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와 시대극이라는 장르의 혼성 그리고 인터뷰라는 형식의 조합...
‘요시와라’는 에도 시대(지금의 도쿄인 에도를 중심으로 한 에도 막부가 일본을 지배하던 1603년부터 1868년 까지를 지칭하는 시대)에 존재했던 대규모의 유곽을 지칭하는 곳으로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되고 있다. 오이란은 이러한 요시와라 유곽의 유녀들 중에서 등급이 높은 유녀를 가리키는 말로 소설의 중심에는 이러한 오이란 중에서도 최상급 오이란이었던 가쓰라기가 위치하고 있다.
“아, 여자와는 잠자리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사창가에 가셔서 손쉬운 상대를 찾아보시는 편이 좋겠죠. 그렇지 않다면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오이란의 단골이 되는 데에도 단지 세 번만 만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뭐, 그 화대와는 별도로 단골 요금이라는 것도 필요하죠. 거기다 신조나 야리테, 기루의 일꾼들을 비롯해 제게도 상응의 행하(심부름을 하거나 시중을 든 사람에게 주는 돈이나 물건)를 주는 것이 관례죠...” (p.19)
하지만 실제로 가쓰라기가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소설은 이 핵심 인물인 가쓰라기와 이렇게 저렇게 연이 닿아 있는 그 주변 인물들의 구술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로부터 말을 이끌어내는 인물 또한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일종의 인터뷰어인 인물은 마치 유곽에 들어선 손님인 것처럼 굴면서 유곽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이 삼아 차근차근 사건의 핵심으로 접근해간다.
“... 유곽에서는 무엇 하나 진심이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요. 유곽의 연애는 서로의 거짓말로 굳게 성립되는 것입죠. 나리도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습니까. 오이란은 아내라고 해도 하룻밤 아내이고, 설령 아무리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해도 남자는 손님 중 한 명일 뿐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죠...” (p.169)
그러니까 소설은 (가쓰라기라는 인물을 제외시킨다면) 일종의 에도 시대 유곽 주변 인물의 인터뷰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쓰라기가 유녀로 성장하였던 기루인 마이즈루야에서 일하던 다른 오이란이나 신조(오이란 옆에서 시중을 드는 여성), 야리테(기루의 유녀를 관리하고 교육하는 여성), 다이코모치(남자 게이샤라고 불리우며 술자리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하는 인물), 반토(기루의 지배인)를 비롯하여 에도 시대 유곽 주변에서 먹고 살아아만 했던 다수의 인물들이 인터뷰이로 참여하고 있는 일종의 텍스트로 만들어진 삽화집과도 같다.
“나는 삼라만상의 근원이나 이치를 설명한 책은 달갑게 보지만, 소설 나부랭이는 한심해서 읽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네. 좋다고 읽는 자들은 분명 철없는 여자들이나 쓸모없고 한심한 놈들이지. 하하하, 그런 자들에게 읽히는 게 즐거운가? 아니, 뭐라고? 호기심이 발동해서 쓰고 싶어진다? 호오, 호기심이라...” (p.250)
이들 인터뷰이로부터 실컷 하소연을 들어준 다음에야 인터뷰어는 조심스럽게 가쓰라기에게 접근한다. 그렇게 소설은 에도 시대의 유곽이라는 거대한 세트장 안에서 각각의 역할에 충실한 인물들이 뱉어내는 목소리로 이 시대극을 충실히 재현한다. (이러한 독특한 형식 탓에 소설은 영화화 보다는 연극화에 더욱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재현은 아이러니 하게도 이야기 내내 절대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쓰라기는 유녀를 통해 더욱 또렷해진다.
“세상은 유곽이 거짓말투성이라고 하네만, 사실 이곳만큼 남자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도 없지. 아하하, 그거야말로 이 세상의 진실인 셈이야... 가쓰라기는 약한 여자의 몸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드러난 남자의 본성에 날카로운 칼을 찔렀지...” (p.281)
미스터리와 시대극의 절묘한 조합 그리고 여기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터뷰라는 독특한 형식이 결합되면서 재미있는 소설이 되었다. 도무지 무얼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의 일본어 용어들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소설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영리함 탓이다. 일본의 내노라하는 대중 문학상인 나오키 상의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괜히 붙는 것이 아니다.
마쓰이 게사코 / 박정임 역 / 유곽안내서 (吉原手引草) / 피니스아프리카에 / 283쪽 / 2016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