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에부는바람 Aug 17. 2024

임현 외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다양한 층위의 소수자들을 향하는, 젊은 그러나 좀 덜 날카로운 시선...

  임현 「고두(叩頭)」

  “... 예야, 내 말 좀 들어보렴. 인간들이란 게 말이다. 원래 다들 이기적이거든. 태생적으로 그래. 처음부터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거란다.” (p.36) 오래전 어쩔 수 없어 불량아로 낙인이 찍혀야 했던 연주, 그 연주를 보호하려다 불가피하게 성관계를 하였고 연주는 떠났고 나도 학교를 떠나야 했던 기억, 나는 아니 인간은 원래 그런 거니까. 그렇게 세월이 흘러 다시 돌고 돌아 또 다른 사건으로 만나게 된 나 아니 인간...

  최은미 「눈으로 만든 사람」

  강중식에게서 강윤희에게로 향하던 것이 강민서에게서 백아영에게로 향하지는 않았다. 성조숙증의 문제를 안고 있는 백아영과 그 부모로 이루어진 작은 가족은 어떤 대가족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김금희 「문상」

  “... 송은 희극배우가 확실히 나쁘다고 생각했다. 왜 나쁘냐면 지운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옛일을 완전히 매듭짓고 끝내고 다음의 날들로 옮겨온 흔적이 없었다. 그의 날들은 그냥 과거와 과거가 이어져서 과거의 나쁨이 오늘의 나쁨으로 이어지고 그 나쁨이 계속되고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어차피 나빠질 운명인 것이다. 선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가 선택되는 것이다.” (p.107) 문상을 위하여 오고가는 송의 길 위에서 조금 드러나는 희극배우의 길...

  백수린 「고요한 사건」

  “... 어두운 방안에 무거운 눈을 끔벅이며 잠시 앉아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집 앞에 죽어 있던 고양이를 묻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정말 이상한 생각이었다. 나는 한 번도 고양이를 만져본 적이 없었고, 무엇인가의 사체를 묻어본 적은 더더욱 없었으니까...” (p.153~154) 그런 적이 있다. 시도를 해볼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어떤 일에 문득 손을 뻗게 되는 그런 일, 그러고 나서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 그때를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그런 일... 알 듯도 모를 듯도 한...

  강화길 「호수-다른 사람」

  “호수에 두고 왔어. 호수에... 그게 무엇인지 누구도 몰랐다. 그래서 찾아야만 했다. 민영의 사고와 관련이 있을지 몰랐다. 그 무언가를 찾아낸다면 민영이 그곳에 왜 그렇게 쓰러져 있어야 했는지, 이유를 알아낼 수 있을지 몰랐다. 민영의 가족들은 매일 호수에 가서 무언가를 찾았다. 뭘 찾아야 하는지 몰랐지만 어쨌든 호수를 이잡듯 뒤지고 다녔다...” (pp.173~174) 여성이 지녀야 하는 두려움은 생래적인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인 것인가. 그 두려움의 기원을 알기 위해 우리는 얼마만큼이나 시간을 돌려봐야 할 것인가, 얼마나 많은 채널을 돌려봐야 할 것인가...

  최은영 「그 여름」

  “수이와의 연애는 삶의 일부가 아니었다. 수이는 애인이었고, 가장 친한 친구였고, 가족이었고, 함께 있을 때 가장 편하게 숨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이와 헤어진다면 그 상황을 가장 완전하게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은 수이일 것이었다. 그 가정은 모순적이지만 가장 진실에 가까웠다...” (p.252~253) 수이와 이경의 사랑이 가지고 있던 빛깔은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던 곳,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경이 다시 찾은 그곳, 그 다리난간 위에서 바라보는 강물의 색을 닮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천희란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

  “너는 한때 나를 원망했던 순간이 있다고 고백했지. 나는 그렇지 않았다. 너를 평생 원망했어. 네가 없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한순간도 자유루웠던 적이 없다...” (p.312) 서로를 사랑하였던 두 여인, 그리고 그중 한 여인에게서 낳아진 여자 아이, 그 여자 아이를 거둬야 했던 또 다른 여인... 이제 여인은 여자 아이가 성인이 되어 알고자 하는 진실, 굳이 그 진실을 알려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진실을 알리기로 한다. 소수자인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진실의 속성을 닮아 있는 이야기이다.


임현, 최은미, 김금희, 백수린, 강화길, 최은영, 천희란 /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문학동네 / 349쪽 / 2017 (2017)

매거진의 이전글 손보미 《디어 랄프 로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