 (p.181)


소설의 무대가 전후 일본이라면 (실제로는 패전 직후와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흐른 시점이 동시에 다뤄지고 있다) 등장 인물은 열일곱 살의 미쓰오 그리고 열두 살의 유키코이다. 미쓰오는 네 살이 될 때까지 아버지와 함께 묘지에서 살았다. 미쓰오는 그곳에서 세 명의 성인의 시체를 발견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죽어 있던 화가의 딸이 바로 유키코이다. 미쓰오는 자신이 발견한 시체의 신원을 커서 확인했고, 유키코를 찾았다.


“... ‘모글리’는 언젠가 정글에서 인간세계로 돌아가야 해. 원래 사람이니까. 그리고 늙은 ‘아켈라’는 붉은 개와 싸우다 죽게 되지.. 어차피 우리는 ‘인간의 둥지’를 경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이야...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인간의 세계로 나왔는데, 그런 우리한테 딱 어울리는 이름이 뭘까 죽 생각했다. 그건 당연히 ‘레미’와 ‘카피’지. 그렇게 딱 맞는 이름은 없어. 『집 없는 아이』 책도 정말 많이 읽었거든...” (pp.210~211)


두 번째 만난 날 미쓰오와 유키코는 여행을 떠난다. 보육원에서 나온 미쓰오는 엄마와 살고 있는 유키코와 함께 세상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시베리아로 떠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기차를 타고 진행되는 이들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먹는 것, 입는 것, 싸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욕구는 시베리아라는 어떤 상징, 인간에게나 가능한 상징의 장소를 찾아가는 여정을 끝없이 가로막는다.


“히구치의 유괴나 고다이라의 살인이나, 세상은 소녀나 젊은 여성들이 그토록 쉽게 걸려든 점을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그들의 수법이 대단히 부드러웠고 여자들의 호기심을 교묘하게 이용했던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가나자와에서 찍은 히구치와 기요코 양의 기념사진을 보더라도 마치 사이좋은 남매가 여행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이다. 예전의 유괴범들처럼 협박을 하지 않고, 소녀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조용한 태도로 꼬여낸 것도 이번 범죄의 특징이다...” (pp.398~399)


소설 속에서 사실과 허구는 간극이 너무 크거나 아예 없다. 두 사람이 여행하는 것은 1950년대 말이지만 실제 열차에서 겪는 사건들은 패전 직후 1945년이나 1946년에 일어난 것들이다. 미쓰오와 유키코의 관계 또한 아켈라와 모글리, 레미와 카피 혹은 유괴범과 유괴당한 소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된다. 인간 탐구의 어떤 방식이 시도되고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해본다.



쓰시마 유코 / 김훈아 역 / 웃는 늑대 (笑いオオカミ) / 문학동네 / 419쪽 / 20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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